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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회+돼지고기+신김치+막걸리와 홍어애
홍어회+돼지고기+신김치+막걸리와 홍어애 ⓒ 김규환

홍어에 대한 기억

입천장이 확 벗겨지고 혓바닥 껍질마저 한 꺼풀 벗겨버리는 음식. 탕 한 숟갈에 코와 목구멍이 탁 막혀버리는 무지막지한 것. 삭히면 삭힐수록 제 맛을 내는 생선이어서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썩힌 것이라 오해하기 십상인 음식.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에 길 지나다가도 '아, 그 집이구나!'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톡 쏘는 맛에 빠져 또 찾고는 헤어나질 못하는 강렬한 귀소본능을 일깨우는 전지전능한 능력의 소유자.

사람들이 연상하고 기억하는 홍어에 대한 평이다.

이 음식에 소송을 건 기막힌 사례도 있었다. 입천장이 벗겨지고 혓바닥 껍질이 벗겨지니, '진짜 꿀 한 술 떠먹고 마당을 뒹굴다가 밤새 수돗물을 벌컥벌컥 퍼 마시고 괜찮아지자 주인장 멱살 잡고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에피소드를 간직한 음식이 홍어요리다.

이 홍어에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 있다. 전라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톡 쏘는 걸 넘어 콱 막히는 짜릿함에 반하여 푹 빠진 젊은 사람들이 있다. '21세기에 홍어라?' '홍어와 인터넷 시대?' 뭔가 맞지 않는 코드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복고주의와는 상관없이 전통·음식·문화·고향을 교묘하고 적절히 버무려 놓은 새 문화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홍어란 놈은 머리, 날개, 뼈, 내장, 간, 꼬리, 껍질 등 어느 한 군데고 버릴 데 없는 것으로 못생겼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한 마리가 비싼 것은 흑산도 현지 경매 가격으로 60만원이 넘는다. 그나마 서민들은 칠레, 중국, 호주, 우루과이, 캐나나, 알래스카 등 한국 서남해안과 조건이 비슷한 바닷가에서 잡혀 온 냉동 홍어로 허전한 배를 채운다.

흑산도 홍어는 인절미 처럼 찰집니다. 제일 큰 것 1번 선은 현지 경매가 60만원 이상
흑산도 홍어는 인절미 처럼 찰집니다. 제일 큰 것 1번 선은 현지 경매가 60만원 이상 ⓒ 김규환

홍어란 놈이 뭐길래?

홍어에 대한 민간 속설은 대단하다. 만병 통치약으로도 통한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 네 끼 홍어를 먹어봤지만 배탈이 나지 않고 오히려 물갈이도 하지 않았고 배변감이 아주 좋았다.

현재 살아 계신 60대 후반 노인의 10년 전 쯤 이야기다. 확인이 필요하면 수소문도 가능하다.

혈당이 180mg/dl를 훨씬 넘어 병원에서도 포기한 300이 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노인은 집으로 가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며칠 지나고 마침 집에 펄랭이 홍어가 널려 있던지라 "에라 모르겠다. 이 참에 홍어나 원 없이 먹고 죽자!" 하며 있던 홍어를 하루에 서너 차례 시간 날 때마다 찜으로 먹고 생으로 먹어댔다. 이러기를 두어 달. 노인은 죽을 날을 잡고 병원에 한 번 갔다. 언제 죽게 되는지 날짜나 알아보려고. 그런데 웬걸 의사 선생이 깜짝 놀라더라는 거다. "아니 어르신, 뭘 잡수셨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까?" 그러더라는 거다. "왜요? 뭐시 잘못 돼부렀소? 나 홍애 빼끼 먹은 게 없는디…." "아주 정상입니다. 오히려 정상인보다 더 아래로 내려 갔네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홍어는 비만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내장에 잔뜩 낀 기름기를 체외로 빠져나가게 한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담을 제거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혈액순환, 신경통,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기관지에 좋으며 발효될 때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이다. 그래서 물에 씻지 않고 마른 헝겊으로 닦아낸다. 담배독도 삭히는 마술을 가지고 있으며 발효되면서 자연산 암모니아가 생성되어 사이다, 소다 같은 구실을 하니 식사하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을 해독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어탕 잘하는 집이 홍어 삭힐 줄 알고 구력이 있는 곳입니다. '버끔'이라는 거품이 부글부글...무 토막도 2분 안에 죽을 만들어 버리지요.
홍어탕 잘하는 집이 홍어 삭힐 줄 알고 구력이 있는 곳입니다. '버끔'이라는 거품이 부글부글...무 토막도 2분 안에 죽을 만들어 버리지요. ⓒ 김규환


홍어는 뭐가 맛있수?

대사 치르는 집에서나 먹었던 홍어를 이제 사람들은 삼삼오오, 열댓 명에서 50명이 한 곳에 모여 먹는다. 허름한 요리집 찾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얼굴 처음 본 사람끼리도 홍어에 탁주 한 사발이면 서먹서먹한 기운은 온데 간데 없고 흉금을 털어놓을 만큼 친해진다. 소원한 마음을 녹여주는 밀약(密藥)이라도 첨가한 건가?

찜의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 탕 잘 하는 집이 홍어 요리를 할 줄 안다고 여기는 사람, 뭐니뭐니 해도 홍어회에 돼지고기 삶은 걸 3년 묵은 김치에 싸서 한 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탁주 한 사발 쭈욱 마시는 '홍탁삼합(紅濁三合)'이 최고라는 사람, 애 간장 녹이는 홍어 애(홍어간을 애라고 함) 한 점 얻어먹으려고 주인장 눈치를 살금살금 살펴 어느 때든 다가오면 급습하여 애를 뺏어 먹는 맛이 죽인다는 사람, 홍어 코 부위가 제일이라는 사람, 덜 삭힌 것 먹으려면 무슨 아까운 돈 낭비하여 먹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 시큼하고 매콤하게 무채와 미나리 넣고 오이 채 절여 고춧가루 푹푹 풀어 컬컬하게 무친 무침을 찾는 사람 등 기막힌 요리를 각자 입맛과 취향에 따라 즐긴다. 여기에 세상사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신당동에 가면 찜을 특이하게 해줍니다. 삭힌 홍어에 양배추와 절구로 찧은 고춧가루를 넣어 '화~' 한 맛이 더하고 깔끔하지요.
신당동에 가면 찜을 특이하게 해줍니다. 삭힌 홍어에 양배추와 절구로 찧은 고춧가루를 넣어 '화~' 한 맛이 더하고 깔끔하지요. ⓒ 김규환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홍좋사모> 결성과 활동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김규환)' <홍좋사모>는 작년 12월 8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홍어탕 그 독특한 맛에 흠뻑 빠졌다"(부제: 어디 홍어탕 잘하는 집 없소? 02. 12. 4일자) 기사를 보고 1차 번개모임 개최와 동시에 카페(cafe.daum.net/hongaclub)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된 동호인 모임이다.

이후 <홍좋사모> 회장과 흑산도 현지에 사는 자료실장 이영일 님(아이디 흑산도)의 방송 3사 취재를 돕고 <홍좋사모>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대표 일꾼을 흑산도에 파견하기에 이른다.

다 열거하기도 힘든 주요 회원의 지속적인 관심, 홍어 관련 기사 8개에 힘입어 5개월을 앞둔 시점에 회원 625명(2003. 5. 1 현재)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전통음식 동호회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중 해외에서도 고국에 오면 참석하고 싶다며 20여명이 가입하게 되었다.

초기였던 작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일에는 대선 특집 호외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던 <오마이뉴스> 편집부를 급습, 회의실을 점령하고 오연호 대표께 술을 권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광화문 밤을 밝힌 일도 있었다.

이후 월 별 <정기모임>과 주 1회 이상 있었던 <번개모임>이 50여 차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지역별모임>도 경기 남부지역에서 이뤄지고 있고 일산지역에서도 그 모임이 추진 중에 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3, 40대가 주를 이루고 20대와 50대가 조금 있으며 60대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빗살무늬토기 엎어둔 둥근 포물선을 그리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렸을 적 한 번이라도 고향에서 먹어봐서 향수를 못 잊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과 인터넷 시대에 적응한 연령대의 참여가 눈에 띈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중심 연령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 음식과 전통 문화의 연결을 위한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데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또한 국내 홍어 관련 정보가 속속 모이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여성 비율은 전체 625명 중 만만치 않은 81명으로 13%에 해당한다.

흑산도에서는 술마신 다음날 홍어앳국을 끓여주는데 파래나 보리싹을 넣어 시원하게 끓입니다. 당연히 애가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흑산도에서는 술마신 다음날 홍어앳국을 끓여주는데 파래나 보리싹을 넣어 시원하게 끓입니다. 당연히 애가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 김규환

온-오프라인 활동이 결합된 <홍좋사모>

<정기모임>에는 초기에는 열 두어 명이 참석하다가 이후 50명까지 모임에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고 부정기 <번개모임>은 마음에 맞는 사람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임을 불시에 만들어 회원 상호간 우애를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 <번개모임>이 많이 열린 주에는 6번이나 치러졌고 동시에 세 곳에서 진행된 일도 있다.

교수, 교사, 주부, 부동산중개인, 농어업인, 자영업자, 사업가, 회사원, 기자, 만화가, 생활설계사, 홍어 중매인, 홍어 요리집 주인, 대학생 등 대부분의 직업을 망라하고 있다.

<게시판>은 기본게시판, 정기모임추진위원회, 어촌회의실, 이 집 참 잘 하더라, 홍어 경매장, 가고픈 고향 사이트, 白鵝 김규환의 잃어버린 고향풍경, 회비 수납처 등으로 구분돼 있다. 꼬리말의 경우 최대 100개까지 달릴 때도 있고 평균 6명 이상이 접속해 있는 상태다.

사진을 올리는 <자료실>은 기본자료실과 홍어사진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홍어 관련 사진이 부위별 종류별로 올라 있으며 <소모임>은 경기남부지역모임과 해외동포모임, 흑산도·영산포·목포 등 전라도 현지모임으로 구분된다.

온라인 카페에 동을 뜬 사람이 주축이 되어 1시간 이내에 번개가 가능한 모임, 번개 참석 요건은 따로 없이 정회원 이상이면 누구든 각자 회비 들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카페, 자신이 참여해 보고 친구나 부인을 참여시키는 모임, 평소 외국산 홍어를 먹다가 정기모임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회원들이 2~3천원 더 갹출하여 국산 흑산도 홍어를 주문하여 직접 요리를 해서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해 보자.

실제 한둘이 배불리 먹으려면 최소 4만원 이상씩을 가져와야 되나 인원이 많아질수록 2만원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까지 볼 수 있고 같이 얘기 나누며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기모임> 중. 인원이 너무 많아 아래 홀과 2층 주인집을 차지했습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기모임> 중. 인원이 너무 많아 아래 홀과 2층 주인집을 차지했습니다. ⓒ 김규환

일산지역 <번개모임> 5월 2일 오후 7시 개최

닉네임 '설원당', '난나', '홍탁삼합', '들풀' 님 등이 개최하는 오늘 일산지역 번개는 2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흑산홍어 2마리를 구입하여 직접 요리를 해오고 직접 담근 동동주와 고양지역 막걸리가 준비되는 등 만반의 준비를 완료하고 모임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모임은 야외에서 첫 모임을 갖는 특별한 자리다. 열성 회원들은 각자 혼자 먹어도 아까운 술-두견주(杜鵑酒)와 5년 숙성한 매실주, 난향주(蘭香酒) 등을 들고 나와 나눠 마시며 흥겨운 자리를 연출할 것이다.

입천장이 확 벗겨지고 혓바닥 껍질마저 한 꺼풀 벗겨버리며 탕 한 숟갈에 코와 목구멍이 탁 막혀버리는 무지막지하고 삭히면 삭힐수록 제 맛을 내는 생선이어서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썩힌 것이라 오해하기 쉽상인 음식을 맛보고 싶은 자, 암모니아 내음을 맡으며 고향의 맛을 보고 그 톡 쏘는 맛에 빠져 보고 싶은 자 모두 일산으로 오라.

일산지역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설원당 님께 들어본다
흑산 홍어를 날라와 야외 번개를 치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차질 없이 잘 되고 있어요. 홍어는 며칠 전 올라와서 푹 잘 삭고 있죠. 겨울철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여름으로 넘어가는 철이라 금방 삭아요.

-요리는 직접 하십니까?

저도 홍어요리는 부위별, 종류별로 모두 소화해 낼 수 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2마리 준비했는데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야외에서 이런 모임을 한다는 게 이채롭군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이젠 밖에서 풀어줄 때 아닌가요? 모임에 열성적인 분들이 오래 전 제안하셨지만 일산지역에서 먼저 해보고 싶었어요. 이제 먹는 것도 축제 분위기가 필요해요. 더우기 더 이상 안에서 숨어 먹을 일없는 당당한 음식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바쁘실 건데요?

종부로서 할 일은 많지만 그래도 회원님들 한 번 뵙고자 마련했습니다. 저 혼자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뭘…. / 김규환

2차로 맥주집에 가서 시원한 호프 한 잔 즐길 때에라야 얼굴을 편히 대하고 발을 쭉 뻗을 수 있답니다.
2차로 맥주집에 가서 시원한 호프 한 잔 즐길 때에라야 얼굴을 편히 대하고 발을 쭉 뻗을 수 있답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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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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