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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과 국방부가 전 특조단원의 의문사위 조사관들에 대한 '총기협박'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와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양측의 공방이 국방부 특조단의 수사 재은폐 의혹 제기와 동떨어진 '곁가지' 논란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 사건의 발단은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즉, 지난 2002년 국방부 특조단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 인길연 상사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자료를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입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1)국방부 특조단의 '재은폐' 의혹 2)정 사령관의 '협박 발언'-인길연 상사의 '총기 협박' 의혹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총기협박'과 그 배경 규명이 문제의 핵심

하지만 13일 이후 국방부와 인 상사측은 '(인 상사가) 권총이 아니라 가스총을 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 부인을 폭행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현 정권의 실세를 거론하며 회유·협박했다'는 등 본질적인 사안과는 다소 부차적인 문제들을 거론하며 반격하고 있다.

다시말해 권총이건 가스총이건 인 상사가 대통령 소속 조사관들에게 현역 군인이 총기를 쏘며 수갑을 채운 사실, 그리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이 사건의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군의 한 관계자도 "'곁가지'를 가지고 이번 논쟁이 확전되고 있다"면서 "본질은 국방부 특조단이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재조사하면서 미리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끌고갔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이 수사 자료를 소장하고 있고, 이것을 뺐기면 '나 죽는다'고 소리치는 모습은 그만큼 뭔가 흑막이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현행범이라는 것은 현장근접성 등이 있어야 하는데, 즉, 물건을 훔치고 도망가는 사람을 부득이하게 잡아야할 때 등에 적용돼어야 하는 데 이번 사건이 그런 요건에 충족되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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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먼저 알리면 다 죽어" - "그런 말 안했다"

의문사위가 제기한 의혹과 '총기 협박'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국방부 특조단 조사관이었던 인아무개 상사가 지난 2월 26일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관들을 향해 권총 1발을 발사하며 협박했던 장소.
ⓒ 의문사위
▲국방부 특조단, 허원근 사망사건 재은폐 의혹

의문사위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02년 8월말에 구성됐던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는 특히 "허 일병의 총상은 3군데이지만 총성은 2발밖에 들리지 않았고, 탄피는 2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국방부 특조단은 총성이 3번 들렸다고 왜곡했고, 현장에서 탄피 3개가 모두 발견되었다고 억지주장을 하며 총번 수정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 "특조단은 사건 현장과 관련한 중요 진술을 무시했고, 위압적인 방법으로 번복하도록 했다"면서 당시 중대본부원들의 특조단 진술 내용과, 허 일병 부검의사의 진술 번복 유도 내용을 공개했다. 의문사위는 이어 "전 국방부 특조단장은 임기 후에도 지속적으로 2기 의문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을 간섭하고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관련 국방부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문사위가 제기한 구체적인 의혹에 대한 입장보다는 "허원근 사망사건의 본질은 자살이냐 타살이냐에 있는 데 의문사위는 본질과는 달리 특조단 조사 과정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 특조단장인 정수성 1군사령관의 '협박발언' 의혹

지난 3월6일 의문사위 조사관 4명은 정수성 사령관의 요청으로 방배동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의문사위는 이 자리에서 정 사령관이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정 사령관의 한 측근은 지난 7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의문사위의 조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알려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죽이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인 상사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정 사령관이 '죽이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2일 오전 두번째 전화통화에서는 "(정 사령관이) 웃으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고, 이에 조사관 한명이 '장군님 그런 말씀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대꾸하기도 했다"고 번복한 뒤 "하지만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협박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권총인가, 가스총인가

의문사위측은 지난 2월26일 오후 7시경 대구 시내에서 만난 인 상사는 '권총'을 발사한 후 조사관들에게 수갑을 채웠고 밝혔다. 하지만 인 상사는 조사관들이 멱살잡고 협박해 위협을 느껴 '가스총'을 발사한 뒤 주거침입, 절도 현행범을 체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권총이든, 가스총이든, 대통령 소속 의문사위 조사관들에게 총기를 사용, 위협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설령 가스총으로 위협을 가했다고 하더라도, '협박' 사실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실질조사' 차원에서 인 상사의 집에서 자료를 가져온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최종적으로 내려지지 않았다.

▲인길연 상사 부인 폭행 여부

국방부측은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의 자택에 불법 침입해 부인을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뒤 강제로 자료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3일 오전 의문사위측이 공개한 당시 정황을 담은 녹취록에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부인의 협조를 얻어 자료입수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인 상사는 의문사위의 자료 압수는 주거침입과 절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문사위는 위원회법 제29조 3항에서 '위원회는 의문사 사건의 증인이나 참고인의 보호, 관련된 증거 또는 자료 등의 확보 또는 인멸의 방지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지조사 차원에서 진행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조단 자료를 왜 인 상사가 개인 집에 보관했나

의문사위는 인 상사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는 허 일병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한 공적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문사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자료는 인 상사가 비록 조사단원의 일원이었다고 해도 그의 개인집에 보관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 상사가 공적자료를 공적 시설이 아닌 곳에 개인집에 보관했다면 이는 공문서 관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일단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자료를 특조단에서 보관하지 않고 인 상사 개인집에 보관하게 된데는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인 상사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단순한 개인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의문사위는 총기협박 사건 이후 인 상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그로부터 당초 압수했던 자료를 4월경 되돌려 받았다. 하지만 의문사위측은 "인 상사가 '국방부 특조단 수사 당시 녹취록과 관련 디스켓을 파기했다'면서 이를 제외한 채 서면 자료만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문사위 조사관들은 인 상사에 대해 회유·협박했나

인 상사는 12일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의문사위의 조사관은 대구 소재 다방에서 '인 수사관, 이 기회에 옷을 벗으시오. 내가 국가인권위 4급 공무원으로 특채시켜 주겠소. 나 그 정도 능력있는 사람이오'"라고 말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인 상사는 또 "의문사 조사관은 '나도 대구 출신이오. 혹시 노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000씨 얘기 들어봤소. 그 분이 내가 가장 친한 형님이자 00대 선배요. 일단 걱정말고 옷벗고 나와서 우리 의문사위에 들어와 함께 허일병 사건 해결하고, 내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 도움을 주겠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관련 의문사위 박종덕 조사3과장은 "인 상사가 소지하고 있던 자료를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겪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 관계자에 대해 말한 적은 있지만, 000 수석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 "특채를 확실하게 약속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과장은 또 "인 상사에게 자료를 되돌려주고 난 뒤 '괴로워하지 말고 군복 벗을 각오로 협조해달라, 위원회에 4급 조사관으로 오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의문사위원회법 29조 4항에는 위원회는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거나 증거 자료 등을 발견 또는 제출한 자에게 필요한 보상, 또는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피해를 입게되면 최대한 지원 노력을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설령 가스총이라고 해도 '위법'이다"
민변, 의문사위 '총기협박' 사건 철저 조사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이석태. 이하 민변)은 13일 성명을 내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직원들에 대한 총기협박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이날 성명에서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현역 군수사관이 현행범 체포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공무를 수행하고 있던 공무원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협박했다는 발표내용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총기를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한 행위이며 이는 가스총이라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또 "의문사위원회법은 의문사위 직원을 폭행, 협박하거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진상을 철저히 밝힌 후 엄중히 처벌되어야 한다"면서 "전 국방부 특조단장이 의문사위 직원을 협박하고 업무수행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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