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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그럼 그렇지!'

경강상에서 나온 옴 땡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뒤를 누군가 밟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천천히 걷던 옴 땡추는 사잇길을 만나자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몰래 뒤를 밟던 끔적이는 놀라며 옆에 있던 개똥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옴 땡추를 뒤쫓았다. 옴 땡추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더니 인적이 뜸한 곳에서 급기야 끔적이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보게!"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끔적이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팔에 따끔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끔적이가 보니 작은 침이 박혀 있었다. 동시에 키 작은 사내와 콧수염 땡추가 사내 서너 명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그간 잘 있었나? 다시 보자 헤어져야 할 때가 온 듯 하네."

끔적이는 벌써부터 저려오기 시작하는 팔을 가누며 맨 앞에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는 사내를 걷어찬 후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라! 저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끔적이의 팔에는 점점 감각이 없어지고 정신마저 흐려지기 시작했다. 뛰면서 숨이 차 오르자 침에 발라 있던 독이 점점 더 빨리 퍼지는 탓이었다.

"정신차리게!"

끔적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백위길이 흐느적거리는 그의 몸을 잡고 있었고 개똥이와 박팔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놈들은......?"

"그 놈들은 우리가 나타나자 도망쳐 버렸소. 어서 의원을 찾아 가야하오."

백위길은 끔적이를 들쳐 엎고서는 근방에서 용하기로 유명한 의원 유개광의 집으로 찾아갔다. 유개광은 끔적이의 맥을 짚어보고 독침에 맞은 자리를 살피더니 한숨을 쉬었다.

"전에도 딱 한번 본적이 있는 위험한 독인데 증세를 보니 몸조리만 잘하면 용케 큰 탈은 나지 않겠소이다! 함부로 운신하면 팔을 쓰지 못 하거나 목숨마저 위험할 터이니 한 보름간은 여기에 있는 것이 낫겠소."

"전에도 본 적이 있다하셨으면 급히 낫게 할 좋은 약도 있을 것이 아니옵니까?"

유개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독은 매우 희귀한 것이오. 그때는 사실 죽은 사람을 관찰한 것인 데다가 이 독을 본 지도 오래되었소이다."

그 때 밖이 떠들썩하더니 큰짐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그때 같이 다녔던 사람이 왔구려."

백위길이 문틈으로 바라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순보였다. 포도청에서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으나 뜻밖의 곳에서 마주치는 터라 백위길은 반갑게 그를 마주했다.

"이포교님! 여긴 어인 일이옵니까?"

"이거 백포장 아닌가? 이제는 포교도 아니니 그냥 이씨라고 하게나. 요즘은 약재상 일을 하며 재미를 붙여나가고 있네만. 자네는 어떤 일로 여기 왔는가?"

백위길은 자초지종을 다 밝혔고 얘기를 들은 이순보의 얼굴은 괜한 소리를 물었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창백해지고 말았다.

"내 자네에게 따로 한 마디 해도 되겠나?"

이순보는 백위길의 옆에 있는 개똥이와 박팔득을 보고서는 슬쩍 말을 던졌다. 밖으로 나온 백위길에게 이순보는 간곡히 말했다.

"자네가 이제 포장의 지위까지 올랐으니 하는 말인데 포교일을 계속하고 싶거든 이런 일에는 관여치 말게나."

"그게 무슨 소리옵니까?"

백위길의 반응에 이순보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박선달이 어떤 사람인지 전에 한번 겪어 보지 않았나? 궁중의 하속들이 포도청을 습격한 일도 결코 그와 무관하지 않을 걸세. 내가 포장 자리를 맡은 뒤 그런 일이 생기자 떠난 이유를 정녕 모르겠던가?"

백위길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 이포교님과 다르옵니다. 게다가 박선달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꾸미는지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다만 지금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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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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