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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기습적으로 서울시 교육청(교육감 공정택)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공동대표 김경애)는 21일 오전 11시 농성 중인 종로구 송월동 서울시 교육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교육청 특수교육예산 확보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시 교육청의 장애인 교육은 죽었다”

▲ 250여명의 장애학생 부모들이 서울시 교육청은 죽었다며 소복을 입고 집회를 하고 있다.
ⓒ 이철용
‘근조 서울시교육청’‘서울시 교육청의 장애인 교육은 죽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아동 부모 200여명 등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장애학생 부모들은 서울시 교육청의 교육이 죽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200여명이 하얀 소복을 입었고 가슴에는 ‘근조’라는 검정색 리본을 달고 참가했다.

▲ 대형 현수막에는 '근조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 교육청의 장애인 교육은 죽었다'가 쓰여 있다.
ⓒ 이철용
노들장애인야학 김기룡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결의대회는 “교육차별 외면하는 교육청은 각성하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시작되었다. 민중의례와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래가 울려지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많은 학부모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첫번째 발언에 나선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비장애인은 학교를 골라서 가는데 우리는 학교와 학급이 없어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장애를 탓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인데 우리의 생명은 짓밟혀 왔다. 혼자 눈물을 삭이며 부모를 탓하며 살아왔다”고 말하며 장애인들이 철저하게 교육 현장에서 배제되어 왔음을 역설했다.

박 교장은 “이제 내 탓이라며 살지 맙시다. 우리가 왜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장애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장애인 교육권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경남, 서울에 이어 경북, 대구에서도 ...

▲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
ⓒ 이철용
이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교육권 쟁취와 관련한 투쟁보고를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이 보고했다. 도 집행위원장은 교육청을 상대로 한 투쟁이 10월 6일 울산교육청을 시작으로, 12일 경남도교육청 삭발 천막농성, 18일 서울 천막농성에 이어 경북과 대구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교육청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 7, 8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일 때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의한 내용을 정작 집행과 실행기관인 교육청에서 정책에 반영을 하지 않아 특수교육진흥법에 보장된 장애인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싸움은 전국적으로 끝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상임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오늘 여성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을 보며 느낄수 있었다. 나의 부모도 장애를 가진 나를 가질 줄 몰랐을 것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이 세상 어떤 부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서 싸워야 하는가?”라는 말로 장애가 개인의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규탄하며 여성들의 싸움을 통해 장애인 교육 차별을 무너뜨리자고 말했다.

“장애인도 교육받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
ⓒ 이철용
이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연대사를 통해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고 가슴이 치밀어 오른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은 당연한 권리인데,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고 세금을 내서 국가를 유지하는 것인데 유독 장애인만 배제하는 것이 무엇인가? 장애인도 교육을 받아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고자 하는데...”라는 말로 장애인도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김 소장은 “오늘 우리의 싸움이 10년 후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가 받을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에 임하자”는 말로 부모들을 독려했다.

결의대회에서는 장애학생의 부모들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중3 뇌성마비 아이를 둔 박미순씨는 “우리 모두는 장애아이들과 살아온 과정을 책으로 쓴다면 10권도 모자를 것이다. 우리 아이를 올바르게 교육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하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이럴 수 있는가?”라는 말로 정부의 무성의를 강하게 성토했다.

박 씨는 “오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심사를 특수교육보건원에서 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창덕여중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는데 집회 후 가야한다. 가지 않으면 진학 대상자에서 제외된다”고 밝히고 “그런데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심사한다고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주말이나 수업에 지장이 없는 시간을 택해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탁생 행정을 꼬집었다.

“죽음으로 아이들의 미래가 나아진다면”

▲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최숙 공동대표
ⓒ 이철용
장애인참교육학부모회 최숙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 특수학교 엄마는 없다. 그들이 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온다”는 말로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의 심정을 전했다. 채 공동대표는 “우리가 상복을 입었으니 말이 필요없다. 소복을 입은 우리가 죽음으로 아이들의 미래가 나아진다면 우리가 죽자”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문화노동자 연영석씨의 공연이 이어졌고 서울시 교육위원인 안승문씨가 나와서 입장을 밝혔다. 안 교육위원은 “오늘부터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시작하는데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일을 부모님들이 하셔서 미안하다”는 말로 사과를 한 후, “다음 주에 예산을 심의하는데 최대한 예산 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희망을 갖고 부모들도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부위원장과 전교조 서울시 지부장의 발언에 이어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김경애 공동대표는 “여기 와서 많이 울었다. 나는 지독하게 강한 줄 알았는데 오늘 집회장에 와서 여러분을 보며 또 다른 내가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에 울 수밖에 없었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공동대표는 “오늘도 서울시 교육청은 학급이 없다는 이유로 심사를 통해 아이들을 마음대로 배치하고 있다.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서 특수교육의 길을 가야 한다. 함께 할 수 있죠?”, “여러분 매일 와주십시요. 천막을 지키는데 15명이 외롭게 싸우는데 밖에서 소리로 격려해 주십시요. 여러분과 함께 살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동참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어 모든 참가자들이 기립한 가운데 전교조 서울시지부 윤종기 특수교육위원장의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현재 서울시 교육청이 고입 특수교육 대상자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중학교 특수학급 졸업정원에 비해 고등학교 특수학급 입학정원이 부족하고 지역도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집회에 참가자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철용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날 결의문에서 ▲장애인교육예산 6% 확대 ▲유치원 특수학급 증설 ▲고등학교 특수학급 지역구별 설치 ▲특수교육보조원 확대 배치 ▲모든 특수학교에 전공과 설치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담인력 배치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운영 정상화 ▲장애성인교육기관(장애인야학) 전면 지원 등의 8개 사항을 요구했다.

집회 후 거리행진, 경찰 저지로 200여미터 앞 좌초

▲ 집회 후 참가자들은 거리 행진을 통해 서울시 교육청의 장애인 차별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 이철용
결의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12시 45분부터 교육청 앞 도로를 이용해 행진을 벌였다. 방송 차량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소복을 입은 학부모들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 200여명은 도로를 따라 광화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200여m 행진이 지나 대오가 강북삼성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경찰 병력은 도로를 막고 행진을 저지했다.

경찰의 저지에 막힌 대오는 도로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고 경찰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시 대치가 지속되자 대오의 우측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저지선을 뚫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이 시작되었고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애인들과 경찰의 몸싸움에 일부 학부모는 사람이 다친다고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경찰은 대형 경찰차량 2대를 경찰병력 뒤편에 배치시켜 대오를 원천봉쇄했다. 이에 흥분한 소복의 학부모들이 경찰과 저지선을 뚫기 위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저지선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집행부는 다시 대오를 반대편으로 돌려 서울시 교육청을 향했다.

▲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던진 조화가 서울시 교육청 안에 떨어져 있다.
ⓒ 이철용
오후 1시 10분 다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 집결한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하얀 국화꽃을 교육청 안으로 던지며 "서울시 교육청은 죽었다"고 소리쳤다. 집행부는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권연대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계속적인 농성과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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