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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
ⓒ 권우성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 이하 사개위)가 그간 군 지휘관의 입김에 휘둘려온 군 사법제도를 일대 혁신할 수 있는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창군 이래 처음있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개위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비견되는 군 지휘관들의 관할관 확인권과 '법률 문외한'인 지휘관들에게 재판 권한을 부여한 현행 심판관제도도 폐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개위는 또 일부 군 지휘관들이 부대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해왔던 군 검찰권을 독립시키고, 군 내부에서 '공룡권력'으로 비판받아 온 기무·헌병의 수사권을 군 검찰이 지휘할 수 있도록 제동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29일 대법원에서 열린 사개위 제25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사개위의 이같은 안은 향후 구성될 대통령 산하 추진집행기구에서 다시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이번 결정 자체로도 획기적인 것이다.

특히 사개위의 이같은 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개혁안을 열린우리당도 올해 안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어서 군 사법개혁을 둘러싼 움직임이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군 검찰 독립의 필요성과 관련, 야당도 별 이견이 없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착수부터 재판까지 지휘관 결재받아야

사실상 그간 군 비리 수사 및 재판에서 지휘관들이 '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 검찰은 수사 착수 여부에서부터 피의자 소환조사에 이르기까지 사단급 이상 군부대 지휘관들의 '결재'를 받아야만 했고, 이로인해 비리가 은폐되거나, 봐주기식 수사가 진행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군 범죄사건을 초등수사하는 헌병은 그 결과를 부대장에게 지휘보고하고 이 과정에서 관련자의 처벌수위 등이 정해지기 때문에 군 검찰은 사실상 들러리 역할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현행 군사법원법에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상관'이 누군지 불명확해 군 검찰이 헌병·기무에 대해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사단급 이상 군부대 지휘관은 군사법원의 형사재판에 대해 '확인조치권'이라는 이름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왔다. 이른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지휘관의 '자의적 잣대'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인 관할관 확인권이 주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지휘관의 '사면권'이 대통령의 사면권보다 세다는 황당한 지적도 받아왔다.

또 현행 심판관제도는 군사법정에서 일반장교인 심판관이 군 판사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사법적 판단을 결정하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이로 인해 심판관들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청탁이나 압력에 노출돼 더러 논란이 돼 왔다.

'사법권=지휘권', 군 수뇌부는 혼동 말아야

결국 군 검찰 수사단계에서부터 군사재판에 이르기까지 군 사법권이 지휘관에 의해 사실상 '통제'를 받아왔던 것이다. 따라서 군 수뇌부는 자신들이 군을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군 검찰권이 독립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왔다.

지난 8월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은 육군본부에서 열린 일참회의에서 부하 장성들을 향해 "성우회(예비역 장성들의 모임)를 동원, 로비를 해서라도 (군 사법 개혁을) 막아라, (법무감 대리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사개위와 최재천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면서 막아라, 군 검찰을 각군 총장 밑에 두도록 로비를 하라"라고 말한 것도 군 검찰 독립에 대한 군 수뇌부의 불쾌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이 때 남 참모총장이 군검찰 독립 문제와 관련해 "군검찰을 국방부 산하에 두는 것은 인민무력부 내 정치보위부 정치군관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군 지휘권을 뒤흔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언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파문이 일기도 했다. 군의 수뇌부가 사법권을 지휘권과 혼동하면서 파생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사개위의 결정으로 여당은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등 군사법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나서서 군 검찰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법이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개위의 이번 결정이 제도화로 이어진다면 군 사법이 '지휘관 사법'이라는 딱지를 떼고 명실상부한 '사법'으로 제 위상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불신을 받아온 군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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