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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항명'이란 정당한 명령에 불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명령은 구체적이어야 항명죄가 성립된다.
최근 국방부가 보직해임 요청서를 낸 군 검찰 간부 3명에 대해 항명 또는 명령위반죄로 중징계하거나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군장성 진급비리 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군 검찰에 대해 군 수뇌부는 대체 어떤 명령을 내렸고, 또 이에 대해 군 검찰은 어떤 방식으로 항명했다는 말인가.
'군 장성=성역'을 인정하라고?
군 검찰의 임무는 성역없는 수사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5일 윤광웅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군 검찰이 공정하다면 어떠한 제한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말한 것도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광웅 국방장관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의 L준장과 인사검증위원인 J대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결재를 거부했다.
J대령은 진급심사 자료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일 구속수감된 육본 C중령이 '윗선이 시켜서 했다'고 시인하면서 지목한 인물이다. 문서 위조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관은 구속할 필요가 없고, 상관의 지시를 받고 그대로 행동한 하급 장교는 구속되는 이 황당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군 장성 진급심사위원 17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군 수뇌부는 군 검찰에게 이들 심사위원들을 소환하지 말고 방문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군 장성=성역'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군본부측에서 소환되어 온 인사들의 태도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그들 가운데는 군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힘들다며 조사실을 박차고 나가버리거나, 또는 피조사가가 '난 몇 시까지 (조사실에서)나가야 되니까, 그 때까지만 조사하라'고 말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항명한 것인가
그렇다면 군 장성들의 '성역'을 인정하라는 이같은 '명령'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그 대답은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그런데 대체 누가 '항명'한 것인가.
보직해임 요청서를 낸 군 검찰 간부 3명을 항명죄로 다스린다면 이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군 장성들 눈치나 봐가면서 수사를 대충 마무리하라는 군 수뇌부의 '지시'는 정당한 명령이라고 보기보다는 군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빙자한 부당한 외압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실 군 검찰의 진급비리 의혹사건 수사는 이미 거의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법처리 수순만 밟으면 된다는 얘기다. 진급비리 사건의 모든 증거와 자료를 군 검찰이 이미 다 확보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게 공개될까봐 수사대상인 육군본부와 군 수뇌부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군 검찰이 아니라 윤광웅 국방장관이다. 윤 장관은 수사기관을 향해 '성역'의 실체를 인정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또 윤 국방장관은 일부 언론이 퍼뜨린 악의적인 루머만 난무한 상황을 불식시키기 위해 군 검찰 수사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 길만이 군의 기강을 세우고 '개혁 사각지대'로 불리는 군의 개혁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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