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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 업체 현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9일 오전 10시30분 한국국제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모터쇼 개막식 참석을 위해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를 찾았던 시각인 29일 오전 10시 30분.

'자동차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화려한 폭죽이 터지며 축제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무렵, 한켠에서는 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텅빈 거리를 향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대조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서울 모터쇼를 환영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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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자동차, GM대우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현지 공장에서 올라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은 이 시각 한국국제전시장 정문 앞에서 이같은 구호를 외치며 초대받지 못한 자신들의 설움을 토해냈다.

또한 이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자녀도 비정규직', '현대·기아, GM대우 자동차에는 비정규직의 설움과 눈물이'라고 적힌 팻말과 현수막을 들거나 내걸고 완성차 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구권서 민주노총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화려한 초호화판 축제의 이면에는 불법파견과 이중착취, 폭력적 노조탄압으로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는 수만명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다"면서 "이들을 쥐어 짜낸 돈잔치가 꿈의 자동차 축제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구 의장은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1만명의 불법파견이 있었다고 판정했고 지난 13일에는 GM대우차 창원공장 843명의 비정규노동자들 또한 불법파견 판정을 했다"며 완성차 업체의 불법파견 실태를 고발했다.

특히 구 의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야심적으로 내놓는 그랜저 후속모델과 기아차 카니발 VQ, GM대우차가 6월부터 판매할 대형차 스테이츠맨 등이 선보이는데 이 화려한 신차 뒤에는 신음하며 고통받는 수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있기에 이 모터쇼를 환영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연설을 위해 기자회견장을 찾은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전세계 173개국의 자동차 생산공장 대표주자들이 꿈의 축제를 펼친다니 우리도 함께 즐기고 싶다"며 "하지만 내 조국 재벌은 수만명의 피고름을 짜내며 명차랍시고 내놓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고 완성차 업체들을 성토했다.

오 의장은 "정몽구 회장 한명이 주식을 통해 벌어들인 3333억원 가운데 1/3인 1200억원만 들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면서 "자본과 권력만 상생할 것이 아니라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도 상생하게 해 달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행사장 안내를 위해 전시관으로 향하던 도우미들은 "전 도우미인데요"라며 이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뿌리친 채 서둘러 행사장으로 뛰어갔다. 참관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일반 관람객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더니 이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한편, 같은 시각 전시장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2005 서울 모터쇼'가 크게 성공해 프랑크푸르트나 디트로이트 모터쇼처럼 세계적인 모터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서울 모터쇼 조직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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