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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 짱뚱어다리. 472m의 이 다리는 갯벌에 세운 대형 인조물치고는 모양과 용도에 있어서 성공사례로 보인다. 여행객들이 백합을 캐어 돌아오고 있다.
ⓒ 최성민
6월 28일 텔레비전 뉴스는 일제히 장맛비로 불은 물을 타고 청계천에 들어온 잉어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몇 십년 만에 돌아온 잉어를! 아니나 다를까 어김없이 그물로 잡아대는 모습이 이어졌다. 구경꾼들이 손뼉을 친다. 대단한(?) 일이다. '용감한 시민상'감이 아닐까?

야생동물 마구잡이에 거리낌 없는 나라

세계 여러 여행지를 가 보면 한국만큼 너나없이 야생 동식물을 학대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해변, 파리 상젤리제 가로수길, 도쿄 도심 공원에 가면 날아가던 야생 새들이 간식을 먹는 사람 가까이에 내려와 앉는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서산간척지 간월호나 겨울 한때 세계 가창오리의 거의 전부가 날아와 월동함으로써 세계 제일의 철새관광자원이 되기에 충분한 해남 고천암호에선 새들이 사람에게 1~2km 이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상이나 거동만 봐도 (한국)사람들이 자기(새)들에게 얼마나 적대적인지 아는 모양이다.

피서철이 되면 텔레비전이 아침저녁으로 보여주는 여행 단골메뉴가 있다. 전국 계곡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물을 들고 훑는 모습이다. 체험학습이라 하여 민물고기 잡는 행사를 하는 환경운동단체도 있다. 친정에 돌아온 산모연어 맨손으로 잡아 죽이는 겨루기를 축제행사로 벌여 (알 밴 연어를 그렇게 마구잡이하는 한편 치어 방류량이 모자라) 세계연어협약에 가입을 못함으로써 (공해상 연어어업권 참여 배제로) 비싼 연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나라는 또 어디인가.

선진국의 자연보호가 그냥 된 게 아니다. 낚시를 면허제로 하여 크기와 마릿수까지 제한한다. 외국 관광선진국에 진도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바닷길이 나온다면 조심스레 지나가면서 생태를 구경만 하도록 하지 모두들 호미 들고 바닷길을 파헤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도시생활의 '자연 결핍증'이 자연체험여행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자연체험이란 것이 되는 대로 포획해 삶아먹거나 채집해 만져봐야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야생 동식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 정도에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만나보고 마음으로 교감을 나누는 성실함과 관용이 필요하다.

조개 중의 조개, 백합 캐러 가는 길

그러나 이런 풍요로운 자연에서의 체험은 훼손 걱정이 없고 그곳에 사는 시골사람들의 삶과 교류하는 효과가 있겠기에 소개한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만 있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서 외국 관광객을 부를 수 있는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즉 우리가 남태평양 피지나 인도양의 몰디브 또는 만년설의 알프스나 록키산맥, 그리고 러시아 상페테르부르그에 가는 이유처럼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만나기 위함이다.

한국에만 있는 광활한 갯벌, 그 한가운데로 뻗은 멋들어진 다리를 지나 조개 중의 조개 백합을 캐러 전남 신안군 증도라는 섬에 가보자.

▲ 짱뚱어다리 위에서 본 증도 갯벌. 광활한 갯벌에 난 수많은 구멍들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최성민
한국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태평양을 향해 죽 뻗어내린 백두대간에서 물줄기들이 비롯되고,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이 부려놓은 뭍의 영양소들이 결집돼 있는 곳, 거기서 맛의 원천 천일염이 나고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게와 조개와 생선과 해조류가 난다. 어디 뭍의 평야지대에서 그토록 많은 종류의 탐스런 먹을거리가 나던가.

사실 우리나라 뭍에서는 지평선 보이는 곳이 없지만 전북 고창 선운리 갯벌에 가면 썰물 때 갯벌 지평선이 보인다. 서해안 갯벌은 그렇게 광활하고 기름진 풍모로 우리 삶의 중요한 얼개를 꾸려왔다. 서해안 갯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정서를 만들어준 갯벌과 갯벌의 먹을거리들이 간척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일을 큰 재난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갯벌-맛난 음식의 보고이자 '~벌'이라는 말이 주는 광활함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기대감을 증도에 안고 가도 된다. 증도는 여행자를 위해 있는 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질이 좋은 해수욕장, 한국 최대의 단일 염전, 다른 섬에서는 사라진 독살, 백합조개가 모여 사는 드넓은 갯벌, 거기에 신안 해저유물이 나온 앞바다, 섬 특유의 민속인 초분 등, 눈요깃감, 먹을거리, 그리고 자연과 공동체 삶의 어디쯤에 있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는 소재가 잔뜩 기다리고 있다.

▲ 여행객들이 캐낸 백합.
ⓒ 최성민
무엇보다도 증도엔 지난 해에 '짱뚱어다리'라는 명물이 들어서 여행객들을 감격케 한다. 짱뚱어다리는 몰디브 해변에서 바다 가운데 방갈로로 이어지는 나무다리(데크)처럼 낭만적이어서 뭍에서 온 이방인들을 흥분시킨다.

1시간에 백합 30~50개씩 캘 수 있어

길이 472m의 나무다리(기둥은 나무와 쇠)가 갯벌을 가로질러 맞은편 갈대가 난 백사장으로 뻗어 있다. 다리 아래는 썰물 때는 끝자락이 아련한 갯벌이 온통 드러나 농게 칠게 짱뚱어들이 하품하거나 영역싸움하는 모습을 다리 위에서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또 물이 차면 472m라는 먼 거리를 큰 바다 위로 걸어 건너는 기분이 여느 강 다리를 걷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앞으로 이 다리 아랫도리를 그물로 막아 개매기(바다물 나들목을 그물로 막아 밀물을 타고 온 고기들을 썰물 때 가두어 잡는 '개막이'에서 나온 말)를 한다고 하니 한국(아마도 세계) 최대 규모의 개매기 장관이 생겨날 참이다.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백합개로 이어진다. 백합은 조개 가운데 가장 깨끗하고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로 먹어도 전복이 따라오지 못하는 걸쭉하고 진한 맛이 난다. 양식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이 백합개는 증도사람들의 큰 수입원이다. 관광객 한 사람이 1시간에 30~50개의 백합을 캘 수 있을 정도로 백합이 많이 난다.

▲ 독살. 일종의 원시 돌그물로 바닷물 나들목을 돌담으로 막아 고기를 잡는 함정어법이다.
ⓒ 최성민
짱뚱어다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독살이 있다. 증도는 큰 바다에 닿아 있기에 이 독살에는 큰 고기도 많이 든다. 찔레꽃향이 퍼지기 시작해서 뻐꾹새 울음이 그칠 때까지는 병어 송어 민어 갑오징어 철이다. 이런 생선은 독살체험으로 직접 잡아볼 수 있다.

병어 송어 민어 잡는 독살체험

또 증도 가는 길 송도 어판장엔 증도 주변바다에서 잡혀 모여드는 생선들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싱싱한 병어는 한 상자에 30마리 드는 것이 맛이 연하고 좋은데 한창 잡힐 때는 10만원 안팎이다. 회는 병어는 된장을, 민어는 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맛이 좋다. 특히 민어는 민어풀(부래)과 배진대기(배옆구리살)를 기름소금 찍어 먹으면 고소하지 그지없다.

송어는 밴댕이의 남쪽 해안지방의 차별성 이름이다. 이쪽으로 알을 낳으러 와 많이 잡힌다. 모든 생선은 산란기 때 맛이 제일 좋다. 소금을 뿌려 구우면 노란 기름이 새어나와 자글자글 익는 냄새가 침을 자아낸다. 송어가 알을 낳고 북쪽(충청, 경기지방) 해안으로 올라가 잡히는 게 밴댕이이다.

▲ 병어(큰 것)와 송어
ⓒ 최성민

▲ 민어
ⓒ 최성민

▲ 닭돔. 전남 갯마을에서는 '딱돔'이라고 부른다. 조림으로 먹으면 맛이 좋다.
ⓒ 최성민
증도 부두 가까이에 140만평(여의도는 60만평)의 태평염전이 있다. 요즘 소금의 50%를 수입품과 공장소금으로 채우는데, 태평염전에서 국산 천일염의 장점에 대해 얻어 들을 수 있다. 우리 천일염은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많아 많이 먹어도 몸 안의 노폐물을 걸러주고 저항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잘 부스러지는 게 국산 천일염이고, 김치 국물이 단 맛이 나면 국산 천일염(중국산 소금은 쓴 맛)을 쓴 것이다.

▲ 증도 태평염전
ⓒ 최성민

▲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길이 12km, 폭 800m의 완만한 해수욕장으로 물먹은 모래밭이 양탄자처럼 걷기에 좋다.
ⓒ 최성민


증도 가기

승용차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나들목으로 나가 해제반도를 지나 지도 송도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탄다. 곧 다리공사가 끝나면 송도선착장 건너 사옥도 지신개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30분~2시간 30분 간격으로 배가 떠난다. 목포역까지 열차를 타고 간 뒤 버스로 갈 수도 있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5. 갯벌체험은 단체를 이뤄 가야 한다. 편하게 가는 여행상품으로는 솔항공여행(02-2279-5959)의 '증도(임자도 1박) 체험여행'이 있다. 백합캐기와 독살체험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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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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