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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방폐장 유지 대상지역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응도 전경(군산시 소룡동).
군산시가 방폐장 유지 대상지역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응도 전경(군산시 소룡동). ⓒ 장재완
"위험한 핵폐기물 처리장을 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갖다 놓으려 하나."(충남 서천군)
"위험하지 않다. 우리 지역에 들어설 시설을 왜 타 지역 동의까지 받아야 하나."(전북 군산시)

핵폐기장 처리장 부지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간 자치단체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18일 군산시의회는 군산시(시장 권한대행 송웅재)가 제출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신청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시도의원 23명이 모여 “낙후된 시 발전을 위해 방사선폐기물 처리장(핵폐기장)을 기필코 유치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웃해 있는 충남 서천군에서 "위험한 핵폐기장이 들어와 친환경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천군민들과 서천 사회단체들이 군산시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양 자치단체간 논란은 군산시가 핵폐기장 유치 부지로 선정한 소룡동 비응도 일대가 충남 서천군 행정구역인 장항(유부도)과 직선으로 7.5km, 서천 시내와도 12km로 인접해 있는 데서 시작된다. 비응도는 군산 시내와도 12km 남짓 거리다.

서천군(군수 나소열)은 “군산시에 핵폐기장이 유치될 경우 다수 군민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웃을 도외시한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차세대산업 군산' - '쾌적·청정 서천'... 둑 하나 사이에 서로 다른 발전전략

군산과 서천은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놓고 마주 보고 있다. 군산-장항을 잇는 대교가 건설된 이후에는 ‘트윈 시티’로 불릴 만큼 시간적, 정서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 하지만 군산과 서천은 중장기 발전전략부터 서로 다르다.

군산시는 자동차 및 부속산업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유치, 양성자 가속기 사업 유치 등 대형 국책사업을 통한 산업발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발전전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천군은 ‘어메니티(쾌적한) 서천’을 내걸고 있다. 한산 모시, 서해안 갯벌, 금강하구 철새, 신성리 갈대밭, 전어·주꾸미 등 다양한 농수산물과 주변환경을 기반으로 지역경제 회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친환경 생태 이미지와 정반대인 군산시의 지역발전 계획으로 우리 군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핵폐기장 건설을 한마디 논의와 협의도 없이 추진해 지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시설을 유치할 때마다 인근 자치단체와 상의하란 말이냐”며 “부안군이 핵폐기장 유치를 추진하면서도 인근 김제군과 상의한 바 없고 법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군산 "서천도 같이 이익 누릴 것"... 서천 "청정지역 이미지 훼손"

전북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추진에 인근 충남 서천군이 발끈하고 나섰다. 서천읍내에 내걸린 방폐장 반대 현수막. 군산시 비응도와 서천읍과는 12km에 불과하다.
전북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추진에 인근 충남 서천군이 발끈하고 나섰다. 서천읍내에 내걸린 방폐장 반대 현수막. 군산시 비응도와 서천읍과는 12km에 불과하다. ⓒ 장재완
자치단체간 갈등은 지역주민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서천군 어민회, 서천군 농민회 등 서천지역 147개 시민단체들은 ‘군산 핵폐기장 유치반대 범서천연대’를 결성하고 군산시와 시의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서천군 어촌계 관계자는 “ 군산시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으로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며 “청정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농수산물이 안 팔리고 관광객이 줄어들면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군산시 주민들과 연계해 결사 투쟁해 반드시 핵폐기장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에서 새 산업이 일어나면 서천군민들이 같이 이익을 누릴 수 있고 먹고살 방법도 늘어나지 않겠냐”며 “잘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막연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까닭을 모르겠다”고 되받았다.

양 자치단체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갈등조정 장치인 군산-서천 행정협의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전북-충남 교류협의회가 열렸지만 양측 입장만을 되풀이하다 헤어졌다.

이에 따라 군산시는 이달 안에 산업자원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 일찌감치 오는 11월 예정인 주민 찬반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군산지역 한 지역신문사의 지난 5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군산시민의 40.5%가 방폐장 유치에 찬성하는 반면 반대 30.1%, 유보 29.4% 등으로 나타났다.

군산시청
군산시청 ⓒ 심규상
"정부가 싸움 부채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것"

지난 해부터 군산시의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벌여온 '푸른서천21' 이억수 사무국장은 정부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이씨는 “정부가 상금을 걸어 방폐장 유치경쟁을 붙여놓고 뒷짐을 진 채 싸움 결과만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며 “한마디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산”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방폐장이 거론되는 지역마다 주민들간 내부분란과 갈등의 골이 패일 대로 패이는 등 지역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은 “정부가 충분한 논의의 장을 제공하지 않고 국민을 갈등 속에 빠트리고 있다"며 "핵과 에너지 정책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986년 이후 방사능 폐기물처리장 후보지로 거론된 경북 울진 영덕 영일, 충남 태안 안면도, 인천 굴업도, 전북 부안 등에서는 심각한 지역갈등이 일어났다. 정부는 핵폐기장을 유치한 해당 자치단체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매년 85억여원의 반입 수수료 및 지방세 42억원 등의 경제적 이익, 연인원 2200여명의 고용촉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성 논란으로 가는 곳마다 지역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핵폐기장.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주민 찬반투표식 선정방식 또한 시작부터 또다른 지역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핵폐기장 추진 9곳... '주민 찬성율'이 최대변수
환경단체 "상금 내걸고 주민 갈등 조장하는 꼴"

현재 중저준위 핵폐기장 유치 신청 의사를 밝히고 있는 곳은 약 9곳. 군산 비응도를 비롯 삼척, 울진(2곳), 영덕(2곳), 포항, 경주(2곳) 등이다.

유치의 가장 큰 변수는 부지적합성 평가와 주민 찬성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지선정을 위한 공고를 통해 주민투표를 거쳐 '찬성율이 가장 높은 지역'을 방폐장 최종 후보지로 선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핵폐기장 유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는 지방의회 동의를 얻어 오는 8월 31일까지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 부지선정위원회는 유치 신청을 한 곳을 대상으로 9월15일까지 부지 적합성 평가를 벌이게 된다.

산자부는 부지적합성이 인정되는 지역에 한해 9월 15일까지 해당 자치단체에 주민투표를 요구하게 된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 요구일로 부터 67일까지(11월 중) 벌이게 돼 있다. 시설유치 신청 지역이 2개 이하일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찬성률이 높은 지역에 주민투표를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지 선정방식은 주민투표 결과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유효투표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지역 중에서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선정하게 된다.

방폐장 유치지역으로 선정되면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연평균 85억원의 반입수수료, 연간 42억원 가량의 세수증대가 기대되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의 정부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양성자 가속기개발사업 유치기관'도 방폐장 선정 지역에 우선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과 국가의 원자력수급계획만을 중심으로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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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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