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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논란이 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문제에 대해 굳이 '참가'가 아니라 '참관'이라고 변명한다. 필자의 지난 24일자 <오마이뉴스> 기고문은 정확히 이랬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미국이 지난해 8월 중순경 요청해온 'PSI 8단계 협력요청'에 대해 대부분 응하기로 결론을 내렸었다."(이하 굵은 글씨는 필자 강조)

외교부에 대해 정확히 반론한다. '참관'은 절대 아니다. '참가'가 맞다. 다만 '완전한 참가'는 아니다. 하지만 곧 '100% 참가'로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그 '이행'을 약속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변명만 늘어놓는 정부 외교안보팀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공식 참여'가 아니라고?

미국이 PSI 참여를 공식으로 요청한 것은 지난해 8월 17일이다. 당시 미측은 '8단계'로 나누어 협력을 요청했다. 처음부터 전면적 참여를 요청했던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외교당국자의 변명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8단계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①한미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 포함 ②미측 전문가 PSI 브리핑 수용 ③유관국의 PSI 관련 디브리핑 청취 ④역외훈련 옵서버 참여 ⑤역외훈련 물적 지원 ⑥역내훈련 옵서버 참여 ⑦역내훈련 물적 지원 ⑧PSI 정식 참여

이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렇게 결정했다.

①단계는 전시 군사훈련(을지포커스렌즈)에 국한하여 수용, ②③④단계도 수용, ⑥단계는 사안별 신중 검토, ⑤⑦⑧단계는 현 단계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비공개 브리핑과 공식 보도자료 등을 통해 "PSI에 대한 '공식 참여'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공식'의 반대말은 '비공식'이다.

굳이 양해하자면 '정식 참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면 일응 타당할 수 있다. 미국이 요청한 참여는 전면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8단계 중 다섯 단계 부분의 참여를 공식 결정해 놓고도 단순한 참관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참으로 궁색하다. 그리고 미국 쪽 제안에 '참관'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제1차 한·미 전략대화에서 이미 'PSI 이행'까지 약속했다

외교 당국자의 변명이 근거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이 바로 1월 19일 발표한 한·미 전략대화 공동선언문이다.

공동선언문은 '참관인'(observer) 또는 '참가자'(participant) 모두를 포함할 수 있는 'Implementation'(이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의 협력강화 및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안보협력체제의 준수와 이행을 위한 공동노력을 경주"(Strengthened cooperation on fighting terrorism, and exerting common efforts for the observance and implementation of international security cooperation regimes for the prevention of the prolifer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their delivery means)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PSI 문제에 관해서 저와 라이스 장관간 회담(제1차 한·미 전략대화)에서 이것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이라고 회피했다.

아니 그러면 거론되지도 않았는데 공동성명에는 포함됐다는 말인가. 이 발언의 무책임성에 대해서 어떤 지적을 해야 할까. 공동성명 문안이 PSI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PSI의 개념을 그대로 풀어서 설명했고, '준수'와 '이행'까지 약속해 놓고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니 참으로 답답하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 이제 단순한 참관이고 공식 참가는 아니라고 떼를 쓰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이중 플레이를 일삼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속이는 일이고, 한·미 동맹을 이간질시키는 일이다. 공식 합의까지 해두고도 아니라고 변명한다면 미측에서는 도대체 우리 외교안보팀에 대한 어떤 신뢰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NSC는 정책선회의 배경을 공식 설명하라

지난 2004년 10월 일본 도쿄만에서 열린 PSI 훈련은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때 북한은 조선중앙통신(10월 25일자)을 통해 PSI가 "대조선포위망을 노린 전쟁행위", "조선의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며 용납 못할 군사적 도발행위", "이번 해상봉쇄훈련을 조선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압살하려는 미국의 선제차단전략의 실행단계로, 궁극적인 전쟁행위"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번 참가 결정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팀은 이런 부분까지도 충분히 검토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론적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이나 PSI의 문제는 수용이냐, 거부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면 수용'할 수도 있고, '부분 수용'할 수도 있다. 다만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만일 '전략변화'라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제발 솔직하게 이야기하길 바란다.

그리고 NSC는 외교부 등 뒤에 숨어있지만 말고, 권한을 행사한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길 바란다. 다시 한번 NSC의 해명을 요청한다.

덧붙이는 글 | 최재천 기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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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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