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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론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가 현실화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매물이 쏙 들어가 있는 상태다. 정부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20~30%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집값 거품의 원인과 해법 제시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품이 낀 것은 분명한데, 거품을 뺄 해법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오마이뉴스>가 그 해법을 담은 4회에 걸친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그 세 번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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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금만으로 '거품' 안 빠져"

"분양가를 더 내려라."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이대엽 성남시장이 판교신도시 중소형 민간아파트 분양가가를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이대엽 성남시장이 판교신도시 중소형 민간아파트 분양가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지난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판교 민간 아파트 분양 승인권자인 성남시 이대엽 시장은 아파트 고분양가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이 시장은 분양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건설업체가 신청한 가격을 정밀하게 분석하겠다고 나섰다.

애초 민간건설업체는 평당 1230만원(32평 기준)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3월 29일 암석 지반 공사비와 지하층 건축비를 재조정해 57만원이 인하된 평당 1167만원에 최종 승인을 내주었다.

민간건설업체들은 이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지나친 개입이라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이는 최종 분양승인권자인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서 분양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천안시도 불당동에 건설예정인 드리미㈜가 지난 3월 평당 대지구입비 650만원을 포함해 평당 920만원 분양 승인 요청을 반려했다. 새 아파트의 적정 분양가가 전년도 가격보다 5% 오른 평당 655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이유. 건설업체는 이에 불복해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성남시와 천안시의 교훈

성남시와 천안시처럼 지자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실제 단체장에게 아파트 분양가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는 3차례나 주어진다. 민간아파트가 소비자들에게 분양되는 과정은 크게 '사업계획단계 → 감리자 지정단계 → 분양단계'이며, 승인권한은 전적으로 광역·기초 자치단체장에 있다.

아파트를 건설하고자 하는 민간건설업자는 우선 시·도지사(광역단체장)에게 사업계획단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광역단체장은 이때 제출한 택지비와 건축비를 검증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건설업체는 시장·군수·구청장(기초자치단체장)에게 감리자 지정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건설업체는 주택법에 따라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16개 항목)와 순공사비(48개 항목), 일반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공종별 총공사비 구성 현황표'를 제출해야 하며, 기초단체장은 사업계획승인과 감리자 지정 신청서를 확인한 후 감리자 모집공고를 낸다. 이 과정에서 분양원가에 해당하는 공사비 상세한 내역이 공개된다.

마지막 단계로 건설업자가 분양승인 신청서를 기초단체장에게 제출하면 땅 값과 건축비의 적정성을 검증해 기초단체장이 최종승인권한을 갖는다.

문제는 광역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이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서울시 아파트 분양가(부동산 114자료)는 99년 평당 604만원에서 2005년 1521만원으로 2.52배 상승했다.

경실련이 2003년과 2004년까지 서울시에서 동시 분양된 아파트 113개 사업의 2만15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감리자 모집 단계에서 평당 426만원 하는 건축비가 입주자 모집 공고시에는 평당 622만원으로 196만원이나 차이를 보였다.

33평을 기준을 보면 건축비에서만 한 세대 당 6500만원씩 건설 업체가 이익을 속이는 셈이 되고, 2만 1500세대를 놓고 보면 차액이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대해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대지비 신고금액 81억 차이?... 하남시 "모른다"

민간아파트의 묻지마 고분양가에 대해 지자체는 별다른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민간아파트의 묻지마 고분양가에 대해 지자체는 별다른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5월 1일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은 2000년 이후 전국 17개 택지개발사업지구(수도권 8개 지구)에서 공급한 228만평 약 8만 세대의 택지공급가격을 공개했다. 그동안 '땅 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을 받았던 토지공사가 원가 비밀을 세상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공급한 택지지구 평균 택지비는 수도권의 경우 평당 229만원으로 수도권 평당 분양가 777만원의 29%에 불과했다.

사실 한국토지공사가 건설교통부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자료를 공개한 이유는 경기도 하남 풍산 때문이었다. 올 3월에 분양된 하남 풍산은 동부센트레빌과 삼부르네상스 등이 평당 1200원대에 아파트를 분양해 고분양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건설업체들은 고분양가의 원인을 "택지를 비싸게 공급 받았기 때문"이라며, 잘못을 토지공사에 돌렸다. 하지만 토지공사 자료 공개 결과 하남 풍산의 분양가 대비 택지비는 35%(평당 434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분양가 대비 택지비가 53%인 성남 판교와 비교해도 싼 가격이다.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러한 하남 풍산의 고분양가 분양은 주변 집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안창도 하남YMCA사무총장은 "하남 풍산의 고분양가 때문에 1년 사이에(33평 기준) 주변 아파트 가격이 무려 1억 원 이상 뛰어올랐다"면서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도 승인 권한을 가진 하남시는 오히려 시민들 편에 서기 보다 건설업체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가 하남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감리모집자 공고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하남 풍산 공동주택지 8블록에 아파트 217세대를 분양할 예정인 D사는 3983평의 대지비 가격을 362억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토지공사는 이 땅을 281억 2700여 만원에 공급했다. 땅 값에서도 81억 4000만원의 부풀리기가 진행된 셈이다.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과한 금액이다. 이런 부풀리기는 고스란히 고분양가로 이어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비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대해 하남시 담당 공무원은 "그런 부분은 잘 모른다"면서 "형식적인 제출이기 때문에 검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부풀리기 자료 제출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도 인정한 셈이다.

당선된 한나라당 지자체장 28명, 승인서류 공개 약속

경실련은 5·31지방 선거를 앞두고 서울, 경기, 인천의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민간건설업체들의 분양승인 자료 공개와 검증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 후보 66명 가운데 30명(서울11, 경기14, 인천5)만이 설문에 응답해 90%인 28명이 분양승인 자료 공개와 검증을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시장이 갖고 있는 사업 승인권을 행사해서 분양가의 적정성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 경기, 인천광역단체장과 66개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한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지난 4년 동안 나 몰라라 했던 엉터리 고분양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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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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