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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미FTA 저지 교수학술공대위 등이 긴급토론회를 열렸다. 주제는 '한미FTA 2차 본협상과 북 미사일 문제'. 9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미사일 문제가 한미FTA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발표자 가운데 명지대 배성인 교수(북한학과ㆍ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집행위원)의 발제문을 부분 발췌해 싣는다. <편집자주>
▲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 관련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 유엔 포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대북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 행동을 합법화 하는 유엔 헌장 제7장이 빠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중국ㆍ러시아를 대북 비난 대열에 동참시킴으로써 북을 고립시켰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옴으로써 향후 한반도 정세를 예측 불허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나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이 없고, 외신에 의존해 현상에 대해서만 왜곡, 확대하고 있다. 미 정부의 입장을 사실화하고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냉철한 현실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못 따라가고 있다.

2차 협상 '파행'은 '짜고 치는 고스톱'?

한편 지난 7월 14일 한미FTA 2차 본 협상에서 미국은 의약품 선별 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장 중도 퇴장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함으로써 협상을 마무리했다. 즉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약가정책은 한미FTA 협상 개시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는데, 웬디 커틀러 한미FTA 협상 미국측 수석대표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선결조건 위반임을 항의하며 가차없이 협상을 거부했다. 커틀러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일까? 미국이 더 큰 실리를 챙기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미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미국이 의약품 선별 등재를 용인하는 대신 특허권 강화를 보장받는 식으로 의약품 이슈를 지적재산권과 묶어 '패키지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한 거래 조건으로서 미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빅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미FTA 3차 본 협상이 9월 4일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되는데, 한미정상회담을 고려하다가 보니 장소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북 미사일 발사 문제와 한미FTA 2차 본 협상이 절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그렇다면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이 연동해서 9월에 진행되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고, 한미FTA 협상의 미타결 쟁점들을 양국 정상이 만나 북한문제와 거래하려는 움직임은 없는지 지속적인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사회현상과 정세를 바라보는 안목이 예전보다 상당히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이 분리될 수 없듯이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한미FTA도 같이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9월 한미정상회담의 배경

▲ 지난해 11월 17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FTA 문제는 이날 한·미간의 경제통상 문제를 논의한 오찬회담에서 처음 거론됐다.
ⓒ 청와대
한미FTA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처음 언급된 것은 2005년 11월 경주 정상회담에서였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FTA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무역 및 투자상대국으로서 경제통상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또한 FTA 체결이 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 이 문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당시 상황은 미국이 위폐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점점 북미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9월에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한다. 한미FTA 3차 본 협상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올해 초부터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속적으로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정상회담은 2005년 11월 경주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현안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도출하는 회담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북핵 및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비롯해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주한미군기지 이전문제, 한미FTA 협상문제 그리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미사일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가지 주목할 점을 보면 첫째, 올해 초부터 협의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분위기가 미국이 북한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한미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어 이를 해소할 방법을 양국이 모색하던 시기였다. 둘째, 이와 연동되어 한미FTA 및 전략적 유연성 문제 그리고 이전부터 진행돼오던 한미FTA 4대 선결조건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대두되던 시기라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 입장에서 이같은 제반 사안에 대해 단계적 수순을 밟아 이를 해결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시기를 놓고 지난 4~5개월 동안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한미FTA 저지와 북한 미사일 문제가 시작되면서 3차 본 협상이 열리는 9월에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9월 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은 미사일 및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고, 이 문제가 한미FTA와 뒤엉키면서 노무현 정부에게는 하나의 시험대가 된다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이 부시 행정부가 제출한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올해 초부터 우려했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양자택일 문제로 귀착될 경우다.

'빅딜', '스몰딜', 그 내용과 가능성은?

현재 한국으로서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북한문제, 한미FTA에 대한 국내 저항, 평택문제, 전략적 유연성 등 어느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북미관계를 해결하거나 중재할 지렛대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어느 문제를 봐도 불리한 것이 없다. 한마디로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와 관련해 지난 2차례의 본 협상을 통해 확인된 쟁점은 미국이 초기에 '관심 없다'에서 '관심 있다'로 바뀐 교육, '양보 못 하는 절대조건'인 쌀을 비롯한 농업문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개성공단 문제 그리고 의약품, 지적재산권 등이 핵심이다.

▲ 한미FTA 저지 제1차 범국민대회가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1만여명의 농민, 노동자, 영화인,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조건 속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진행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서 북미간 양자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문제 및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이 보장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긴밀한 공조체제 유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의 모양새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미 정상이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 수사적 선언적 차원에서 합의하는 것이다. 또 한번 함박웃음으로 가득찬 양국 정상들의 얼굴이 TV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실무 차원의 협상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걱정스럽지만 조금 단순해 보인다. 현재 북한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대북 금융제재 해제와 북미간 양자대화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요구조건과 의약품ㆍ교육ㆍ농업 문제를 비롯한 한미FTA를 맞교환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 두 가지 조건 중 손익계산에 의해 한 가지를 수용할 수도 있고, 두 가지 조건 모두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수용한다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기 때문에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북미간 양자 대화를 위한 노력'에 한미 양국이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가 그 대가로 한미FTA 쟁점 분야 중 의약품 등 일부를 넘겨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흔히 북한문제와 한미FTA의 '빅딜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빅딜을 하기 위해서는 등가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노무현 정부가 내놓을 만한 카드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빅딜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스몰딜'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일방적인 게임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개성공단 문제와 대북 금융제재 문제 등을 묶어서 한꺼번에 맞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북한 미사일 문제 이전만 해도 개성공단이 효과적인 카드이자 교환대상이 되었지만 지금의 노무현 정부로서는 선택지가 매우 적은 편이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 강화차원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는 카드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재앙으로 안내하는 악마의 유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대내적으로 위기에 처한 노무현 정부의 탈출구임에는 틀림없다. 부시 행정부의 결단이 노무현 정부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과연 9월 정상회담을 통해 부시가 노무현 일병을 구할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대북 지원중단은 스스로 채운 족쇄

북한의 유엔 결의안에 대한 반발로 인해 향후 대북 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경제제재와 함께 군사적 압박공세가 더욱 강화된다면 우선은 금융제재와 해상봉쇄(PSI)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한국 등 국제사회를 대북 제재대열에 끌어들이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단계적인 제재강화를 통해 북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약화시켜, 붕괴를 실현하는 것이다.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의 고립화' 이것이 미국의 최우선적인 전술이 될 것이며, 이에 기초해서 단계적으로 '군사적 압력과 제재'(전쟁)를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에 의해 미국의 의도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의 노력이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이다. 양 국가는 지속적으로 북미 양측에 대한 설득노력에 전념해야 할 것이며, 이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지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대북지원 중단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지금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국면이다. 중국과 한국 정부는 일단 협상국면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도 북 미사일을 계기로 MD 가속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거래나 교환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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