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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에서 우이도 가는 길, 흑산바다와 갈라지는 경계에 있는 도초도와 비금도 사이의 바다 다리.
ⓒ 최성민
예년 같으면 7월말인 지금은 더위의 절정이자 날마다 피서여행의 폭발적인 출발이 이어질 때이다. 이번 주말쯤 길고 긴 올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하니, 피서여행은 더욱 폭발적이어서 피서길이 고생길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폭우로 온 나라가 고통을 앓은 뒤라 산의 계곡이나 강가보다는 섬으로 가는 것이 좀 더 현명한 피서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육지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폭우에 패이고 할퀴고 산에서 쓸려 내려온 쓰레기로 만신창이인데다가 수재민들의 딱한 모습에 피서를 즐기고 있을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

▲ 안개에 싸인 우이도.
ⓒ 최성민
평상시에도 이 땅의 뭍은 도시화에 따른 인구 과밀로 하중이 극심한 편이다. 더구나 이상하게도 하필이면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피서철이기에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보다는 사람을 피해가는 '피사' 여행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몇 해 전부터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사정은 좀 나아졌지만 해마다 7월말~8월 중순 무렵이면 영동고속도로가 찜통주차장이 되는 일이 되풀이되곤 했었다.

그런 탓에 나는 해마다 여름엔 많은 사람이 섬으로 흩어져 피서여행을 떠날 것을 권하곤 한다. 섬은 도시인들을 위한 '해방 공간'이기에 충분하다. 섬은 사방이 훤히 틔어 있어서 시멘트공간에서 가쁜 숨을 쉬어온 도시인들의 심신에 충분한 영양제를 공급해준다. 섬은 가는 길이 광활해서 출퇴근길에 교통정체에 짜증난 도시인들의 가슴에서 매연의 찌꺼기를 벗겨내 준다. 섬엔 공해에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생선과 인심이 있다.

▲ 우이도 돈목 부두.
ⓒ 최성민
다행히 한국은 섬이 많은 나라이다. 전국적으로는 (남북한 합해) 4천여 개의 섬이 있고, 남한에는 3천여 개의 섬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개수는 당국도 잘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 현황조사 행정 수준이 한심하다는 방증이다. 남한에는 섬만으로 이뤄진 도와 시와 군들이 있다. 제주도, 전남 신안군, 진도군, 완도군, 경남 남해군, 통영시, 거제시, 울릉군, 경기도 옹진군, 전라북도 옥구군 등이다.

우리의 섬 가운데에는 육지와 다리가 연결돼 있어서 걷거나 차를 타고 들어서는 섬이 늘고 있고, 섬에 가는 배들이 차를 싣는 철부선들로 바뀌어 많은 섬이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또 유인도, 무인도, 큰 섬, 작은 섬, 어미섬, 새끼섬, 떼 섬(군도)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 박화진씨가 막 걷어올린 생선. 민어, 참돔, 농어, 광어, 딱돔, 참게...등 단 한 번 걷어올린 그물에서 20여 가지의 생선이 팔딱거린다.
ⓒ 최성민
전남 신안군은 800여 개의 유, 무인도로 이뤄진 섬만의 군이다. '한국의 지중해'라고 할 만큼 옹기종기 섬들이 모여 있고 섬마다 개성적인 풍취와 물산을 갖추고 있다. 또 서남해에 자리한 특성상 갯벌과 모래가 많아 이를 근거로 사는 생선과 해초와 조개가 많기에 한마디로 '기름진 바다 벌판'이라고 할 만하다.

신안군의 섬들은 '안 바다'와 '큰 바다'의 섬들로 구분할 수가 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섬 다리가 이어져 있는 비금도-도초도까지, 많은 섬들이 지그재그로 놓여있어서 파도를 막아주는 범위에 있는 섬들이 '안 바다 섬'들이다. 비금-도초를 벗어나면 섬들의 숫자가 줄고 넓은 바다가 펼쳐지면서 비교적 파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해서 흑산도 홍도 가거도 쪽까지 이어지는 바다에 있는 섬들이 '큰 바다 섬'들이다. 이 '큰 바다'를 '흑산바다'라고도 일컬어왔다. 안 바다 섬들은 넒은 갯벌을 두르고 있어서 맛있는 뻘낙지와 조개들이 많이 난다. 큰 바다 섬들은 깊고 맑은 바다에 사는 고급 생선들과 바위에 붙어 파도에 단련되며 자라는 자연산미역 등 질 좋은 해초가 많이 난다.

▲ 참돔
ⓒ 최성민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는 안 바다와 큰 바다의 경계에 있는 섬이어서 신안군 섬의 모든 장점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그 장점이란, 다른 곳에 없는 멋진 풍치, 광활하고 고즈넉한 해수욕장, 덩치가 엄청나게 큰 순 자연산 생선 등이다. 우이도의 상징은 모래언덕이다. 중국 실크로드 가는 길 명사산이라는 곳의 모래언덕을 능가하는 높은(높이 80여 미터) 모래언덕이 돈목해수욕장 가에 있다.

예전엔 이 모래언덕에서 누드촬영대회가 열렸고 여름 해수욕객들은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올라가 엉덩이 미끄럼을 타고 해수욕장으로 풍덩 떨어지곤 했다. 이 모래언덕은 해수욕장을 스치는 바람이 해수욕장 백사장의 모래를 불러올려 이뤄진 것인데(그만큼 백사장의 모래질이 곱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변 나무가 자라 바람을 막은 관계로 모래가 덜 쌓여서 지금은 출입금지를 하고 있다. 돈목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5백m, 너비 3백m이다. 백사장에서 꽃조개가 많이 나고 수많은 종류의 게들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박화진씨 댁 저녁 밥상.
ⓒ 최성민

▲ 모래언덕을 오르며 바라본 돈목해수욕장
ⓒ 최성민
나는 섬에 갈 일이 있으면 웬만하면 우이도에 가는데, 이유는 맛있는 자연산 생선을 맘껏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이도 돈목2구마을 이장 박화진씨는 우이도에서 유일하게 어장을 한다. 어장이란 섬 주변 큰 바위벼랑이 오목하게 파도를 막아주는 곳에 통방그물을 담구는 것이다.

우이도의 위치가 큰 바다와의 경계지점이어서 큰 바다에서 놀던 큰 고기들이 쉬거나 알을 낳으러 우이도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통발 그물을 한 번 걷어 올리면 요새 귀한 여름 생선으로 대접받는 민어, 그리고 농어, 참돔, 광어, 딱돔, 수조기 등등 10~20가지의 큼직한 자연산 생선들이 뒤엉켜 올라온다. 도시에서 양식산만 비싸게 사먹을 수밖에 없었던 도시인들에겐 이처럼 맛과 질이 전혀 다른 자연산 생선을 싼 가격으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게 우이도 여행의 축복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기사공모]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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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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