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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 모습
ⓒ 최성민
한시도 쉴 틈 없이 연락선이 오가고 사람과 차들이 오르내리고, 고깃배들이 들락거리고, 그리고 갯물이 덩달아 출렁대며 들락거리고….

전남 목포 북항과 그 건너편 압해도 사이의 바다 물목에서 사시사철 벌어지는 일이다. 이제 9월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선선해지면 운저리(망둥이의 일종) 낚시꾼들이 북항 방파제에 늘어설 참이니 살아움직이는 풍경이 하나 더 늘 것이다. 그래서 북항의 북적대는 모습을 두고 이런 말이 나올 법 하다.

"일상이 무료하면 북항에 가보라. 무력감에 빠지걸랑 북항에 가보라. 삶에 자신이 없거나 무엇을 할지 잡히는 게 없는 사람은 목포 북항으로 가라."

그 곳에서 배와 사람들의 활력넘치는 모습과 항구 주변을 가득 매우고 있는 뻘낙지 횟집들과 좌판대 아주머니들의 외침에서 최소한 벌떡 일어서고자 하는 활력을 충전 받게 될 것이다.

온갖 해산물이 모여드는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착지

▲ 북항으로 치닫는 배들.
ⓒ 최성민
목포 북항은 예전(80년대 이전)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아주 작은 선창가였다. '뒷개'라고도 하고 때론 '뻘선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뒷개라는 것은 '뒤쪽에 있는 갯가'라는 뜻이고, '뻘선창'이란 간혹 물때가 잘 맞지 않아 썰물 때 여객선이 들어오면 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 끝 징검다리가 놓인 임시 선창에 배를 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면 섬사람들은 달걀 꾸러미나 돈부(콩의 일종) 자루 등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투덜대면서 뻘 등을 걸어 나와야 했다.

▲ 유달산을 배경으로 한 북항에서 압해도로 도선이 향하고 있다.
ⓒ 최성민
뒷개에 비해 목포엔 또 '앞선창'이라는, 이름에서 벌써 비교 우위가 나타나는 본 선창이 있었다. '앞 선창'은 목포 제일의 부두로서 목포에서 신안군 진도군 완도군 일대의 섬들을 오가는 배들이 대부분 닻을 내리는 곳이고, '뒷개'는 그저 '뒤쪽에 있는 작은 보조 선창' 쯤이라는 뜻으로 '뒷개' 바로 앞에 있는 압해도에 다니는 여객선과 일부 작은 어선들이 닿는 곳이었다.

▲ 압해도 부두.
ⓒ 최성민
그런데 개발 바람이 일고 몇해 전 서해안고속도로가 목포를 종착지로 삼으면서 '뒷개'가 '북항'이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끝머리가 우연히 이어지면서 북항이 뜨게 되긴 했지만, 북항 일대는 원래 요건만 조성되면 활력넘치는 항구로 탈바꿈할 여건을 일찍이 갖추고 있었다.

즉, 섬 세상인 신안군 일대의 섬들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섬인 압해도가 바로 북항 코 앞에 있고(북항에서 도선으로 10분 거리), 따라서 압해도를 비롯한 갯벌넓은 신안 섬들에서 나는 맛있는 생선·조개·해조류가 북항으로 모여들었다.

뻘낙지, 민어, 농어, 전어, 홍어, 꼬막... 맛있다!

▲ 압해도 소금.
ⓒ 최성민
이런 여건에서 서해안고속도로가 북항으로 이어지자 북항엔 뻘낙지를 비롯한 신안 섬들의 각종 생선을 다루는 횟집들이 수십 곳 들어서서 전국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횟집단지를 이루었다. 이 곳에서는 뻘낙지·세발낙지·민어·농어·병어·준치·숭어·전어·가자미·홍어·광어·우럭·꼬막·백합 등 아마 한국에서 가장 맛있고 다양한 횟감을 맛보거나 원재료를 집으로 사갈 수 있다.

▲ 압해도에서 북항으로 향하는 배.
ⓒ 최성민
북항이 활기를 띄면서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는 곳이 압해도이다. 북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아예 생선을 직접 잡기 위해 낚시터로 안성맞춤인 압해도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압해도는 섬 둘레가 넓고 두텁고 기름진 개펄로 덮여있다. 이 때문에 뻘에서 사는 갯지렁이나 작은 게 종류 또는 감태같은 해초를 즐겨먹는 농어·감성돔·운저리 같은 고기들이 들끓는다.

웬만한 초보자도 미끼를 잘 갖춘 낚시를 던지면 발품벌이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낚시질이 잘 된다. 압해도에서는 또 질좋은 천일염도 난다. 압해도는 신안군의 많은 섬들에서 나는 거의 모든 해산물이 생산되기에 신안군 섬의 대표격이자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 차를 가득 실은 압해도 도선.
ⓒ 최성민
뻘이 많은 압해도는 또한 '뻘낙지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맛좋은 뻘낙지가 많이 난다.

낙지에는 뻘낙지와 '바위낙지'가 있다. 순 진회색 뻘색깔인 뻘낙지는 불그스레한 색깔의 바위에 붙어사는 바위낙지와 색깔에서 구별된다. 몰론 맛도 천지차이이다. 뻘낙지는 부드럽고 쫄깃쫄깃하고 달고 구수한 맛이 진한데 비해 바위낙지는 노린내가 약간 나면서 질기고 감칠 맛이 떨어진다. 여기에 요즘엔 중국산까지 판치니 다른 곳에선 낙지 하나 맘놓고 먹을 상황이 아니다.

세발낙지, 둘둘 감아먹지 마세요

▲ 뻘낙지
ⓒ 최성민
낙지 말이 나왔으니 '세발낙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세발낙지라고 하는 것은 한자로 '세(細)'자를 써서 '발(다리)이 가는'낙지를 일컫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낙지를 직접 잡는 압해도 일대 신안의 섬사람들은 일찍이 이를 '새(鳥)발낙지'라고 불렀다. 새발처럼 발이 가는 낙지라는 뜻이었다.

정말 세발낙지라는 종류가 있는지,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듯 어쩌다 생김새가 약간 다른 것들이 나타나는 건지 생물학적으로 확인해볼 일이다.

▲ 뻘낙지
ⓒ 최성민
어쨌든 '발이 가는 낙지'라는 세발낙지는 요즘 뜻이 좀 와전돼 있다. 즉, 아직 충분히 자라지도 않은 새끼 낙지들을 그물로 싹쓸이하듯 잡아서 산 채로 나무젓가락에 둘둘 감아 몬도가네식으로 무자비하고 한 입에 넣고 씹어먹는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낙지를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낙지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은 모든 내장이 들어있는 낙지의 배에 해당하는 것인데, 여기엔 따내서 버려야 할 창자 등 기생충이 들어있을 수 있는 내장도 들어있다.

그런 낙지를, 살아서 꿈틀대는 젓가락에 둘둘 말아서 한 입에 씹어 먹는 것은 모양도 좋지 않고 생물인 낙지에 대한 예의에도 벗어나고 위생상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압해도와 목포 '뻘선창'을 있는 다리가 놓이고 있어 압해도와 북항 사이의 이런 활력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과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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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창간발의인, 문화부 기자, 여론매체부장, 논설위원 역임.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철학박사(서울대 교육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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