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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모'는 12일 오후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일해공원' 지지 집회를 열었다.
'전사모'는 12일 오후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일해공원' 지지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위한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일 오전 합천군청에서 '일해공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위한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일 오전 합천군청에서 '일해공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경남 합천 황강변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일해)를 딴 공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 이를 반대 혹은 찬성하는 단체들이 12일 하루 종일 각각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BRI@일해공원 반대단체인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합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찬성 단체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은 이날 오후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 단체 간에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일부터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찬성단체인 '전사모'가 이날 오후 집회를 열기로 해 천막농성을 15일로 미뤘다. 또 합천군민운동본부가 이날 연 기자회견에 광주지역 5·18 단체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충돌을 우려해 참석하지 않았다.

'전사모'는 이날 집회가 순수하다고 밝혔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6일까지 심의조 합천군수가 '일해공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을 경우 18일 서울 연희동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찬성', "합천 발전은 '일해공원'부터 시작"

'전사모' 회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지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전사모' 회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지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카페 '전사모' 회원들의 '일해공원 지지 집회'는 20여분 동안 열렸다. 80여명이 새천년생명의숲 대종각 옆 마당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애국가 1절을 부른 뒤, 대회사와 성명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합천군 율곡면 주민을 비롯해 대구와 마산, 서울 등지에서 온 이들이다. 이날 집회에는 합천지역의 몇몇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해 전 전 대통령과 성씨가 같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승연(48) '전사모' 회장은 대회사에서 "'일해공원'은 합천군민들의 뜻을 모아 결정됐으며,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해공원은 합천의 큰 기쁨입니다", "합천군민의 일해공원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 "합천의 발전 일해공원에서 시작된다"고 쓴 펼침막을 들고 나왔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가운데 넣고 그 옆에 "I ♥ 대한민국, I ♥ 전두환"이라고 표시한 펼침막도 갖고 나왔다.

'전사모' 자문위원인 김동희씨가 성명서를 낭독했으며, '전사모' 회원 오삼영씨가 구호를 제창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씨의 선창에 따라 "합천의 일해공원 결정을 지지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단체는 국민 여론을 호도하지 마라", "지방자치권에 도전하는 일부 단체는 각성하라", "합천군민의 결정을 반대하는 일부 단체는 군정에 간섭 말라"고 외쳤다.

구호 제창에 이어 오씨와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만세, 전두환 전 대통령 만세, 일해공원 만세"를 외쳤다.

이승연 '전사모' 회장은 집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오늘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구와 마산, 서울에서 왔으며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율곡면에서도 많이 왔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집회 배경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공원 명칭은 합천군민들의 뜻에 따라 결정된 것인데, 네티즌과 단체들이 반대해 회원들이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돼 갑자기 집회를 열게 됐다"면서 "집회 결정 이틀 만에 조직했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과 교감에 대해, 이 회장은 "연희동과 커뮤니케이션이 없었으며, 정치적인 뜻도 없고 순수하게 회원들이 결정해서 이뤄졌다"고 밝히고 "평소에도 전 전 대통령 측과 교감이 없다"고 말했다. 카페에 전 전 대통령의 신년휘호 등이 올라와 있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회원들이 올려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전사모' 회원들이 바깥에서 집회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도 집회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에서 개인사업을 한다고 밝힌 이 회장은 "전사모 회원들 중엔 정치인이 없으며, 전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순수한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라고 밝혔다.

김동희 '전사모' 자문위원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동희 '전사모' 자문위원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김승연 '전사모'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김승연 '전사모'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전사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모임"이라며 "'전사모'는 2006년 4월 서울역에서 발생한 회원 테러에도 침묵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에는 전혀 관여치 않고 카페 활동을 하며, 후임 대통령들의 잘못된 잣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이 폄하되고 왜곡된 부분들이 재평가되고 재조명되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모였다"면서 "그래서 테러와 온갖 방해공작에도 '전사모'는 각하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각하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에 각하의 아호를 딴 공원 명칭을 두고 일부 네티즌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을 접하면서 군민들이 투표를 하여 일해공원으로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 일부 단체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생각되기에, '전사모'는 합천군민이 결정한 일해공원의 명칭에 지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직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평가는 후세 사가들의 몫이며 현 정권의 잣대로 그 시대를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규정하고 "예컨대 조선시대 군주의 정책을 현 시대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누구 하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사모'는 "후임들에 의해 폄하되고 왜곡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은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면서 "오늘 합천에서 '전사모' 일만삼천여명의 뜻을 모아 합천군민의 일해공원 결정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 윤성효

ⓒ 윤성효
오전에는 '반대', "18일 연희동 찾아가겠다"

'전사모' 회원들의 '일해공원' 지지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합천군청에서는 '일해공원'에 반대하는 합천군민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군수실과 군 의회 의장실을 방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재호(열린우리당)·박주현(민주노동당) 군 의원과 김정호 합천농민회장, 강재성 '환경과 자치를 위한 모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군수실을 찾아 심의조 군수 면담을 요구했으나, 군수 측에서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유도재 군 의회 의장을 면담하고 의견을 나눴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5일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16일부터 서명운동에 들어가며, 지역 각계각층 대표 100인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100인 선언'에는 강석정 전 합천군수를 비롯해 전직 면장과 마을이장 등 상당수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00인 선언' 명단을 지역신문 광고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

또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일해공원' 명칭 철회 촉구에 대한 심의조 군수의 답변을 16일까지 기다린 뒤, 답변이 없거나 심의조 군수가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힐 경우 18일 전 전 대통령 면담을 위해 대표단이 연희동을 찾을 계획이다.

합천군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인 윤재호 군 의원은 "지금은 합천군의회가 5대인데 4대 군 의회 때인 2004년 공원 명칭과 관련해 인터넷 공모를 했을 때 '황강공원'이 60% 이상으로 나왔는데, 군청에서 이를 폐기하고 이번에 '일해공원' 명칭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1월 심의조 군수가 설문조사를 앞두고 읍면장회의 때 마을이장들에게 '일해공원을 지지해 달라'며 협조를 구했다는 사실이 최근 마을이장들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지난 11월 군 의회 군정질문 때 그 문제를 질의했더니 심 군수는 '사실무근'이라며 '그런 일이 없다면 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고 그런 일이 있다면 군수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사실로 드러난 만큼 심 군수는 군수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군 의원은 "우리가 '일해공원'을 반대하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미워서가 아니라, '일해공원'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군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대표단을 만난 유도재 군 의회 의장은 "'일해공원' 문제에 대해 의장 개인의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며, 군 의원 간담회를 거쳐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해공원' 여부는 합천지역에서 결정하도록 놔두는 게 좋으며, 군 의원들이 이 일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군 의원은 "군 의원은 군민의 대표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며, 두 명이지만 군 의원들이 나섰기에 (합천군이) 그나마 체면을 세우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향우회원들을 동원해 '일해공원' 찬성 운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말도 있는데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심의조 군수는 더 이상 합천을 역사와 국민의 이단자로 만들지 말고 '일해공원'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성역화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심 군수는 더 이상 자신의 정치적 판단과 아집으로 합천군과 합천군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이 시점에서 '일해공원' 추진을 폐기할 것"과 "16일까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만일 그 시간까지도 심 군수가 '일해공원' 추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해공원' 추진이 군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뜻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따라서 그 진실을 알기 위해 연희동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해 직접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자회견문에서 "'일해공원'만 하더라도 이미 2004년 인터넷 공모를 했다가 황강공원이 60% 이상 나오자 조사 자체를 폐기했으며 대통령 선산과 연결하기 위해 수십억원이 넘게 드는 다리를 건설하고 대통령 기념관을 짓기 위한 부지 또한 물색 중이라는 소문들이 소문들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런 간절한 바람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성역화 작업을 계속한다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대표단이 유도재  군의회 의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대표단이 유도재 군의회 의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합천군민운동본부 대표단이 심의조 군수실을 찾았지만, 군수의 면담 거부로 만나지 못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대표단이 심의조 군수실을 찾았지만, 군수의 면담 거부로 만나지 못했다. ⓒ 윤성효
합천군 "특정인과 관계없다... 관광자원화 도움"

합천군은 2004년 황강변에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새천년생명의숲 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3·1운동기념탑과 대종각, 산책로, 화장실 등이 조성돼 있고, 지난해 말 작고한 합천 출신 문인 이홍주(향파) 선생의 시비와 전신상이 들어섰다.

합천군은 지난해 12월 새마을지도자와 마을이장 등 1364명을 대상으로 4개 예비명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때 591명이 대답했는데, 이 중 '일해공원'이 51.1%로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다. 합천군은 상반기에 군정 조정위원회와 군 의회에 이를 보고한 뒤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심의조 군수는 <오마이뉴스> 인터뷰 등을 통해 "일해공원 추진은 특정인과 관련이 없고, 합천 출신 대통령의 아호를 딴 공원을 조성해 관광자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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