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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갯까치수영
ⓒ 김민수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만나는 꽃은 나에겐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 꽃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소중한 보물이 아니라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소리들이 세상사에 시달리다 지쳐가는 나에게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BRI@세상사가 고달픈 것만은 아닐 터인데 오늘 날 우리의 시대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달려가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느릿느릿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해도 여간한 용기가 없이는 그 빠름의 대열에서 이탈할 수가 없습니다. 한 발은 빠름의 대열에 또 한 발은 느릿느릿의 삶에 엉거주춤 내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신부의 손에 들려진 부케와도 같은 꽃,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냄새가 고약합니다. 아마 향기가 좋았더라면 사람들이 그를 그 곳에 가만두지 않았을 터이니 그를 지켜주는 것은 자신이 떨쳐버리고 싶을지도 모를 '고약한 향기'겠지요.

좋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때론 맡고 싶지 않은 배역을 맡은 배우처럼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연극무대에 비유한 이도 있지만 단역이나 엑스트라일지라도 배역이 주어졌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주인공 홀로 존재하는 연극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 계뇨등
ⓒ 김민수

▲ 괭이눈씨앗과 산괭이눈
ⓒ 김민수
언젠가 비 오는 날 숲길을 걷다가 괭이눈의 씨앗이 가득 담긴 모습을 보았습니다. 작은 그릇에 올망졸망 놓여 있는 모습, 빗방울 하나가 그 곳에 튕기는 순간 작은 씨앗들이 '이때다!'하며 사방을 튑니다. 얼굴에 다가온 감촉, 그것은 빗방울이 아니라 괭이눈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씨앗이 여행하는 방법은 참 다양하지요. 날개를 달고 바람 따라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새나 동물들에게 먹이가 됨으로 긴 여행길에 오르기도 합니다. 빗방울의 힘을 빌려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기도 하고, 깍지가 벌어지는 힘을 통해서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지요. 그 모든 방식들이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방식들이면 좋겠습니다.

▲ 꽈리
ⓒ 김민수
꽈리의 열매 속에는 씨앗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씨앗보다는 뿌리로 번식을 하는 꽈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쁜 열매 속에 수많은 씨앗을 품고 있으며 그들 하나하나 꽈리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작은 씨앗 속에 들어 있는 희망, 잣 속에는 잣나무가 들어 있고, 나팔꽃씨 안에는 나팔꽃이 들어 있습니다. 모든 씨앗들에는 그들의 전 존재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은 씨앗이지만 큰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제비꽃
ⓒ 김민수
간혹, 아니 아주 많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놀라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 한 가지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꽃반지를 만들어 본 추억, 입술이 까매지도록 까마중을 따먹던 기억, 시큼털털한 괭이밥이파리를 따먹으며 "아이 셔!"하던 기억, 가을이면 산야로 다니며 도토리며 밤을 따던 기억, 빨간 보리수열매를 한 줌 훓어 입에 넣고 씹던 달콤한 기억, 앵두 같은 입술이 어떤 것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추억, 그런 추억들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작은 씨앗입니다.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은 참으로 큽니다.

그 희망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참으로 많겠지만 들에 피고 지는 꽃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흙과 따스한 햇살이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흙과 따스한 햇살이 필요하겠지요. 상징적인 의미의 흙과 햇살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흙과 햇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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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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