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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0만원이 넘는 고가 교복이 나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던 1월 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는 한 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월 중 교복 거품빼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질좋고 저렴한 교복을 구매하는 데 대형 교복업체들이 집단 방해를 하고 있다"면서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요청하고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교복 거품빼기와 공동구매, 후배에게 교복 물려주기 운동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인천지부 쪽에선 "교복 시장에서 끼워팔기 의혹이 있다"며 불공정 거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현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을 지난 1일 만나 현재 교복 시장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대형업체 불공정행위 감시해 공정위 고발할 것"

▲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 장호영
- 교복값 거품빼기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해가 갈수록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줘야겠다는 고민을 했고, 교복값에 거품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전국적인 차원에서 교복공동구매 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와 함께 학교 선·후배 간 교복 물려주기 운동도 진행해왔다. 이후 인천에서는 2003년 시교육청이 교복 공동구매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지난해에도 학부모 부담 줄이기 실천 사례 발표회도 여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올해는 70만원짜리 고가 교복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복 공동구매를 집단 방해하는 대형 교복업체들에 대한 시교육청의 지도·감독을 요청했으며 각 학교별로 공동구매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복값과 공동구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졸업 시즌인 2월 중순에는 교복 물려주고받기 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 교복값 거품빼기 운동과 공동구매가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공동구매를 진행한 계양구 M중학교는 동복을 12만3천원에 계약했다. 현재 대형업체 4사의 교복값이 24만~2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격인 셈이다. 이번에 대형 업체들은 M중학교의 공동구매에 대해 공개입찰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교육청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교복의 품질과 AS도 보수받을 수 있다. 게다가 자유구매에 따른 과다 경쟁으로 재고품 양산의 낭비 요소를 없앨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에 대한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장점이 많다."

- 현재 교복시장을 평가한다면.
"매년 고정된 수요가 있고 대형 교복업체 4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담합이 쉬운 상황이다. 4사의 모든 교복값이 작년에 비해 10% 정도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교복값이 대체로 큰 차이가 없는데다 올해 가격도 비슷하게 올라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다수 매장이 새 교복보다 20% 저렴한 이월상품을 전시·판매하지 않는 게 문제다. 전시해놓은 매장도 있지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이월상품임을 확인하기가 힘들고 한 군데 업체를 제외하곤 제조년월일이나 몇 년도 교복인지 확인할 수 있는 '택'이 없어 끼워팔기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주일 정도 실태조사를 벌인 후 대형업체의 가격 담합이나 이월상품 끼워팔기, 공동구매 입찰 방해 등의 내용이 포착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다."

"신입생 교복 착용만 5월달로 미룬다면"

▲ 지난해 4월 인천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학부모 부담 확줄입시다' 행사 모습.
ⓒ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 실제 교복 공동구매를 하는 학교가 많지 않은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시교육청과 학교장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시교육청에 매번 교복 공동구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하지만, 각 학교별로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힐 뿐이다. 학교장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협조 공문 대다수가 휴지조각이 된다.

또한 교복시장의 여건상 학부모들이 교복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통로를 알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교복 공동구매를 하고 싶어도 2월 초에 입학할 중·고등학교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3월 초까지 공동구매를 진행해 교복을 산다는 것은 어렵다. 학교장이 의지를 가지고 5월부터 교복 착용 시기를 늦추기만 한다면 좀 더 용이하게 공동구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교복값 거품빼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진행할 계획인가.
"교복값 거품빼기와 공동구매가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교육청·학부모단체·학부모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대형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3월말 공동구매 설명회를 진행하고, 각 학교별로는 교복 착용 시기를 늦추고 공동구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

또한, 졸업식에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전개해 학교에서 교복을 모아놓고 신입생이 들어오면 사이즈에 맞게 배포해 주거나 타 지역처럼 인근 동사무소에서 교복을 기증받아 약간의 금액을 받고 팔아 어려운 가정을 돕는 비용으로 쓰는 등 교복에 대한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지역사회가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같은 사안들을 가지고 교육청에서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복 실태조사를 마친 후 교육감 면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며 대형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 2월 6일자에도 일부 게재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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