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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길사
서두부터 다소 엇박자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감상문 작성을 시작한 의도는 이미 눈치 챘겠지만 자명하다. 그건 바로 우리나라엔 현재 존경받을 만한 위정자가 없다는 사실을 웅변하기 위함에서이다. 대한민국 초기 대통령인 이승만에서부터 현재의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진정 국민의 사표가 될 정도의 존경스런 대통령을 우린 과연 하나라도 가졌는가?

얼마 전 국민 드라마라고까지 추앙받던 <주몽>이 끝났다. 하지만 지금도 주말엔 여전히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고구려와 발해시대의 웅대함을 그려내고 있다. 주지하듯 수나라를 무너뜨리고 황제에 오른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을 평생의 기치로 삼았다. 그러나 '안시성'의 양만춘과 당대의 카리스마 연개소문, 그리고 고구려 인(人)들의 대동단결이란 삼중주가 이뤄낸 철옹성을 끝내 넘어서지 못하고 퇴각해야 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지난 1992년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을 끝으로 완간된 15년 집대성의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이다.

필자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가 15년이란 장구한 세월동안 로마사에 천착한 저자라는 사실에서 먼저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방도가 없었다. 완간까지 무려 26년간의 집필 기간과 원고지 3만 매가 넘는 기록적 분량만으로도 한국 현대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바로 <토지>인 때문이었다.

이실직고하건대 평소와 예전엔 조선역사에 관한 책을 즐겨보았다. 서양사는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어서 잘 읽지 않는 편이었음에서였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로마인 이야기>를 일독한 다음에는 우리 조선사(史)든 동양사든 서양사든 간에 책에는 특히나, 역사물에는 반드시 건져낼 교훈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기원전 753년에 세워진 로마는 무려 1229년 동안이나 존속했던 초강대국이었다. 말미에서 "번성하는 자(국가 역시도)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역사를 이 책에서도 끄집어낼 수 있었으나 아무튼 1200년 이상이나 존립이 가능했던 로마의 그 저력은 그럼 어디에 있었을까. <로마인 이야기>엔 너무도 많은 영웅과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그들의 면면을 일일이 열거하고 소개한다는 건 기실 불가능하다.

다만 저자가 유독 '애착을 갖고 있는' 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이 양자 옥타비아누스, 그리고 7권 '악명 높은 황제들'에 등장하는 아우구스투스와 칼리굴라, 그리고 클라우디우스와 네로 등의 네 악황(惡皇)이 좀 더 두드러진다 하겠다.

하여간 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에서 보듯 로마인들은 이미 2천년 전부터 인간이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인 인프라 스트럭처(사회적 기반) 시설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도를 시작으로 다리와 수도, 의료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의 시스템까지 완비하였다.

당시의 로마인들은 목욕을 꽤나 즐겼으며 토목공학이나 건축술까지도 크게 융성했다고 한다. 하여 로마인들은 깊은 산 속으로부터 수로를 내어 도시 중앙까지 그 물을 끌어들였으며 더운물을 만들기 위해 바닥 난방을 만들었고, 쓰고 난 물이나 배설물이 다시 물에 씻겨나갈 수 있는 하수 시설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마치 오늘날의 건강 센터와 유사한 공중목욕탕까지 만들어져 있었다고 하니 로마인들의 그러한 혜안을 보자면 연말마다 어떤 의례행사인 멀쩡한 도로를 깨부수고 다시 공사를 하는 우리네 관공서의 근시안적인 모습이 오버랩됨을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이처럼 강건했던 로마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서서히 종말로 치닫게 되는데 그 전조는 11권 '종말의 시작'에서 엿볼 수 있다. 진시황이 이룬 중국 천하통일의 위업을 하지만 그의 무능한 아들 호해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간신 환관 조고와 함께 나라를 말아먹은 정사(正史)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러한 아류가 로마시대서도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철인황제로 이름 높았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무능한 아들인 콤모두스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마르쿠스의 사후 콤모두스가 재위를 이어받으면서 로마제국은 시나브로 쇠망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니 진시황과 마찬가지로 마르쿠스 역시도 지하에서 그 얼마나 땅을 쳤을지 쉬 유추가 가능하였다. 아울러 예전 관람했던 동시대를 모티브로 했을 외화 <글래디에이터> 까지 덩달아 기억의 창고에서 불쑥 튀어나왔음은 필자도 알고 보면 로마시대를 전혀 모르는 숙맥만은 아니었다는 조그만 우쭐함이 그 발로였으리라.

이 외에도 로마 원로원에서 권력 투쟁 벌이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자면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과 비견되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또 다른 백미였다. 1년에 1권씩 불굴의 의지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로마인 이야기>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구축한 세계 제국이었던 로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또 1천여 년의 역사를 무대로 한 황제들과 정치가, 무장과 현자, 민중이 드라마틱하게 펼쳐보이는 웅대하고 장려한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수작(手作)이다. 더불어 이 책은 오늘날의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관은 무엇인가를 새삼 일깨워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후일엔 역사로 기록되는 법이다. 역사는 그런데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도 같다. 즉 과거사가 오늘날에 와서는 그대로 드러나고 투영되는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얘기다. 고로 특히나 통치권자와 공인들, 그리고 현세에 방귀깨나 뀌면서 산다는 이른바 상류층들은 역사에서의 잘 잘못을 파악하고 천착하는 지혜를 길러야 옳다.

옛말에도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고 하였다. 즉 똑똑하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으면 그 뒤를 따르는 이들 또한 그에 견줄 만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역사에서 배운 지혜와 처세를 반면교사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거울로 삼는 자세의 견지가 절실하다 하겠다.

<로마인 이야기>는 이런 지엽적인 부분에서만 보더라도 흔쾌히 누구에게든 추천할만한 명심보감과 탈무드와도 같은 경구(警句)의 화수분 같은 책임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로마인이야기 글짓기 대회 응모글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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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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