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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산 자락 오르는 산길에 세워진 장승.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산 자락 오르는 산길에 세워진 장승. ⓒ 안서순
도로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언제 파헤쳐질지 모르는 가야산 오르는 산길에 '백제의 미소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6일 오후 1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 묘' 앞에 가야산연대와 지역주민, 지역환경단체, 불교 신자 등 모두 300여명이 모였다.

이날 이들이 모인 이유는 충남도가 450억원의 예산으로 계획하고 있는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서 시작해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이르는 폭 7~10m, 길이 10.059km에 이르는 '가야산 순환도로'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 산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도로가 나는 가야산 자락 길섶에 부부장승을 세웠다.

신랑 장승은 머리에 백제의 5층석탑을 의미하는 관을 쓰고 '천하 대장군' 대신 '백제의 미소 길'이라는 문구가 쓰여졌다. 각시 장승은 '백제의 문화를 밝히라'는 뜻에서 족두리에 검은 해가 그려졌다.

이날 장승이 세워진 후 가야산연대의 정범 스님(보원사 주지.조계종 종회위원)은 "어이없는 탁상행정으로 천년역사와 비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길을 '백제의 미소 길'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남연군 묘 앞에서 산길 초입까지 장승을 운반하는 참가자들.
남연군 묘 앞에서 산길 초입까지 장승을 운반하는 참가자들. ⓒ 안서순

장승을 세운 후 고사를 지내고 있다.
장승을 세운 후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안서순

장승을 깎은 방유석(48·충남 예산군 덕산면)씨는 "가야산에 순환도로가 생긴다는 말에 기막혀 장승을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가야산에 있었다는 100개 암자 터를 찾아 곳마다 장승을 세워 이 산이 불교 성산임을 알리고 함부로 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 데 앞장 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승을 세운 후 모인 사람들은 명상가인 마가 스님의 인도로 순환도로 예정지인 오솔길을 따라 맨발로 걸으면서 가야산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이정연(23·대전시 중구 선화동)씨는 "이렇게 가슴 트이게 청량하고 아름다운 숲을 파괴하고 길을 낸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다"며 안타까워했다.

불교 천년 역사와 원시림에 가까운 식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야산이 느닷없는 개발논리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해 충남도가 '가야산에 순환도로를 개설하겠다'고 밝히고 부터다.

충남도가 2001년에 만든 '환경보전 종합대책 기본계획'을 보면 가야산은 딱정벌레, 뚜기목, 사마귀목, 붉은 산꽃 하늘소, 검은 다리 실베짱이, 좀 사마귀 등 모두 326종의 곤충과 때죽나무, 싸리나무, 산초나무, 오갈피 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 나무 등 100여종의 수목, 취손이 풀, 께풀, 조개 풀 등 초본류 200여종과 노루, 산토끼, 너구리 등 포유류와 꾀꼬리, 새매, 소쩍새, 닥이, 굴뚝새 등이 서식하는 등 국립공원인 계룡산보다 2.5배의 식생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야산연대는 "가야산의 이러한 자연 상태와 금강유역환경청이 '도로가 만들어질 경우 생태훼손 등이 우려된다'는 보고서 내용을 무시하고 도로의 역할도 할 수 없는 가야산 순환도로를 만들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충남도는 현재 사업자까지 선정한 다음 측량을 마무리하고 토지보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서산시 구역 중 지난해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발굴조사를 벌이는 보원사 터 구간은 문화재청의 불허로 보류되어 있다.

장승을 세운 후 맨발로 산길을 오르는 참가자들.
장승을 세운 후 맨발로 산길을 오르는 참가자들. ⓒ 안서순

순환도로를 내기 위해 측량한 후 붉은 깃발을 꽂은 산길을 지나는 참가자 가족.
순환도로를 내기 위해 측량한 후 붉은 깃발을 꽂은 산길을 지나는 참가자 가족.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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