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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살리기 문화행사에 참석한 전국의 신도와 승려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안서순
가야산에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니? 얼마 전 아빠와 이곳을 와보고는 깜짝 놀랐어. 네 머리에는 송전탑이라는 어마어마한 철탑이 여기저기 박혀있고 어떤 곳은 네 머리털을 밀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네 살까지 도려내고 있더구나.

얼마나 아팠니? 가야산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렇게 네가 아파하는 줄도 모르고 네 품속 소나무 숲과 계곡에서 재미있게 놀 생각만 하고 있었어. (중략) 아마 다친 네 몸도 치료해 주시고 너와 함께 있는 수많은 문화재를 지켜 주셔서 근심에 찬 마애삼존불상도 다시 그 미소를 되찾도록 도와주실 거야.(종략)

2007년 3월 31일
이은비가 친구 가야산에게 (이은비는 충남 서산 석림초등학교 학생)


▲ 31일로 13일째 가야산 철탑 현장 기도 정진중인 선광스님(개심사 주지)
ⓒ 안서순
승려·신도·환경운동가 등 1000명 모여

가야산 '순환도로'와 '철탑' 반대운동이 전 불교계로 확대되고 있다. 가야산연대 공동대표인 선광 스님(개심사 주지)이 지난 3월 20일부터 철탑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31일에는 보원사 터에서 조계사, 봉은사, 화계사, 수덕사 등 전국 사찰의 승려들과 신도, 환경운동가와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야산 살리기 문화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안치환씨 등이 초대가수로 초대됐으며, 수경스님(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이 참석했다. 이날 가야산연대는 '가야산을 죽이지 마라'는 내용의 가야산 지킴이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문화행사에 참석한 승려와 신도, 환경운동가들은 '가야산을 살리자'는 구호를 외치고 '가야산 지킴이' 후원행사에 동참하는 등 '가야산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하자고 결의했다.

승려와 신도들은 문화행사가 끝난 후 임도를 따라 가야산에 올라가 이 산 중턱 등성이에 세워지는 철탑공사를 위해 임시로 내 놓은 공사로에 감나무 500그루와 소나무 500그루 등 모두 1000그루의 나무를 심고 길을 가로막는 '가야산 지킴이 장승'을 세웠다.

선광 스님은 현장에서 깎아 만든 장승에 점안을 하고 신도들과 함께 세운 다음 장승에 띄운 금줄에 '가야산을 지켜달라'는 글이 적힌 소지를 매달았다.

철탑공사현장 진입로에 천막을 세워놓고 무기한 기도정진 농성을 하고 있는 선광 스님은 "충남도가 내포문화 개발 운운하며 400억 원을 정말로 쓸데없는데 낭비하고 있는데 이 돈을 지역의 빈민구제를 위해 쓰는 것이 보다 합당하고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더구나 많은 사찰을 품에 안고 있는 산 혈처마다 쇠말뚝을 박는다는 것은 불교를 무시하는 일로 더이상 참고 인내하기에는 정도가 넘어 철탑과 순환도로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나는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고 결의를 밝혔다.

불교계 및 환경단체 반대운동 본격화

▲ 30일 가야산 철탑 현장 임시진입도로에 점안한 장승을 세우고 있는 선광스님
ⓒ 안서순
▲ 세워진 장승에 소지를 매달고 있는 신도들과 스님
ⓒ 안서순
가야산 철탑과 순환도로 문제는 선광 스님이 무기한 현장 농성에 들어간 이후 전국 사찰의 승려와 신도, 환경운동가 등이 가세하는 등 점차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7교구본사 수덕사가 '철탑, 순환도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기화로 29일에는 대전정부종합청사에서 '가야산연대' '문화연대' '환경소송센터'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생명의 숲' 등이 공동으로 "가야산 순환도로와 송전탑 예정지 일대 문화조사, 발굴조사, 보원사지 일대 문화유적 관리 감독에 철저히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설명서를 발표했다.

같은 날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는 '역사문화유산과 환경, 생태를 파괴하는 내포 문화권 개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30일에는 조계종 중앙 신도회에서 '가야산 파괴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각각 냈다. 대한불교 청년회(회장 박법수)도 선광 스님의 천막 농성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환경소송센터(소장 우경선)는 "현재 이 지역 생태자연도가 1-2등급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도로를 신설할 경우 산림과 지형의 훼손으로 양생동물 이동통로 단절과 서식지의 변화, 파괴되고 유형 무형의 문화유적을 손상시킬 우려가 큰 만큼 '가야산 순환도로'는 제고돼야 마땅하다"고 밝히고 "충남도가 계획된 도로 신설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계획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등 법적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승을 세우고 금줄을 띠고 있는 가야산연대와 승려,신도들
ⓒ 안서순
▲ 가야산살리기 문화행사에 참석한 비구니 스님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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