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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남자들에 가능성을 열어둬 질투를 한몸에 받는 한유주
ⓒ IMBC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활약이 대단하다. 시청률과 인기도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승승장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여기에 출연한 모든 출연진들이 실시간 동영상 캡처 화면으로 떠오르며 네티즌들 사이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조연인 홍사장(김창완) 아저씨도 완소남으로 등극할 지경이니, 말해 무엇 할까? 헌데 유일하게 눈흘김을 받고, 지탄을 받는 이가 있다. 바로 한유주(채정안)가 그 뭇매를 맞는 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성(이선균)을 떠났다 다시 돌아와 사랑을 얻어낸 그녀. 그리고 한결(공유)과 친구라는 이름에 가능성을 늘 유지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완벽해 싫은 유주

즉, 유주의 사랑방식이 시청자들의 질투를 받는 이유이다. 그런 그녀는 어떻게 보면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유주 캐릭터의 태생 자체가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이다. 일단 얼굴이 참 예쁘다. 그것은 9년 동안 한결의 구애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거기에 얼굴도 예쁜데, 머리까지 똑똑한 그녀, 더욱이 그림도 잘 그린다. 화가가 되고 싶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남자친구를 버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릴 정도로 일에 대한 욕심도 많은 유주다. 그리고 미국에서 DK(김정민)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한성과 사랑을 일방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다시 한성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과 베이글을 매일 우편함에 넣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는 그를 찾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솔직하고, 당당하며 어찌 보면 뻔뻔하기 그지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한결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친구의 우정으로 그를 곁에 두며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끊어버리지 않고 늘 우정으로 그를 대한다.

그래서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도 받고,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하고, 미모까지 겸비한 유주는 모든 여성시청자들에게 질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 완벽해서 싫은 유주다.

어장관리의 새로운 사랑방식 추구하는 유주

▲ 모든 남자들을 놓칠 위기에 처해있지만 쿨한 유주
ⓒ IMBC
그러나 화려하게 한국으로 복귀한 유주를 마냥 질투하고 시기할 수만은 없다. 그녀는 화려한 이른바 ‘어장관리’를 하는 새로운 사랑방식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노처녀로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녀들이 판치던 한국 드라마에 단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유주는 한성과 한결, 그리고 DK에게까지 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한성을 사귀면서도 사촌인 한결에게 “친구가 애인보다 나을 때가 있잖아”라는 식의 말을 내뱉어 오히려 희망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DK와 인연을 끊지 않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한결과 DK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능성을 닫아 일만의 희망을 꺾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둘 뿐이다. 물론 이러한 삼각다리를 보고 여성 시청자들이 “여우같은 XX"라고 말해도 유주가 변명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말 그대로 모든 남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유주의 ‘어장관리’라는 말을 한다. 자신의 어장에 들어온 물고기들을 지속적으로 어장에 두면서 관리하는 것으로, 유주가 자신은 한성에게 마음을 주지만 나머지 한결과 DK에게 친구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예쁜 짓을 통해 자신의 어장에 계속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모든 드라마에서 일대일 사랑방식을 추구하는 주인공들은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삼각관계, 사각관계를 한다. 그 사이 여주인공들은 대개 두 명의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기 마련인데, 그들의 사랑방식도 유주의 ‘어장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령 얼마 전 끝이 난 <케세라 세라>의 은수(정유미)는 태주(에릭)와 준혁(이규한)을 오가며 사랑을 고백하고 연애를 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은수와 유주의 차이는 그 많은 남자들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즉 유주는 여타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그것을 능동적으로 자연스럽게 능수능란하게 남자들을 곁에 머물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타의 주인공과는 다른 능동성을 보이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오히려 수동적으로 청순가련하거나, 악녀이거나,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한 노처녀가 아닌 유주여서 반갑다.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녀가 지닌 매력은 여타의 드라마 속 주인공보다 반갑고 멋지다.

사랑의 방해공작꾼이 아닌 유주

더욱이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주조연이다. 은찬(윤은혜)이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분명 사각관계에 최대 희생자는 유주일 것이 분명하다. 은찬도 초반에 한성과 한결을 오가며 사랑의 감정을 확인했고, 이젠 한결에게로 마음이 향해 있다.

▲ 진부한 사각관계를 산뜻하게 만드는데 숨은 일등공신이 바로 유주의 캐릭터 때문이다.
ⓒ IMBC
그 가운데 한성과 한결이 은찬에게로 마음이 향해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한결도 한성도 모두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람은 유주이며 주조연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의해 두 명의 남자들을 모두 잃을 것이다. 그것을 인과응보라 주장하는 여성 시청자들이 있다면 딱히 변명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정도에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면 우리는 늘 드라마 속에서 주조연급의 여자 주인공이 사랑의 방해공작꾼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순간 악녀로 변신해 그들의 사랑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갈라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유주는 그런 악녀들과 다르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남자들을 자신의 곁에 두었던 것처럼 떠나보낼 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쿨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한성의 여자 친구로써 은찬을 만나 은찬의 감정을 확인하지만 다른 주인공들처럼 대놓고 불쾌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은찬보다도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유주다. 또 한결이 은찬과 삐거덕거리자 “4시가 좋냐, 7시가 좋냐”, “짬뽕이냐, 자장면이냐” 등의 조언을 해주는 유주다.

비록 두 명의 남자를 모두 놓칠 위기에 처한 유주지만 자신이 사랑한 한성의 마음이 다칠까, 걱정하고 한결의 사랑에 코치로서 활약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또한 DK와 미국행을 결정하며 마음을 정리하도록 한성을 배려한다.

이러한 모습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희진(정려원)보다도 더 진보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희진이란 캐릭터도 당시로서는 정말 파격적이다. 악녀로 분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희진이다. 그런데 유주는 자신의 사랑 감정을 접을 줄도 아는 그러한 여성이다.

그래서 실로 유주의 캐릭터는 이제껏 본 주조연급의 주인공들과의 캐릭터보다도 훨씬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남장여자의 은찬의 캐릭터와 비교되어 여성시청자들에게 질투 어린 시선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유주는 여우가 아니다. 물론 어장관리로 훌륭한 사랑방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 어장에 물고기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작업’을 잘 하는 여성으로 비춰질지 몰라도 적어도 드라마에서 늘 써먹던 단골소재인 사각관계가 진부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건 유주의 캐릭터 영향이 크다. 분명 유주가 악녀로 돌변하거나, 은찬을 향한 불쾌감을 수면 위로 드러냈을 경우 이들의 사각관계는 여타의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진부함과 식상함을 모두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자연스러우며, 산뜻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쿨한 유주의 캐릭터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숨은 일등공신은 어쩌면 은찬도, 한결도, 한성도 아닌 유주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문어발식으로 모두 남성에게 가능성을 열어둔 그녀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한국 드라마의 숨은 흑진주와 같은 존재의 캐릭터가 유주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유주#채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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