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감기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란 문명의 이기와 함께 찾아온 '냉방병' 탓에 여름에도 감기가 걸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냉방병, 왜 걸리나?
냉방병은 보통 실내와 외부 온도가 5℃ 이상 차이가 날 때 발생하는데, 이러한 온도차 외에도 두 가지 요인이 더 작용합니다.
우선 과도한 온도의 변화를 인체가 얼마나 자주 겪게 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내외 온도가 5℃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항상 그러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냉방병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한여름에도 직장이나 자가용, 그리고 집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낮은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안 걸리지만 직장에만 에어컨이 있는 사람들은 냉방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또한 온도의 변화를 신체에 얼마나 국소적으로 받게 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냉방기에서 나오는 한기가 직접 신체에 닿으면, 몸의 일부에만 노출되어 냉방병에 더 걸리기 쉬워 가정이나 소형 점포에서 사용하는 개별냉방기가 중앙집중방식 냉방기보다 냉방병을 일으키기 더 쉽습니다.
냉방병, 증상도 다양해실내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경우 흔히 말하는 냉방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뚜렷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그 증세는 대체로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최희정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냉방병 증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호흡기증상, 전신증상, 위장장애, 여성 생리 변화, 기존 만성병 악화"라고 말합니다.
주로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5~8℃ 정도 차이가 나는 곳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이상과 함께 자율신경계에서 이상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우리 몸은 기온이 올라가면 1~2주간의 순응기간을 거쳐 새로운 환경에 맞게끔 조절되지만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지내다 보면 순응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럴 때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상 상태에서 코는 자율신경계 중 주로 교감신경계에 의해 조절되어 혈관수축과 분비물 감소 기능을 통해 공기를 통과시킵니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장시간 동안 냉방한 실내에 있게 되면 자율신경계의 부조화가 생겨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면서 아세틸콜린이나 신경펩타이드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유리되어 재채기,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전신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 흔하며, 어깨와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파지기도 합니다. 또 몸의 한기(냉증)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위장장애로는 소화불량과 하복부 불쾌감, 더 나아가서는 설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생리 변화를 겪기도 하는데 이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집니다.
최화정 교수는 "누구보다 냉방병으로 더 고생하는 사람인 심폐기능 이상 환자, 관절염 환자, 노약자, 당뇨병 환자 등은 자신의 병이 악화되고 증세도 심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라며 만성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특히 냉방병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냉방병, 어떻게 예방하나?
최희정 교수는 "냉방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환경을 조절하고 개인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체로 중앙집중식 냉방이 개별 냉방보다 더 좋고,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상 차이 나게 하지 말며, 실내온도도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개별 냉방을 하는 경우라면 사람이 모이는 쪽보다는 안 모이는 쪽으로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고 약하게 여러 시간을 틀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또 2시간에 5분 정도는 환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장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내과 교수는 "음식은 냉면 같은 찬 음식은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좋으며 평소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의 경우에는 생맥산(生脈散)을 차처럼 끓여 마시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