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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 23일 8시, 천년고찰 통도사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어느 무명작가로부터 당신의 서거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화의 저편에서 그 무명작가는 울먹이면서 당신의 서거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그는 말끝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의 울먹임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왠지 자꾸 눈물만 나옵니다. 차 안에는 네 사람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당신의 서거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당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이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민초들일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서민출신이었던 대통령 노무현, 그리고 고향 봉하마을에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소박한 당신의 인간상이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의 서거 소식은 정말로 기가 칵~ 막힐 일이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살'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고향에서,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봉하마을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잠시 통도사로 가는 길을 멈추고 망연자실한 채 라디오에서 시시각각으로 흘러나오는 당신의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때 또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어이, 친구!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살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네. 이 땅엔 희망이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볼멘소리로 대통령조차도 자살을 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정말로 당신이 자살을 했다면 이 땅의 민초들은 살맛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땅엔 정말로 희망이 없습니다. 직업을 잃은 실업자와 끼니를 걱정하는 노숙자와, 부모조차 없는 불우한 청소년들, 그리고 병고에 시달리는 민초들은 누구에게 희망을 걸고 살란 말입니까?

 

최근 몇 개월간 당신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정말로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을 것입니다. 고향 봉하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살려고 했던 당신이었는데…….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겨냥하는 수많은 카메라와 언론의 눈, 당신의 수족 같은 사람들을 하나둘 감옥으로 보내는 검찰의 투시망들… 가슴을 도려내는 듯 옥죄어드는 창살 없는 감옥을 당신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허지만, 허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은 우직한 촌놈입니다. 당신은 고향 뒷산 봉화산에서 칡뿌리를 캐고, 다래도 따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웠던 시골아이였습니다. 입학금이 없어 중학교 입학도 포기할 뻔 했습니다. 고구마 순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부모님을 바라보며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 당신은 고졸출신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고등고시에 합격을 하여 민권변호사로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해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 당신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서민들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희망이요, 등대역할을 하여 주었습니다.

 

당신은 선거 패배를 네 번씩이나 당하고 나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닙니까? 이 땅의 언론 황제 조‧중‧동과 거기에 동조한 여론들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때에도 당신은 묵묵히 감내하면서 당신의 길을 걸어가지 않았던가요? 그런 뚝심을 가진 당신이 스스로 목숨을 거두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고향땅, 고향 마을 사람들, 당신이 손수 지은 집, 사랑하는 아내가 바라보는 곳, 정든 고향의 산천에서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 주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우직한 시골 촌놈 노무현 당신은 국민의 선택과 하늘의 점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고향 봉하마을에 내려와 조용히 살겠다는 최초의 낙향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그렇게 쉽게 목숨을 거둘 정도로 바보인가요? 당신의 사인도 없는 유서를 노트북에 몇 줄 써 넣고 휭~하니 허공에 몸을 날릴 정도로 가벼운 사람인가요?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아는 법조인이었고,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셨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허공에 몸을 날려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면… 당신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닙니다. 바보 노무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어리석은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하여 허공에 당신의 육신을 분쇄하여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입니다. 혈혈단신 소신공양으로 베트남의 고딘디엠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틱광툭 스님처럼, 당신은 허공에 당신의 육신을 산화하여 소신공양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1963년 5월 29일, 베트남의 틱광툭 스님은 사이공 판딘퐁 거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제자 한 분이 광툭 스님의 머리 위에 5갤런의 휘발유를 끼얹었습니다. 휘발유가 온 몸을 적시자 스님은 스스로 성냥불을 그어댔고, 순식간에 스님은 화염 속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광툭스님의 결과부좌는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선정에 들어갔으며, 십여 분이 지나자 한줌 숯덩이로 변해 쓰러졌습니다. 그는 소신공양으로 고딘디엠의 독재정권에 저항을 했습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민중의 저항을 촉발시켰고, 고딘디엠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신은 정녕 허공에 당신의 육신을 분쇄하여 소신공양을 하고자 했는가요? "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 당신은 바보처럼 누구도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당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드렸습니다. 당신 후회하지도 않기에 미안해하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허지만…당신의 소신공양으로 허공에 분쇄된 육신은 민초의 가슴으로 조각조각 날아와 이 땅은 눈물로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먼 훗날 당신의 소신공양은 역사가 올바른 평가를 내려주겠지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정말로 바보입니다. 그런데도 민초들은 바보 노무현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당신은 말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라고. 당신의 죽음 또한 삶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당신의 죽음은 너무 허무하고 슬프기만 합니다. 이 땅 민초들은 당신의 죽음으로 모두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통도사에 도착을 하니 절 입구에는 천년을 넘었을 고목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군요. 저 고목들은 당신의 진정한 마음을 알고 있겠지요. "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고목들 옆에는 수많은 부도들이 침묵을 한 채 무심하게 서 있습니다. 민초들의 가슴에는 바보 노무현이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고향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을 펴며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바보 노무현을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제 당신은 한 줌의 재로 변하여 어린 시절 당신이 벌거벗고 들과 산에서 뛰놀던 봉하마을로 영원히 귀향을 하였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집 가까운데 작은 비석 하나 세우고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의 분쇄된 육신과 정신은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이 민초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모든 시름 놓아버리시고 고이 잠드소서.


#노무현#소신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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