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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스타'라는 이름 위아래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스타'가 되길 원하고, 누구나 '스타'만을 보길 원하는 그런 세상.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찾아 나섭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고 있는 그런 이들을요. <오마이뉴스>는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이곳저곳에서 작은 빛을 내뿜는 배우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내조의 여왕>에서 한준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 배우 최철호.
<내조의 여왕>에서 한준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 배우 최철호. ⓒ 이중현
"후배 정태우 집들이에 갔는데 태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만약 시종일관 코믹한 이미지로만 갔으면 딱 조연배우 느낌이었을 텐데,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이 잘 나더라고."

첫사랑 천지애의 남편 오지호를 괴롭히는 악역일 줄만 알았던 냉철한 대기업 엘리트 한준혁. 피 한 방울 안 흘릴 냉혈한 일 것만 같던 그도 결국은 사람냄새 나는 평범한 남자였다. 부하 직원들에게 눈을 부릅뜨다가도 신입사원 온달수에게 맞아 쌍코피를 터트리고, 아내 앞에선 온갖 권위를 다 부리다가도 천지애만 만나면 작아지는.

그렇다. '천지애' 김남주가 아니다. '온달수' 오지호도 아니다.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인기리에 종영된 MBC 미니시리즈 <내조의 여왕>의 인기 일등공신이자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은 '한준혁' 최철호(39)다.

반듯한 이미지의 최철호가 망가졌다. 또 코믹한 설정과 대사가 난무하는 드라마에서 최철호는 홀로 정극 연기와 코미디를 오가며 말 그대로 맘껏 놀았다. 그러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극중 역할이 풍부해졌다. 한마디로 '한준혁' 캐릭터는 '최철호의 재발견'을 가능케 해줬다.

'카리스마' 벗고 '코믹'으로 다가온 배우 최철호

<내조의 여왕> 종영 후 만난 최철호에게선 만족감과 함께 앞으로의 고민이 묻어났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20년 넘게 연기에 매진해 온 그였지만 '최철호'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알린 지금이 바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일 터. 그러나 최철호는 최근 보여준 코믹한 이미지와 정반대로 시종일관 연기에 대해 고민했다.

- 요즘 인기 실감하죠?
"피부로 느낄 만큼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다닐 때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 정도? 폭발적인지는 모르겠고요. 사실 가족이나 친지들 반응이 가장 달라졌어요. 그리고 팬 카페 회원수? 사실 '꽃남'의 구준표는 신드롬이었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굉장히 인기가 있구나 싶죠."

-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잖아요? 예능 출연 제의도 많을 것 같아요.
"이번에 방송에 나갔는데 저에게 예능의 피가 흐른대요. 전 실화만 얘기한 건데요.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한 이야기가 웃겼데요. 만약 제의가 온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심사숙고해 봐야죠. 제가 봤을 땐 걱정 반 기대 반이죠. 그래도 심사숙고한다고 써주세요. 모든 건 열어놔야 하니까요.(웃음)"

- <내조의 여왕>을 1회부터 시청했는데, 작가님이 한준혁에게 애착이 많았던 거 같아요.
"1번은 태봉이죠(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무척 감사드리죠. 그래도 1번은 태봉, 2번은 준혁이? 아니다, 2번은 온달수. 온달수가 주인공이니까."

- 태봉이는 사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재벌 캐릭터잖아요. 
"어떤 사람은 옥동자가 해도 뜰 역할이라고 하던데요.(일동 웃음) 윤상현씨를 비하하는 발언은 절대 아니고요, 상현씨도 정말 좋은 친구고 역할이 좋다는 얘기예요."

- 드라마도 재미있지만 캐릭터들이 워낙 재미있어요.
"태봉이 캐릭터가 재미있었죠. 얼마 전 상현씨와 방송을 녹화했는데, 속편이 만들어지면 황비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전 지화자 남편을 해보고 싶네요. 태봉이와 내가 지화자 중간에 끼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한준혁에게 신기가 내리는 거예요. 작두도 타고. 재미있겠죠?"

내 생애 첫 코믹 연기 "어휴, 즐거웠죠!"

 <내조의 여왕> 촬영 장면
<내조의 여왕> 촬영 장면 ⓒ MBC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호기롭게) 내가 셋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목소리가 갈라지며) 달수씨!" 근엄한 척하더니 어느새 부하 직원에게 쪼르르 달려가고 있는 은근 '소심남' 한준혁은 코미디와 정극을 절묘하게 섞은 듯한 최철호의 목소리와 표정연기가 없었다면 평범했을 역할이었다.

그렇게 최철호는 생애 첫 코미디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 온달수, '30대 구준표'로 떠오른 윤상현과 달리 최철호는 온전히 자신의 연기력과 노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 코미디로 어필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네, 처음이에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인데요. 좀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이 제가 그간 그런(코미디) 이미지가 아니었으니까 더 어필한 것 같아요."

- 과연 저 모범생이자 악역인 한준혁 캐릭터가 어떻게 변모할지 궁금했어요. 연기할 땐 어땠나요?
"아유, 즐거웠죠. 특히 지호가 잘 안 웃는 친구인데 많이 웃어서 NG가 많이 났어요. 처음이 회사에서 도시락 뺏어 먹는 장면이 시작인데 지호가 하도 웃어서 대사를 못하는 거예요. (직접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냄새를 맡는 간단한 장면이었는데, 제 연기를 보고 웃음이 터진 거예요. 또 사우나 신에서도 한참을 웃어서 NG가 많이 나고요."

- 사우나 장면은 탄탄한 근육으로 화제가 됐어요. 신경 많이 썼을 거 같은데.
"그렇게 봐 주면 감사하죠.(웃음) 방송에서 제일 고생한 장면 중 하나에요. 사실 (오지호와) 큰 차이는 없어요. 지호는 기본적인 골격이 워낙 좋은 친구라 제가 더 말라보일 수 있어서 그건 좀 경계했죠. 둘이 잘 어울린다고 '준달' 커플, '달준' 커플로도 불렸어요. 그래서 '지호야, 너한테 진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같이 연기해서 네 덕을 본 거다'라고 얘기해줬죠."

- 원래 시작할 때 코믹한 캐릭터란 얘기를 들었나요?
"시놉시스를 봤을 때 '회식 야자타임 때 심하게 한 부하 직원들을 기억했다가 끝까지 괴롭힌다'는 설정을 전 굉장히 코믹하게 해석했거든요. 그거만 믿고 갔는데 사실은 악랄한 설정이었던 거죠. 천지애가 장례식장에서 온달수하고 싸운 한준혁에게 사과를 하러 온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비아냥거리다 양봉순한테 주스를 보면서 '예전부터 거슬렸는데 여기서 화장품 맛 나'라는 대사를 해요. 근데 재미있게 하려고 (비위에 거슬리는 표정을 지으며) '어으'를 덧붙였는데 감독님이 OK를 했어요. 오디오 감독님도 대사가 다르니까 깜짝 놀랐고요. 감독님이 OK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악역으로 가면서 역할이 줄어들었겠죠. 감독님이 원래 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서 그런 해석을 이해하고 인정을 해줬어요. 심지어 따로 가슴 위 장면도(찍어) 배려를 해줬죠. 정말 감사해요. 그런 걸 다 살려줬으니까요."

-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뭐, 질러 보는 거죠. 아니면 고치면 되니까요."

- 대본에 없었는데 이렇게 연기해야겠다고 해석한 건 있었나요?
"사람이 아무리 엘리트라고 해도 맞으면 아프잖아요. 멋있는 사람이라고 아플 때도 멋있진 않고요. 전 그걸 리얼리티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인정해 준 거죠. 그러니까 다음 대본에 웃길 수 있는 장면이 두 번 나오더라고요. 자고 일어났는데 안 잔 척한 거랑, 밥 뺏어 먹는 장면. 제가 더 망가졌어요. 삐친 머리나 다리 풀린 것도 다 제가 설정한 거거든요. 거기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 그래서 감초느낌에 머무르지 않고 한준혁 캐릭터 변화에 몰입한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쾌감이 있었을 것 같고.
"아주 즐거웠죠. 슛 들어가기 전에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거 말고 더 재미있는 게 없을까?' 현장에 가면 달라지는 게 많아서 빨리빨리 생각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혜영씨가 항상 불만이었어요. 자기 먼저 찍어달라는 거죠. 나 먼저 찍으면 장면 생각하면서 혼자 연습하고 있으니까. 자기 대사 안 받쳐주고."

"'꽃남' 구준표는 선대 때부터 덕 많이 쌓은 거죠"

최철호는 서울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기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찌감치 대학로에 입문했다. 대학로 사정은 21세기에도 다르지 않듯, 극단 '신시'와 '전설'을 거치며 막내 생활부터 했던 최철호는 배는 고팠지만 기본기를 튼튼히 쌓았다. 그 시절 그가 조역과 단역으로 <접속>과 <조용한 가족>에 출연했다는 걸 기억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최철호는 <내조의 여왕> 이전까지는 강하거나 반듯한 캐릭터로 어필해 왔다. <야인시대>의 '신마적'이나 <대조영>의 '걸사비우'를 연상하면서 "맞다, 저 얼굴"을 연발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을 터. 그러나 최철호는 모든 걸 "팔자소관"에 맞기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은 채 진지하게 연기에 매진해 왔다.

 <내조의 여왕> 한준혁(최철호)과 양봉순(이혜영) 부부.
<내조의 여왕> 한준혁(최철호)과 양봉순(이혜영) 부부. ⓒ MBC
- 꾸준히 연기를 해 왔는데, 지금 이렇게 주목받은 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할 것 같아요.
"한때는 억울하기도 했고 왜 안 될까, 좌절 아닌 좌절도 해봤지만, 역시나 팔자소관이죠.(웃음) 농담 삼아 예를 들면, <꽃남>의 이민호 같으면 선대 때부터 덕을 많이 쌓은 거다, 그런 식으로 위안을 하죠. 저보다 2살 많은 연극하는 선배가 아직도 무명 배우예요. 그 형 말이 항상 고마워요. '나도 있잖니, 지금 네 현재 모습에 감사해라.' 그게 정답이죠."

- 그런 마인드가 직접적으로 연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천추태후> 감독님께서 처음 미팅을 하고 그런 말씀을 했어요. '왜 술을 끊어? 마셔!' 경종은 술 마시고 해야 되니까 연기가 안 풀리면 그렇게 하자고. 연극 때 마인드가 있으니까 어떤 이유이든 그냥 찍었어요. 감독님이 <대조영> 때 저를 봤는데 그때도 좋았지만 그때하고 경종하고 비교해 보니 눈빛이 정말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얼굴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고 샤프해지고. 술 끊기를 잘했다는 거예요."

- 그렇죠. 술을 끊으면 심리적인 것도 있지만 일단 몸도 좋아지니까요.
"술이 몸에 맞는 체질이 아니에요. 또 실수도 잦아지고, 새벽에 너무 늦게 들어오면 애기도 깨고 안 되겠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가족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마실 필요가 없더라고요."

- 배우 이전에 남자로 얘기하면 쉽지 않잖아요. 
"제가 의지가 박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요. 깜짝 놀랐어요. 돈 못 버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은 다 떠났는데 전 끝까지 버텼거든요. 전 '개근성'이라고 불렀는데 한번 물면 대책 없이 안 놨거든요. 여기 아니면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통했고 그게 김지운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진짜 친동생처럼 도와주려고 했고요."

- 영화는 어땠어요? 2000년대 초반은 강한 이미지가 컸어요.
"<썸머타임>은 생계형이었죠. 그리고 <삼양동 정육점>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국희> 두 번째 주인공 역할이 저한테 들어왔었어요. 그런데 매니저가 영화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는 나쁘지 않았는데 제작사가 <노랑머리>를 제작한 곳이었죠. 그 이후로 일이 끊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전 부끄럽진 않아요. 그때 개런티로 거의 1년을 버텼거든요."

- 요즘은 생활연기, 리얼한 연기가 트렌드잖아요. 연극적인 연기는 지양되고요. 
"그래서 TV 쪽에 와서는 카메라가 무서웠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경직되고. 연극에서 배웠던 게 습관처럼 나오니까. 진지한 역은 버티겠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풀어야 할 제 문제점은 있어요. 조금 더 자유스러워야 하고 카메라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거든요."

- 그래서 사극에 많이 출연했나 봐요. 발성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또 '최철호' 하면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로 고착된 거죠. 그러다 정말 <천추태후> 경종 때 제대로 물을 만난 거 같아요. 나름 코미디도 있었고요. '택배 경종', '똘기 경종', 그리고 '홍철 경종'도 있었어요. 왕비 회임소식을 듣고 달려가는 연기가 노홍철씨의 "가는 거야"와 비슷하다고 별명이 붙은 거죠. 경종은 '돌아이' 왕이라 누구라도 새로운 연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거든요. 왕이 더듬으면 안 되나요? (송)강호 형이라면 "자자 잡아와!" 그랬을 거예요. 경종 때부터 많이 풀어지고 자신감을 얻었죠. 그리고 이번 드라마에서도 부족하지만 한 번 더 도전했고 나름 성과가 있었어요. 인기가 아니라요. 아직 카메라 앞에서 놀려면 멀었어요. 빠른 시일 내에 저도 원하는 대로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어떻게 보면 TV는 놀기 힘든 장르잖아요.
"마인드가 중요하죠. 훈련을 해야 하고. 저는 (이)덕화 선배가 잊히지 않는 게 <오남매>라고 일일드라마가 있었어요. 선배가 악역이었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보드카 한 잔을 마시는 거예요. 한참 분위기를 잡다가 담뱃불이 진짜 뜨거워서 '앗, 뜨거'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다 뒤집어지고 시청률도 확 뛰었어요. 저게 연기다 싶었죠. 악역이라고 다 분위기 잡을 필요는 없잖아요. 진짜 뜨겁잖아요.(웃음) 그런 연기가 이번 <내조의 여왕> 때도 많았어요. 덕화 선배한테 많이 배웠죠. 그런 빈틈들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이젠 '미중년 최철호'로 불러주세요!

"예전엔 한준혁 같은 역할은 정말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이 세련된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거든요. 그저 형사나 '빈티' 나는 역만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혼도 하고 나이도 먹으면서 자신감까진 아니지만 외모에 대한 소심함은 많이 깨졌어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나이가 든 것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지금은 '마음에 든다,  안 든다'이지 못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고 왜 비주얼이 중요한 역할은 못하나, 도전해 볼 수 있다 싶어요."

가까이 마주한 최철호는 이른바 '미중년'의 선두주자로 꼽힐 외모였다. 올해 마흔이란 나이도 믿기지 않았다. 한준혁과 같은 코미디에서 악역은 물론 멜로 연기도 상관없어 보인다. 그래서 진지함을 견지한 최철호의 연기 스펙트럼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항상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로 임하는 그에게 이제 두려울 것은 없다.

- 평소에도 이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고민을 안 하면 연기자가 아니죠. 연기를 잘하건 못하건요. 예를 들면 일일 드라마는 글의 힘이 커요. 미니시리즈 같은 작품은 누가 더 고민을 많이 하고 노력을 많이 했느냐의 싸움인 거죠. 배우는 모든 걸 연기로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 외모는 어때요? 예전 선배들은 잘생긴 애들은 TV나 영화로 가고 외모가 안 되면 연극으로 갔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다면서요. 최철호씨는 그런 걸 깨서 다행인 것 같아요.
"더 깨야죠. 앞으로 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제가 굉장히 소심한 남자였거든요. 항상 두려웠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웠지만 그래도 버텨야 하니까 버텼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요. 그러면 또 더 경직되고 자꾸  편한 쪽을 하게 되고. 결혼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사실 변신 같은 건 생각 안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 거죠. 어쩌면 더 독해질 수도 있어요. 이번엔 코미디가 반응이 좋았잖아요. 여러 분들이 이런 연기도 된다고 생각해 준 것이 큰 수확이죠. 예전에도 할 순 있었지만 여유가 없었던 거고요."

 KBS 주말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경종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던 최철호.
KBS 주말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경종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던 최철호. ⓒ KBS

- 배우에게 변신이란 단어는 참 좁은 표현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든 배역은 다 자기화시키는 거거든요. 어떻게 완벽하게 나를 버리고 그 사람이 돼요. 신들리지 않고서는. 전 인간 최철호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까지가 정답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해석한 성격을 내 안에 있는 한 부분에서 극대화하는 거죠."

- 공격적으로 묻는다면, 만약 이해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역할이 이해가 안 되면 안 해야죠. 다 자기화시키는 거니까. 그래도 사람이라는 존재가 모두 연결성이 있고 기본적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한다면, 다 되거든요. 단지 방식이나 표현만 다를 뿐이지. 내 안에 있는 것들과 완전히 다르면 표현을 못 하는 거고 가능하면 자기화시켜서 해보는 거죠."

- 차기작은 결정됐나요? 대본이 많이 들어오겠어요.
"아주 많이는 아니고요.(웃음) 예전엔 항상 드라마 끝나면 어깨가 무거웠어요. 다음 작품 뭐하나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거든요. 그 폭이 조금 넓어졌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하죠."

-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나요?
"그럼요. 집사람이 제일 좋아하죠. 집사람이 제 관리자예요. 집에 가면 미니홈피도 만들어주고, 기사도 다 자기가 읽어보고. 요즘 신났어요."

- 가정이 연기의 원동력인가 봐요.
"그럼요. 혼자였으면 이런 기회도 안 왔을 것 같아요. 규칙적이고 반듯하게 살려는 노력들이 나름 결실을 본 것 같아요. 또 인내하고. 저 총각 때 괴로웠을 땐 마음대로 살았거든요."

- 배우는 기본적으로 예술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럼요. 저도 술 먹고 사고도 많이 쳤고요. 그래도 규칙적으로 산다는 게 배우한테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놀 때 한 번 놀아보고, 철들 땐 또 들고요.(웃음)"


#내조의여왕#최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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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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