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광장공포증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서울광장 경찰버스 봉쇄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시는 문화행사 이외에는 사용 제한을 내걸었습니다. 광장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광장의 위기에 맞서 주민직접발의라는 직접민주주의의 방법으로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찾아오는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광장을 열어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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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을 경찰이 봉쇄하는 것! 낯설어야 하는 이 모습이 어느덧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 버렸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곳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경찰은 5월과 6월 지독할 정도로 서울광장을 봉쇄한 이유로 '불법집회가 있을 우려가 있다'라는 것을, 그리고 그 근거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제5조와 제6조를 들었다.
경직법 제5조는 '탄약고'와 같이 국가의 안보 등에 중요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을 그 취지로 한다. 그렇다면 서울광장이 '탄약고' 같은 것이었던가? 아무리 둘러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혹시 위급할 때 바닥이 갈라지면서 거대 로보트 태권V라도 나오는 것인가?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다음으로 경직법 제6조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 한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고를 발하고, 더 나아가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5월에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하고자 했던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제였다. 혹시 이것이 범죄행위? 그것도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것? 도무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도로교통을 좀 어렵게 하지 않았을까 싶고 아마 그마저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국민을 슬픔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흉악한 범죄자로 본 것이다.
경찰들에 의해 휴지·장식이 된 헌법과 집시법
6월 10일에 이르러 경찰이 보여준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경찰은 6·10항쟁을 기념하기 위하여 민주당이 낸 집회신고에 대해 다른 단체가 이미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하였다.
그런데 그 보수단체는 이미 며칠 전부터 신고된 집회를 하지 않고 있었고, 당일인 6월 10일에도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힌 상태였다. 또 설사 그 단체가 집회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단체의 집회 신고 내용은 대략 '서울광장 주위를 지나다니거나 모인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거나 피켓을 보여주어 승용차자율요율제를 더 알린다'는 것이었기에 민주당이 신고한 집회와 충돌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목적을 보다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집시법 제8조에 의해서 당연히 민주당의 집회를 허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경찰은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금지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문명국가의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경찰들의 이런 행위로 인해 헌법은 휴지가 되었고, 집시법은 장식이 되었다. 오직 경찰의 권한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권한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위한 것이었다. 6·10항쟁 기념일!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고 기념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신세가 되다니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싶다.
집회 금지에 애매한 태도 보인 인권위와 법원
비록 이 글의 주제가 경찰의 태도와 관련된 것이지만 서울광장봉쇄에 대한 인권위와 법원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법원과 지속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이런 글이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서울광장이 경찰에 의해 봉쇄되자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했다. 하나는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서울시의 불허가 처분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경찰의 집회금지통고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다.
먼저 인권위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처음에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이 되어 있더라도 급박한 사안인 만큼 긴급구제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곧 입장을 바꾸어 법원에 가처분신청이 되어 있는 것을 인권위가 다룰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요건 불비를 이유로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바로 절차를 종료하는 것)를 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인데, 법원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처음에는 시간이 급박하니 심문(가처분의 경우 양당사자를 불러 서로의 자초지종을 듣는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는데 이를 말함)을 하지 않고 바로 판단을 내리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당일 오후 2시에 심문을 잡더니, 심문에서는 추가적인 서면을 내지 않으면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추가서면을 내어야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은 얼핏 타당한 것처럼 보이나 오후 4시 반부터 시작되는 집회에 대한 심문을 오후 2시에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서면을 내어야만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 (시간상)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실제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원은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이유가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같은 시간대에 다른 단체가 집회신고를 하였다는 것뿐이었고, 이미 그 단체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은 해당 시간대에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추가로 제출받아서 검토할 서면이라는 것이 필요할까?
민주당이 신고한 집회에 대한 현실적, 법률적 장해가 모두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나? 들리는 후일담은 더 기가 막히지만 여기쯤에서 자체 검열하도록 하겠다. 여튼 법원의 신속한(?) 움직임으로 인해 그날 사상 초유의 강경진압이 벌어졌고, 많은 시민들이 전경의 방패와 곤봉의 먹잇감이 되었다.
하루빨리 진정한 광장과 법치를 찾고 싶다
광장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소통하는 곳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광장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장하며 그에 대한 제한은 매우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공적 광장이론'이 발달해 왔던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집회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고, 다니는 곳에서 하게 되어 있고, 따라서 도심이나 광장 등은 집회의 1차적 장소로 사고되어야 하며, 그곳에서의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을 위한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멀리 미국의 이런 이론까지 찾을 필요없이 당당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헌법을 가지고 있고, 집회를 보장한다는 집시법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광장에 대해, 집회에 대해 법의 규정과는 상관없이 너무 후진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는 '후불제 민주주의'로 사는 것인가? 그럼 과연 언제까지 비용을 내야 옛날부터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자꾸 광장은 늘어나는데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광장은 점점 없어지는 것같다. 마치 법치, 법과 원칙이라는 말은 점점 난무하는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막는 진정한 법치가 점점 없어지는 것처럼. 하루빨리 진정한 광장과 진정한 법치를 찾고 싶다. 그것이 잘 사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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