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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많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산울림 <어머니와 고등어>, 1977년 발표곡

아주 오래 전에 불렀던 '어머니와 고등어'의 소절들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특별한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왠지 부를 때마다 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비린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던 시절, 전날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고등어 한 토막만으로도 그 날의 식사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맛있는 고등어는 둘째치고라도 가사 중에 등장하는 '어머니'라는 단어가 마음 속의 '엄마'를 더욱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와 고등어>가 세대를 초월한 국민가요인 것처럼,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최고의 음식이리라.

어머님의 밥상 순식간에 도깨비방망이 처럼 뚝딱차려진 밥상
▲ 어머님의 밥상 순식간에 도깨비방망이 처럼 뚝딱차려진 밥상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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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를 벌써 훌쩍 넘어버린 못난 아들. 지척에 두고도 1년에 기껏해야 몇 번 찾아뵈는 버르장 머리 없는 싹수(?)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을 찾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엄마! 뭐 맛있는 거 없어?"
"갑자기 전화해서 뭔 먹을 거 타령이냐. 뭐 먹을 게 있겄냐?"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도착한 고향집 밥상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간장게장은 물론 언제 준비하셨는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흔적이 여기저기 배어 있다. 밥상에는 함께 준비한 양념게장, 금풍생이(군평선이)구이, 봄배추 겉절이 등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머나! 세상에..."

아! '어머니'라는 존재는 언제 어디서나 '어머나'라는 감탄사를 만들어내는 여신(女神)이란 말인가?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을 세상 그 어느것에 견주랴! 어느 어머님이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 먹고 싶은 음식을 모르실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안 해주시는 음식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라면'이다)

그런데 어머님이 좋아하는 음식은? 글쎄...

'엄마를부탁해' '엄마를 부탁해'는 작가 신경숙의 2008년 11월 5일 발간된 장편소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다. 연재 후 4장으로 구성된 원고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100여 장에 달하는 에필로그를 덧붙였다. 서울역에서 자식의 집에 가려다 아버지의 손을 놓쳐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을 그려내었다.
▲ '엄마를부탁해' '엄마를 부탁해'는 작가 신경숙의 2008년 11월 5일 발간된 장편소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다. 연재 후 4장으로 구성된 원고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100여 장에 달하는 에필로그를 덧붙였다. 서울역에서 자식의 집에 가려다 아버지의 손을 놓쳐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을 그려내었다.
ⓒ 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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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감히(?)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있는가? 어머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지체없이 바로 답할 수 있다면 대단한 효자이리라. 아니, 상을 줄만큼 존경스러운 자식이라 확신한다.

조기대가리, 동태대가리와 그 가시에 붙은 얄팍한 살점, 물에 말은 식은 밥, 식어빠진 시래기국, 뭉개진 딸기, 알맹이는 다 깍고 남은 사과 꼬투리...

우리는 오랫동안 그것들이 정말로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인 줄로 알고 있었던것은 아닌가. 아니,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닌가. 몰라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라도 늦지 않았으리라. 잘 살펴보자. 그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 하실지 누가 아는가. 그것을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챙겨드리는 것, 나에게는 작은 수고이지만, 어머니에게는 큰 기쁨이 아닐까. 그 흔해 빠진 천원짜리 '홍시' 하나 사 드리지 못하고,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내가 오히려 한심스럽다.

"엄마는 부엌일이 좋아?"
"... 저녁밥 지을라고 양석 꺼내려고 광에 갔는디 쌀독 바닥에 바가지가 닿을 때면 아이구 내 새끼들 낼 아침밥은 어쩐디야,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던 시절이니 부엌일이 싫고 자시고도 없었고나...." (본문중에서)

삶이 힘겨울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머니. 어머니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고, 한평생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한평생을 바쳐 자식들을 키워낸 엄마가 지하철역에서 실종되고, 자식들이 엄마를 찾으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큰 존재와 사랑을 깨달아 가는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어머니의 삶을 가족들의 내면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는 결국 가족이 아닌 타인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가족 안에서의 한 구성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서의 엄마가 주인공이다. 단순히 모정에 대한 동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엄마'라는 존재에 근원을 두고 치유와 소통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그저 가슴이 아려올 뿐이다.

살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면 '엄마가 없는 나'를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리라. 항상 곁에 있어 주었고, 언제나 나를 믿어준 존재. 하지만 언제나 뒷전이었던 나의 어머니. 말로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뿐이지는 않았는가? 행동으로 보여진 적이 없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 책을 읽으며 목이 메이고 찔끔 눈물 흘리기전에 잠시나마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음은 다행이다.

언제 운명의 신이 부모님과 우리의 사이를 갈라놓을지 알지 못한다. 책의 첫장을 넘기기 전에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슬픈 위로가 되는 기회가 되길 감히 기대한다.

어때요! 이번 주말에는 평소에 해보지 않은 서투른 솜씨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엄마를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엄마의 이불을 널며 엄마의 잠자리를 정돈 해보시지 않을래요? 상상만 해도 행복하죠?

입으로 말하는 사랑은 외면하기 쉬우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랑은 저항하기 어렵다. - W.스탠리 무니햄

덧붙이는 글 |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응모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2008)


#엄마를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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