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 단장으로 참여한 김지철 충남도의원.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 단장으로 참여한 김지철 충남도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충남교과서방문단'은 일본 구마모토 현을 방문했다. 지난해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는 전쟁을 미화하고 평화를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한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를 현립 3개의 중학교에서 부교재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구마모토 시민단체들과 오랫동안 교류해 온 충남시민단체들은 김지철 충남도의회 교육의원, 이정희 전교조충남지부 사무처장, 김지훈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집행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을 구성해 항의에 나섰다.

이들은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와 현 의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도민의 우려를 전달했다. 또 교직원노조 관계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을 만나 공동대응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등 짧지만 의미 있는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방문단의 활동을 동행해 자세히 보도하고, 일정을 마친 김지철 단장을 인터뷰해 이번 방문의 내용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정리했다. 김 단장은 지난 1월 충남도의회에서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도록 대표발의한 의원이다.

다음은 김지철 단장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활동을 마친 소감을 말해 달라.
"매우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름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열정을 가진 일본 내 시민단체 회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 이번 방문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우선 충남도민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활동을 했다.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를 찾아갔다. 예상은 했었지만 교육감은 만나지 못했다. 정책국장이 나와서 우리 방문단을 맞았다. 우리는 그 앞에서 우리가 준비해 간 항의 서한문을 끝까지 낭독했다. 그리고 서한문을 전달했다. 또 충남도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문이 제대로 도착했는지도 확인했다. 또한 구마모토 현의회도 찾아갔다. 의장을 만나기를 원했지만 회기 중이라서 만날 수는 없었다. 사무국장과 차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리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일본의 언론현실은 참으로 참담하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언론이 다 우익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계신데, 일본 언론은 그들은 항상 외면한다. 지난해 방문했던 충남방문단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들은 완전히 외면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행히 방송사와 중앙언론, 지방언론 등에서 많이 취재에 응했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이번 방문의 목적과 한국국민들의 반응 등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리고 방송과 언론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보도를 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현지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일본 시민단체 사람들도 흡족해 했다.

이 밖에도 우리 방문단은 일본교원노조 분들과 간담회를 갖고, 역사를 왜곡한 교육은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그리고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뜻을 같이 했다. 그리고 역사를 왜곡하고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도록 서로 협력하자고 약속했다.

또한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다. 비록 소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모여서 이번 역사왜곡 교과서 부교재 채택을 철회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분들과 함께 연대해서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현장도 직접 방문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우토시에 있는 우토중고인데, 이 학교는 우리가 문제를 삼고 있는 이쿠호샤 공민교과서를 사용 예정인 학교다. 부교재 채택을 이 학교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강력한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학교를 돌아보면 학교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기도 했다."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은 지난 2월 28일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를 방문해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사진은 김지철(왼쪽) 충남도의회 의원이 항의서한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은 지난 2월 28일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를 방문해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사진은 김지철(왼쪽) 충남도의회 의원이 항의서한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과거에도 충남에서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이 있지 않았나?
"충남지역의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일본 구마모토현과 한국 충청남도가 자매결연을 한 것은 1983년이다. 내년이면 30주년이 된다. 이를 계기로 충남 시민단체와 구마모토 시민단체들이 1997년부터 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처음으로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였다. 충남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방문단을 꾸려 구마모토로 건너가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역사왜곡 교과서 사용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구마모토에서는 단 한 곳도 역사왜곡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2005년에는 충남시민단체와 충남교육청이 공동으로 방문단을 꾸렸다. 20명이나 되는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해 구마모토 현에 있는 모든 자치단체를 돌아다니며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을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번에도 역시 채택률 0%를 달성했다.

2011년에도 방문단을 구성해 활동했고, 역시 채택률 0%의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지속적인 활동이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한-일 시민단체의 교류라는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극우세력의 집요하고 끈질긴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일본 우익들은 교과서 채택이 쉽지 않자 부교재 채택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그것도 현립중학교 3곳에만 살짝 역사를 왜곡한 '이쿠호샤'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구마모토 현 의회가 이번 회기에 이 부교재 구입비용 예산을 통과시키며 곧 바로 3개의 중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충남교과서방문단이 급하게 구성되어 항의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 교과서도 아닌데, 직접 방문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극우세력들은 처음에는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을 미화하며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를 교과서로 채택해 교육시키려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도 부정적인 시각과 반발이 컸고, 자국 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역사교과서가 아닌 '공민' 교과서였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왜곡된 역사관은 슬그머니 젖어들도록 하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교재'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부교재는 교과서 외의 '참고서'에 불과하다. 그래서 만일 부교재가 필요하다면 각 학교나 각 개별교사가 판단해서 이를 정해주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를 사면된다. 혹 일부는 학교에서 몇 권을 사서 도서관에 비치해 두고 필요할 때 참고하도록 한다. 그래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구마모토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이러한 상식을 파괴했다. 부교재를 교육위원회에서 직접 강제로, 일률적으로, 정한 뒤 구마모토 현 예산으로 전체를 구입해서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가 우토중고를 방문했을 때 부교재 채택 얘기를 꺼내자 그 학교 한 관계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마모토 교육감에게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 부교재 채택을 항의하자 교육감이 대답한 답과 똑같은 말이다. 이는 이미 우리 방문단을 맞이하기 이전에 교육위원회로부터 어떻게 대답할지를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다양한 관점'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그들이 가르치고 싶은 '역사왜곡', '전쟁미화', '평화헌법 부정'의 시각을 아이들에게 꼭, 기필코 가르쳐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부교재 사용이 뚫리면 그 다음은 교과서다. 이토록 은밀하고 치밀하고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 우익이 있기에 비록 '부교재'라 하더라도 결코 그 사용을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구마모토 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사진 왼쪽이 김지철 충남도의회 의원, 오른쪽은 이정희 전교조충남지부 사무처장)
구마모토 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구마모토 현 이쿠호샤판 교과서 부교재 채택 철회를 위한 충남방문단'.(사진 왼쪽이 김지철 충남도의회 의원, 오른쪽은 이정희 전교조충남지부 사무처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이쿠호샤 역사 또는 공민 교과서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이쿠호샤 교과서는 일본 역사의 '아름다운 무지개'만을 보여주고 암흑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교과서다. 일본의 역사를 '천황'의 활약의 역사로 묘사하고, 전쟁의 역사를 '황국사관'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또 천황을 헌법 규정에도 없는 일본의 '국가 원수'와 같이 다루고 있다. 대일본제국 헌법을 찬미하면서 일본의 평화헌법을 부정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심지어 '평화는 군사력으로 밖에는 지킬 수 없다'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또한 '영토'문제로 인해 아시아 국가와의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독도'에 있어서 타사 교과서는 '동해에 위치한 독도(시마네현)에 대해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그 영유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어,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다'고 기술하는 반면, 이쿠호샤 교과서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글을 그대로 인용해 일본의 주장만을 싣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탄압'국가라고 묘사해 대립을 부추긴다. 또 이쿠호샤는 '원자력 발전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거의 내지 않고, 원료가 되는 우라늄을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라며 원전을 예찬한다.

어린아이는 우리의 미래다. 일본의 아이들은 일본의 미래이고 또 그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동북아시아의 미래인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주의를 기초로 해서 다른 나라, 다른 민족들과 연대하면서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이런 교재를 어린아이들의 손에 들려주어서는 결코 안 된다."

- 근본적인 그들의 속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결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이다.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황국신민으로 일본 국민을 교육시켜 그들이 원하는 일본대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들의 명령에 순종하고 천황과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국민을 길러내는 것. 그리하여 그들 마음대로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것. 그것이 일본 우익들의 속셈일 것이다."

- 부교재 채택 철회 전망은 어떻게 보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일본 우익들이 아주 치밀하면서도 강력하게 이를 추진하고 있다. 또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대부분이 자민당 출신이거나 그와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이 다 포진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건전한 시민세력과 그리고 주변국의 여론이다. 현재 예산삭감을 위한 감사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는 게 시민단체의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슈화가 가능하고, 또 그 일을 통해서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한 계획이 제대로 잘 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우선은 한일 시민단체의 교류를 더 활발히 하면서 양국의 여론형성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구마모토와 자매결연하고 있는 충남도 집행부와 의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도록 촉구할 생각이다. 특히, 그 동안 충남도지사와 구마모토 현지사가 서로 방문하면서 교류를 해 왔는데, 이번 문제를 보면 핵심적인 예산심의권을 가진 도의원-현의원 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꼭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충남도의회와 구마모토 현의회가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한 교류 속에 신뢰가 쌓이면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충분히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서 발전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일에 앞장 설 계획이다."

-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단순히 일본의 문제라든가, 또는 과거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우리 한국의 문제이고, 우리나라의 미래의 문제이다. 특히 동북아 평화의 문제이다. 일본이 우경화되면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게 바로 우리나라다. 따라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또 막연하게 일본을 욕할 게 아니라 건전한 일본 내 시민사회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일본 내 건전한 세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한 일에 동참해 달라."


#역사왜곡#역사왜곡교과서#이쿠호샤#김지철#구마모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