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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에서 법률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3년 6월까지 발의한 법안 4622건 중 295건만 가결됐다. 철회·폐기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3869건 중 상당수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들 중에서 "제법이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실생활 속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는 ‘제대로 된 법안'들을 찾아내서 생생한 현장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말]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는 정기국회에 '초단시간노동자보호법'을 입법할 예정이다.

우 의원이 제출하는 개정안은 간단하다.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보장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공통된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초단시간노동자)는 예외로 한다'라는 문구를 삭제하면 된다. 현재 각 법안에서는 주당 15시간 미만의 노동자들은 예외조항으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초단시간노동자들은 그동안 유급휴일과, 퇴직급여, 일시적 실직 시 고용보장 등을 받지 못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단지 짧은 시간을 일한다는 이유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시간제일자리를 적극 장려하는 가운데 이러한 초단시간노동자들의 법적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우 의원의 주장이다.

우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초단시간일자리는 부수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걸로 생계를 꾸리는 일이 많아졌다"라며 "초단시간노동을 배제하는 것은 ILO(국제노동기구)에도 입법 사례가 전혀 없고, 노동시간이 짧다는 것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자료사진).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다음은 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법안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했나.
"당의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을'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까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됐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시간제 근무자는)180만 명이 넘는다는데, 이 사람들 가운데 초단시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고 있지 못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의 정글에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교사들의 문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 본적이 있나?
"많이 만났다. 돌봄 교사들의 집회에도 나갔고, 우리 지역구에 있는 학교도 찾아가 만나봤다. 돌봄교사는 초단시간노동에 맞추기 위해 근무시간을 10분 단위로 해서 계약을 맺는 등 폐해가 심하다. 15시간 이하로 근무시간을 낮추는 거다. 이런 형태의 돌봄교사가 2~3년 사이에 270%가 늘었다고 한다. 돌봄교사들을 만나면 나에게 귓속말로 말을 한다. 눈치를 보다가 누가 들으면 안 되니까 귓속말로 '정말 힘들다, 이건 일자리도 아니'라는 말을 했다."

"사용자 측 반발 예상, 헌법소원도 고려"

- 이런 법률이 지난 1997년 제정된 후 한 번도 개정 논의가 없었다. 왜 이 법안이 계속 유지됐나.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주당 15시간 미만 근무는 보통 아르바이트가 많았다. 공식적인 '일자리'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다. 그 일자리에 생계를 맡긴다는 의미보다는 임시적이고 부수적인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주창하면서 그런 일자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지금은 그 일자리에 생계를 맡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르바이트가 가계 생계에 부차적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아주 중요한 영역으로 단시간에 편입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게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 이번 개정안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이 개정안만으로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최소한 근로기준법에 보장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도 유급휴일을 보장하게 되면 최소한의 노동권을 얻을 수 있다. 또 퇴직급여보장법에서 예외조항을 없애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고, 고용보험법에서 예외조항을 없애면 일시적인 실업상태에서 받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초단시간노동으로 자기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개정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사용자 측의 반대가 우려된다.
"초단시간노동을 배제하는 것은 ILO(국제노동기구)에도 입법 사례가 전혀 없다. 노동시간이 짧다는 것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 국정감사에서 노동부에게 질의를 했는데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개정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용자들 쪽에서 반발은 있을 것이다. 현재 법안의 불합리성에 대해 설명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가야 한다. 제정이 어렵다면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하는데, 이 개정안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사실 가계의 생계를 감당하는 일자리를 초단시간 일자리로 만들면 안 된다.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무작정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을 높이는 건 옳지 않다. 국가정책을 바꿔서 공공서비스분야 등 그동안 일자리가 안 만들어진 분야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 을지로위원회에서 많은 노동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시급히 해결할 노동현안은 무엇이 있나.
"간접고용 문제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삼성전자서비스 등 서비스 업종을 비롯해 온갖 곳에 청소와 경비는 모두 직접고용이 아니라 간접고용으로 돼 있다. 이 사람들에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원청이 나서지 않는다면 사실상 의미 없는 권리다. 이러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전체 비정규직에 40%에 달한다. 간접 고용비정규직은 현재 불안정한 비정규직법조차 피해가려는 수단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청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 최근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2년인 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려는 건 보다 자유롭게 쓰겠다는 말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을 마련할 당시 비정규직들의 평균 근속이 2.1년이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한 것은 노동자의 숙련도와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을 감안했을 때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이것을 3년으로 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현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당시 근로기준국장으로 법안을 주도했다. 사용기간을 2년으로 하면 100만 명이 실직 된다는 소위 '100만 대란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의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쓰겠다는 거다. 안 될 일이다."


#우원식#새정치연합#을지로위원회#삼성전자서비스#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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