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지난 1일 천안의 한 워터파크에서 질소주입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고 위에 천공이 생기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오마이뉴스>는 2일 제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3일 이를 보도했다(
[단독] 입에서 연기 나는 '용가리과자' 먹고 위에 구멍). <오마이뉴스>보도 이후 각 언론사들이 일제히 용가리과자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이날 오후 내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용가리 과자'가 차지하기도 했다.
제보자 A씨는 이 사건을 언론에 알리면서 "한 시라도 빨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에 큰 충격과 분노를 느꼈지만, 그 보다 현재 전국에서 팔리고 있는 해당 과자의 위험성을 알려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언론에 제보한다고 했다. 더구나 해당 과자는 질소를 이용해 과자를 차갑게 하는 특징이 있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시점에 가장 인기가 높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느껴야 했다.
취재를 시작한 2일 오후 식약처에 수차례의 전화를 걸었다. '해당 식품이 식약처의 안전검사를 거쳤는지', '해당 식품의 위험성에 대해서 식약처는 알고 있었는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의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지도했는지', '이후 대안은 마련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 직원은 '언론은 대변인실을 통해 답변을 듣도록 되어 있다"라고 안내했다. 그래서 다시 대변인실로 전화해 관련 내용을 물었다. 그러자 대변인실 직원은 "메모를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며 연락처를 물었다.
연락처를 남긴 지 1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담당 직원이 자리에 없다고 했다. 다시 메모를 남겼고, 역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하니, 이번에는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아 메모를 남기라고 했다. 메모를 남겼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1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전화했더니, 현재 해당 내용으로 '회의 중'이라고 했다. 회의가 끝나면 답변하라고 할 테니, 메모를 남기라고 했다. 끝내 이날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식약처에 다시 전화하니,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했다. 결국 식약처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기사는 출고 됐다. 그 이후 또 다시 식약처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 '메모를 남겨라', '회의 중이다'라는 답변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그 사이 '용가리과자'는 각 포털 검색순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국민적 관심이 끓어오르자 결국 3일 오후 5시 경에야 책임 있는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질의 내용을 들은 뒤, "식약처에서도 해당 사안을 알고 있고, 그래서 현재 어떻게 지도 감독을 해야 할지 방안을 회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과자가 완제품이 아니어서 판매 허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다', '안전검사나 지도점검은 한 적 없다', '어떤 방식으로 지도 감독을 해야 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등의 답변도 곁들였다.
식약처의 이러한 답변을 듣기 위해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지금도 위험한 해당 과자가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여전히 식약처는 '회의 중'에 있다는 것이다. 용가리과자로 인해 큰 수술을 받는 등 아들이 크게 다쳤음에도 다른 아이들의 피해를 염려해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언론사마다 전화를 돌린 A씨의 마음도 모른채 말이다.
해당 과자는 KBS 2TV '생생정보'에 소개된 뒤 체인점을 모집, 전국에서 판매될 만큼 인기 있는 과자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해당과자의 안전성에 대해 사전 검사를 하거나 지도 점검을 하지 않았다. '완제품이 아니라서', '재료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가 일면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즉시, 대응에 나서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회의 결과 대책이 마련되면 답변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또 다시 연락처를 남겼다. 식약처는 언제쯤 답변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