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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현정 노조위원장이 카드수수료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현정 노조위원장이 카드수수료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 사무금융노조
 
"카드회사들이 현대차 갑질에 대해서 함께 대응하면 되는데 그걸 못합니다. 현대차가 워낙 갑이다 보니 그렇죠. 노조가 (카드수수료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건 이런 한계 때문입니다. 나중에 (카드사들이) 잘못되면 결국 우리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되는 상황으로 가니까..."

그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노동이사제 등 다양한 이슈가 화두에 오를 때마다 항상 증권·보험·카드업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전해주던 그였지만,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가 남달랐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아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도중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와의 카드수수료율 협상에서 백기투항한 뒤, 최근 대형마트·통신사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카드수수료 분란을 미리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자영업자 대표들과 적정한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금융 당국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국이 노조 쪽 제안에 흔쾌히 동의한 뒤 사흘 만에 전혀 엉뚱한 대책을 내놨다는 것. 김 위원장은 "정부에 완전 뒷통수 맞은 형국이 됐다"고 목소리 높였다. 해를 넘기자 초대형가맹점의 갑질이 시작됐는데, 이로 인해 카드회사가 막심한 손해를 떠안게 되면 결국 노동자들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금융 당국이다. 부당하게 낮은 카드수수료율을 요구하는 대형가맹점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 또 그는 오히려 당국이 카드사들에게 연락해 수수료 협상에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와 협상 당시) 다른 카드사들은 이미 합의를 했었고, 신한·삼성·롯데카드만 협상을 이어오고 있었다"며 "카드수수료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당국이 카드사에 전화해 빨리 합의하라 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 카드수수료 갈등, 어디서부터 꼬였다고 보나.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중소·영세가맹점의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명박 정권 때, 김석동 금융위원장 시절 도입됐다. 당국이 연매출 5억 원 미만 가맹점들에게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여전법 시행령에 담은 것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시행령을 바꿔 30억 원으로 (우대범위를) 늘려줬다. 이 혜택을 받는 가맹점들이 전체 가맹점의 93%다. 그런데 당국이 이와 함께 매출 30~500억 원에 해당하는 가맹점들의 수수료도 인하했다. 카드사들에게 권고하는 방식이었다." 

-가이드라인 같은 건가.
"그렇다. 금융당국에서 하는 것이니 카드사는 당연히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때 카드사 노조가 문제 제기했던 것은, 그렇다면 연매출 500억 원 이상 가맹점의 수수료는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논리는 역진성 해소, 수익자 부담원칙이었다. 역진성 해소라는 건 매출이 높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500억 원 이상 구간에서도 수수료가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지 않고 현대차 협상이 타결됐다."

앞서 카드사들은 현대차에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은 1.9% 중반대로 수수료율을 제시했지만  현대차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맞섰고, 이달 중순께 결국 1.89%대로 협상이 마무리 됐다.

"재벌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당국도 동의해 놓고, 엉뚱한 대책 내놔"

- 카드사들이 현대차보다 높은 수수료율로 협상한 곳이 있다는 얘긴지.
"500억 원 이상 매출을 보이는 회사 가운데 (수수료율이) 1.95%인 곳도 있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가맹점 같은 곳이다. 그런데 사실 처음에 가맹수수료를 인하할 때 30억 원 이상 구간은 왜 인하해주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30~500억 원 구간은 (시장에서) 보호해줘야 할 기업들이 아니지 않나."

- 500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가맹점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0.6% 밖에 안 된다. 당시에 노조는 정부에서 카드수수료 인하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다만 500억 원 이상 초대형가맹점, 재벌가맹점의 수수료는 인상돼야 한다고 했었다. 작년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1조30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카드수수료 인하하고, 몇 가지 제도 개선한 것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은 1조4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1조4000억 원은 어떻게 계산된 수치인지.
"금융위원회가 발표했었다. 500억 원 미만 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하면서 8000억 원, 제도 개선으로 6000억 원, 모두 1조4000억 원 정도의 혜택이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카드사들 순이익이 1조2000억 원이었는데, 그대로 두면 2000억 원은 적자를 본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당연히 (노동자)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다. 그래서 우리는 재벌가맹점 수수료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 당국도 구두상으로 동의했다."

-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조직에서도 수수료 인하 협의에 참여했다. 
"당시 자영업자대표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했었다. 그때 카드사 노조가 제안했다. '우리가 서로 주장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 자영업자도 을이고 카드사도 을이다. 정작 갑은 재벌가맹점이다.' 이렇게 협의하자고 해서 논의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카드사 노조하고 자영업자대표들이 합의서를 쓴 것이다. 사회적 합의, 대단히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때 민주당 내 민생경제 관련 연석회의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도했다. 그 안에 카드분과가 있는데, 이학영 의원이 분과위원장이다. 합의안에 서명할 때 이 의원도 참석했고, 박홍근 을지로위원장도 배석해 함께 사진도 찍었다. 합의안에는 '500억 원 이상 초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전제로,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인하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 그런데 500억 원 이상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려면 그 당사자들도 함께 합의했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렇다. 처음부터 노조가 주장했던 부분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자영업자 문제가 생겨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려 한다면 시장참여자들이 다같이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했었다. 노조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대형가맹점, 카드사, 카드사 노동자들이 들어와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는데, 민주당은 민생경제 연석회의에 자영업대표만 넣어줬다.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이 자영업자를 보호해주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였다. 자영업자 대표들 가운데 가장 큰 조직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이다. 이쪽이 연석회의에 들어갔다. 현재 청와대에 있는 자영업비서관이 한상총련 전임회장이다.

한상총련이 주로 속해 있는 카드수수료 구간이 30억 원 이하 구간인데, (이 영향 때문인지) 30억 원까지 수수료율을 우대해주는 내용이 시행령에 들어갔다. 또 불공정카드수수료차별철폐전국투쟁본부도 (합의안에 포함돼)있다. 이곳 사람들은 큰 마트를 운영하는데, 매출액이 100억 원 상당이다. 이쪽의 이해관계도 있다 보니 (수수료 우대범위가) 500억 원 구간까지 늘어났다. 물론 이 합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정부와 집권여당이 이 내용에 대해 같이 보증을 서준 것이었다. 그런데 2018년 11월23일 합의안에 서명한 뒤 정부 쪽 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이 11월26일에 발표됐다."

- 어렵게 마련된 합의안의 내용이 정부 대책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발표 당시 정부는 매출 500억 원 구간까지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발표했는데, 500억 원 이상 구간의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뺐다. 그날 오후 4시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러 갔다. 왜 약속대로 안 하냐고 했더니 최 위원장은 '500억 원 이상 가맹점의 수수료는 당연히 인상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자 브리핑 때도 금융위 국장이 구두상으론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후 사무금융노조가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와 함께 만든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 차원에서 항의했더니, 정부가 카드산업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대부분 자영업자 수수료율에는 관치, 0.6% 재벌 가맹점에 대해선 방치"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현정 노조위원장이 카드수수료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현정 노조위원장이 카드수수료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 사무금융노조
 
- TF에선 어떤 논의가 오갔나. 
"TF는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 1조4000억 원을 보전하는 방법 3가지를 구상했다. 500억 원 이상 가맹점 수수료 인상, 카드사 부가서비스 축소 그리고 카드사가 신규사업을 제안하면 정부가 정책에 반영하는 것 등이다."

- 이 3가지를 모두 시행하면 1조4000억 원을 카드사가 보전할 수 있나. 
"금융위는 수수료 개편 발표 당시에 500억 원 이상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면 6000억 원 가량 보전된다고 했다. 또 정부는 카드사가 1년에 마케팅 비용을 6조원 가까이 쓴다고 추산했는데, 이를 아끼면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 1조4000억 원을 보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었다. 그래서 노조가 마케팅 비용 6조원이 어디에 쓰이나 확인해 봤더니 대부분 회원서비스였다. 카드 만들면 마일리지를 쌓아준다든지 그런 부분이다. 6조원 중에 75%가 이런 데 쓰였다. 나머지 25% 정도가 대형가맹점들에 대한 일회성 무이자할부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케팅 비용의 75%에 해당하는 회원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약관을 변경해야 한다. 약관변경승인은 금융감독원에서 해주게 돼 있다. 2016년에 이런 규정이 마련됐는데, 이후 지금까지 단 1건도 승인된 적이 없다. 소비자 보호가 이유였다. 남은 25%, 무이자할부는 1회성으로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를 못하게 하면 안 되지 않나."

- 카드사가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주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신규사업을 어떻게 뚝딱 만들어내나. 지금까지 카드사들이 제안한 신규사업은 없는 걸로 안다. 금융위가 카드사들에게 여신금융협회 쪽으로 신규사업으로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취합하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나온 것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제로페이까지 확산하면 카드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진 때였다. 김 위원장은 "매출 500억 이상 가맹점 수수료 인상, 부가서비스 축소, 신규사업 규제완화 어느 것도 아직 구체화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500억 이상 구간에 대한 내용은 현대차가 첫 케이스였는데, 카드사들이 완전히 항복선언을 해 버렸다"며 "한국지엠·르노삼성도 똑같이 나오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웃긴 거냐 하면, 매출 30억 원까지는 카드사와의 관계에서 가맹점들의 협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행령에서 우대수수료율 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럼 500억 원 이상 구간에서는 누가 갑일까요? 초대형가맹점이 갑입니다, 카드사가 을이고요. 매출 500억 원까지의 구간도 정부가 권고해서 수수료가 인하됐는데, 500억 원 이상에 대해선 시장논리를 이야기합니다. '카드사가 알아서 하라' 그러면 카드사는 뭐냐 이거죠."

"수수료 인하 발표 후 3달 만에 모집인 3000명 일자리 잃어"

-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여전법 18조3에 보면 그런 내용이 있다. 19조에서는 이런 행위가 발생하면 금융당국이 조정을 하거나 관계기관에 이를 통지하게 돼 있다. 또 70조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 3가지 조항에 의해서 금융위가 조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 하고 있다. 19조에서 말하는 관계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 정도가 될 수 있겠다. 현대차의 경우 제조업이니 그쪽 관할이지 않나."

노조는 앞으로라도 당국이 대형가맹점에서 여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정종우 사무금융노조 하나·외환카드지부장은 "아마 올해 1분기(1~3월)가 지나면 금감원에서 카드수수료 인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감독당국이 수수료가 제대로 낮아졌는지만 보고 갔는데, 이번에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적정하게 정해졌는지도 확인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지금까지 흘러온 상황을 보면 이런 감독행위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는 이미 카드업계에서 노동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가맹점수수료 인하 발표가 나오고 3개월 만에 올해 1월 기준 카드모집인 3000명이 감원됐다"고 했다. 그는 "모집인들은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아 이런 일이 뉴스가 되거나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하지만 3000명이 3개월 만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조선소와 같은 큰 곳이 문을 닫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드회사들은 카드모집인을 채용이 아닌 계약 형태로 고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 통보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에서 대규모 카드모집인 해촉이 발생해도,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설명을 들은 김 위원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미국, 호주 이런 나라들 중에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정부에서 조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금융위가 카드사들에게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우대하라 했을 때 반발이 심했죠. 소위 말해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관치금융'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시장자율로 해야 할 영역인데, 어쨌든 지금까지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그런데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에는 그런 논리로 가면서, 왜 초대형가맹점에 대해선 (카드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같은 논리를 펼치지 않느냐는 거죠. (현대차 등 초대형가맹점이) 재벌대기업이라서 그런 거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금융위가 실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관료집단의 특징이 (소극적인) 그런 것 같습니다." 

#카드수수료#사무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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