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두고... 치매 아버지 숨지게 한 40대 아들', '초로기 치매 앓는 어머니 살해한 아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제목이다. 이런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매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보호자와 치매 당사자를 힘들게 만든다.
'치매국가책임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이를 제도화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 환자에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 ▲ 의료지원 강화 ▲ 요양비 및 의료비 대폭 완화 ▲ 치매 친화적 환경조성 등이 있고, 그 외에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제도로 부양 부담 경감을 위한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치매안심센터에서도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해 ▲ 상담 및 돌봄부담 분석 ▲ 자조모임 ▲ 가족카페 ▲ 힐링 프로그램 ▲ 동반 치매 환자 보호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그중 힐링프로그램으로는 치매 환자 가족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치매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올해 치매 안심 아파트로 지정된 옥천읍 가화현대아파트와 다산금빛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치매라는 질병에 관심을 갖고 이웃 간 사랑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주민이라면 치매안심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10월 28일 저녁, 치매가족힐링프로그램 현장을 찾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들은 가화리에 위치한 '꿈꾸는 도예공방 모모'에 모여 저마다의 마음을 빚어내고 있었다.
손으로 흙을 빚는 건 마음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날 모인 세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 저마다의 손끝으로부터 하나의 뭉치에 불과했던 흙이 모양새를 갖추어갔다. 밀대로 흙을 밀어 평평하게 만들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모양을 만든 후 내용물을 담을 수 있게 쌓아 올렸다. 동그란 것, 네모난 것, 토끼의 얼굴, 하트모양... 각자의 마음을 마주 보는 동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트모양 접시에 제가 좋아하는 뱀으로 장식하고 게임 캐릭터들을 그려 넣었어요."
작품 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송연이(9, 옥천읍 가화리) 어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넣었다고 이야기한다. 송연이 어린이와 그의 아버지 송재명(52, 가화리)씨는 치매 환자의 가족은 아니지만, 아내의 직업 덕분에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 치매안심센터의 활동을 눈여겨보다 참여하게 됐다.
그는 "치매라는 질병에 관심이 있기도 했는데 우리 아파트가 치매 안심 아파트로 선정돼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끼리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세대는 어릴 때 흙을 가지고 많이 놀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도예체험이 자녀에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아이와 함께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세 자녀와 함께 참여한 김재경(40대, 가화리)씨도 치매 안심 아파트 주민이다. "자녀들이 미리 어려서부터 치매를 가까이서 접해보면 질병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치매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관해 "아직 더 많은 이해심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웃 간 교류 감소와 세대 갈등으로 점점 더 삭막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여러 질병을 겪는 환자에 대해 유년기부터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김재경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몰랐던 이웃 가정을 알게 되고 자녀에게 치매에 관해 조금 더 가까이서 생각하게 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전했다.
옥천군 치매안심센터 주은미 주무관은 "현재 주 2회 총 6주 프로그램으로 11월 셋째 주까지 진행된다.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치매에 관심을 둔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게 모집해 총 15명 정도가 참석중이다"라며 "도예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치매에 관련된 영상 교육도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1월호(통권 41호)
글 소혜미
사진 소혜미
→
이 기사가 실린 월간 옥이네 11월호 구입하기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