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
여행이 완성되려면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인생이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삶이란 여행이고 또 하나는 죽음이란 여행이다.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뿐이라고 했다.
- 정호승 시인의 '인생은 여행이다' 중에서
정호승 시인의 말에 공감한다. 삶과 죽음, 우리가 살면서 가장 근원적인 단어다. 날마다 살아가는 삶의 여행, 목표를 세우고 어디로 가야 하나, 날마다 번민을 하게 된다. 내 나이가 어느덧 인생의 마무리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무엇 하나 이루고 싶은 꿈을 꾼다.
꿈으로 그칠 망정,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푸른 별 하나를 안고 산다고 말들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짝이는 별을 향해 무던히 노력을 하고 견디면서 인생의 여행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사는 게 힘들어도 꿈이 있을 때 마음이 헛헛하지 않다. 내가 미루어 두었던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고전을 필사해 보는 거였다. 필사는 글 쓰는 작가들도 많이 추천하는 일이었다. 일 년 넘게 코로나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칫 무료한 날은 마음을 놓으면 시간은 그냥 흘러가고 만다.
어느 날, 지난해 10월 한길문고에서 에세이집을 출간한 박모니카 선생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들. 올해 명심보감 필사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동참하실 선생님들 없는지요?"
그 말에, 나는 반가워 빠르게 답을 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마음으로 염원하면 이루어지나 보다. 필사하는 인원은 5명이 시작을 했다. 지난해 한길문고에서 책을 출간한 박모니카 선생님, 서경숙 선생님, 박효영 선생님, 배현해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사람이 1월 4일부터 명심보감 인문학 필사 여행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날마다 한 챕터씩 필사를 해서 온라인 모임 플랫폼 밴드에 올리면 되었다.
고전 필사는 오래전부터 내게 숙제처럼 남아 있는 일이었다. 때가 되면 <명심보감> (明心寶鑑)을 필사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 필사를 끝까지 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심보감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최고의 입문서이다.'
명심보감은 총 285페이지 책이며 서론과 함께 '성찰하는 삶에 대하여' 21편, '지혜로운 삶에 대하여' 21편 '실천하는 삶에 대하여' 27편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삶에 대하여 10편으로 총 80편이었다. '80일간의 명심보감 인문여행'이라는 제목에 나는 설레면서 필사 여행을 시작했다.
동네 문구점에 가서 필사를 할 두툼한 노트와 연필 두 자루를 샀다. 지우개와 연필 깎는 도구까지, 마치 학생이 된 느낌이다. 나는 볼펜 글씨보다도 노트 위에 사각거리는 연필 글씨를 더 좋아한다.
조용히 앉아 노트에 글씨를 쓸 때, 사각거리는 소리는 어쩌면 나의 마음속 깊은 곳과 교감을 하는 듯 기분이 좋다. 하루 시간 중 많은 시간을 필사하는데 집중했다. 어떤 날은 손목이 아파 파스를 붙여 가면서 필사를 했더니 남편에게 지청구를 들었다.
날마다 밴드에 올라오는 필사하는 선생님들 응원이 힘이 되었다. 책 전체 페이지가 285페이지이다. 나는 온전히 손으로 쓴 책 한 권을 4월 13일까지 필사를 끝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손에게 고맙다고 손을 만져 주면서 말을 걸었다. 그 많은 글씨를 써내느라 고생했다고.
'필사는 정신과 영혼이 조각처럼 글귀를 아로새기는 작업이다. 아름답거나 의미 있는 문구가 아닌 아주 평범한 표현을 무료히 받아 적는 것, 그 과정이야말로 본연의 삶과 가장 닮았다'라는 문장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필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 생각 없이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거였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글들은 모두가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글들이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와 닿은 글을 옮겨본다.
- 성찰하는 삶에 대하여
"아무 이유 없이 얻은 재물은 행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蘇東坡曰 (소동파 왈) 無故而得千金( 무고 이득 천금)이면
不有大福 ( 불유 대복)이요, 必有大禍( 필유 대화) 니라. 소동파가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천금을 얻었다면 큰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
- 지혜로운 삶에 대하여
많은 재물을 물려주기보다는 한 권의 경서와 한 가지 기술을 가르쳐라
- 추노 지방의 대유학자로 불린 위현의 자식 교육법
漢書云 (한서운) "黃金 滿籝 (황금만 영)이 不如敎子一藝 (불여 교 자일 예) 친서에서 말했다. 황금이 상자에 가득하다고 해도 자식에게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 자식에게 천금의 돈을 물려준다고 해도 자식에게 한 가지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
- 명심보감을 풀이하면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을 주제 하기 때문에 마음을 밝히는 것은 곧 삶을 밝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