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꿀벌 수십마리 물어죽이는 육식곤충..." 누구의 잘못인가 http://omn.kr/1v2n3
생태계교란 생물은 충북 옥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지역생태계를 위협해온 교란종이기에, 옥천에서도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모든 교란종에 대응하는 정책이 만들어진 상황은 아니다. 교란 생물로 분류‧지정된 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난 큰입배스‧블루길과 가시박은 대응책이 마련된 한편, 등검은말벌과 같이 최근에 생태계교란 생물이 된 경우는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이 없었다. 생태계교란 생물 관련 옥천군의 정책을 정리해 소개한다.
생태계 교란어종 사고, 토종어종 풀고
내수면 생태계 교란어종 구제사업은 매년 세 차례 이루어진다. 군은 관내 어업허가자를 대상으로 큰입배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을 1kg에 3천200원에 수매한다. 교란어종이 토종어종을 잡아먹으며 개체 수가 줄어들자, 직접 수매해 생태계 균형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수매한 교란어종은 군북면 추소리 폐기물종합처리장에 매립한다.
올해는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3690kg을 수매했고 남은 두 차례 수매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경제개발국 환경과 서은주 내수면팀장은 "어민 어획량에 따라 수매 일정이 결정된다. 올해는 비가 적게 와서 어획량이 적은 편이다. 어획량이 수매에 충분한 정도가 되면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교란어종을 수매하는 동시에 옥천군은 쏘가리, 붕어, 뱀장어와 같은 토종어종 치어도 매년 대청호에 방류하고 있다. 옥천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세 곳은 군으로부터 사업비, 내수면산업연구소(청산면)로부터 치어를 제공받아 양어장에서 토종어종 치어를 길러 방류한다. 어린 토종어종은 방류 후 5년 정도가 지나면 충분히 성장해 상품성을 지니게 된다.
올해는 향수자율관리어업공동체가 8월 초, 토종 붕어 40만 마리가량 방류를 앞두고 있다. 향수자율관리어업공동체 손승우 대표는 "공동체 회원이 함께 나와 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충 방제약제 지원, 매월 1일 가시박 제거의 날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는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돌발해충에 대응해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매년 두 차례 방제를 지원한다. 돌발해충이 알에서 부화하기 시작하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가 첫 번째, 성충이 되어 산란을 시작하는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이 두 번째 방제 적기다.
농기센터는 1천㎡ 이상의 과수를 재배하는 우리 고장 농업인을 대상으로, 신청자에게 돌발해충 방제약제를 지원한다. 3월 15~31일까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을 받았으며 예산은 5천만 원, 지원 단가는 1ha당 10만 원(보조 70%, 자부담 30%)이다.
농기센터는 올해 5월 25일을 공동방제의 날로 정해 농가가 5월 20~31일에 1차 방제를 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2차 방제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7월 6일부터 16일까지 농가의 신청을 받아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에 2차 방제를 할 계획이다.
방제약제 지원 신청을 받아 농가가 개인적으로 방제작업을 하는 상황에서, '공동방제의 날'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날 방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이러한 날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약제를 뿌린다 해서 돌발해충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산림 혹은 다른 농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박미숙 작물환경팀 담당자는 "산림방제 혹은 공동방제를 하는 방법도 논의됐지만, 약제를 사용하는 만큼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농약허용기준 강화제도(PLS)나 산림 쪽에 미처 몰랐던 과수농가, 양봉업자의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은 올해 6월부터 매달 1일을 '가시박 제거의 날'로 정했다. 옥천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가시박을 제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힘을 합치면 가시박을 근절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함이다. 기존 지역환경단체와 주민이 중심이 되어 가시박 제거를 하던 방식에서 읍‧면이 주체로 나서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시박 집중 제거지역을 설정한 후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가시박 제거의 날'은 매월 1일이지만, 제거 활동일은 읍‧면별로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고 실제 가시박 제거 활동은 대체로 부녀회와 새마을회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가시박 제거의 날' 제정 외에도 군은 가시박 분포조사, 모니터링을 하고 기간제 근로노동자를 모집해 가시박 제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가시박 외에도 돼지풀 등 생태계교란 생물 전반을 제거한다.
생태계교란 생물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경제개발국 환경과 환경관리팀 채희웅 주무관은 "기간제 근로노동자는 50여 명이고 최근에는 등검은말벌 발견 신고를 듣고 근로노동자들과 현장에 나가 말벌을 제거하기도 했다. 생태계교란 생물 관련 신고를 받으면 가능한 직접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옥천군에 따르면 가시박은 옥천읍 서화천 일대를 비롯해 9개 읍면 81만2천300 ㎡에 서식하고 있다. 경제개발국 환경과 박병욱 과장은 "보다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가시박 제거를 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환경단체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교란 생물 다시보기
아무리 생태계교란 생물이 골칫거리라 해도, 이들 역시 생명체다. 생명을 지닌 것은 모두 쓰임새와 역할이 있는 법. 생태계교란 생물로 낙인찍기 이전에, 생명체 자체로 그를 바라본다면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다. 인천의 사회적기업 밸리스는 '세상에 버려지는 생명들의 가치를 찾아주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배스를 활용한 반려동물 간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버려지던 생태계교란 생물을, 유용하고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한다.
"배스‧블루길같은 외래어종은 질소질 성분이 많아서 액비로 쓰면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됩니다. 이전에는 시‧군 단위에서 수매를 하면, 주로 매립 혹은 퇴비로 사용했는데, 버리기엔 아깝고 퇴비로 활용하려면 발효까지 오래 걸리고 악취도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경기도농업기술원 유기농업팀 최종인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유기농업팀은 이 점에 주목해, 2018년 외래어종의 영양가를 살리는 동시에 악취가 적고 단기간에 비료로 만들 수 있는 '유기액비(유기농 액체비료) 제조플랜트'를 개발했다.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는 지자체에서 수매한 배스‧블루길을 주재료 삼아, 유기물 분해를 가속화하는 미생물, 발효를 촉진시키는 당밀과 미네랄이 든 물(BM수)을 첨가해 만든다. 여기에 악취저감기를 가동해 악취를 줄인다. 300~450℃의 고온으로 악취를 태우는 원리다.
기존 유기액비 제조 방법보다 발효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악취가스 발생을 90%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개발된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는 경기도 양평군에서 주로 활용하다가, 2020년부터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에 선정돼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를 도입한 경기도 양평군은 12개 읍면에 유기액비 제조 시설을 설치하고 수매한 배스‧블루길‧강준치를 전량 활용하고 있다. 한 번에 2-3톤 규모로 생산이 가능하고 완성된 액비는 지역 친환경농가에 무상 제공한다. 양평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주성혜 과장은 "현재 유기액비 생산규모로는 전체 농가가 사용하긴 어렵지만, 외래퇴치어종을 활용하고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도 작년부터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으로 액비플랜트를 활용하고 있다. 옛살비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은 군에서 수매한 외래어종을 무상 제공받아 유기액비를 만든다.
옛살비 친환경 영농조합법인 최치범 대표는 "원래 유기액비를 만들다 군 시범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청해 액비플랜트를 활용하게 됐다. 작년에 2톤, 올해는 지금까지 1.5톤 액비를 생산했다"며 "발효시간과 악취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조합 회원들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식량축산팀 윤은제 담당자는 "버려질 뻔했던 외래퇴치어종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군은 관련 정책 도입에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유정용 과장은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액비플랜트를 도입하려면 이를 운영할 민간 단체가 있어야 한다. 옥천군농기센터는 이미 복합미생물로 만든 유용미생물 배양물(액비 등)을 농가에 무상 보급하는 상황이기에 중복되는 사업으로 봤다"고 밝혔다.
가시박을 천연제초제로 만든다?
가시박이 자라는 곳에서는 유난히 다른 식물이 생존하지 못한다. 가시박은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생화학적 물질, 일명 '타감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착안해 2008년, 가시박을 천연제초제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허수정 연구사는 당시 가시박 천연제초제 연구를 담당했다.
해당 연구는 아쉽게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허수정 연구사는 "가시박이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하던 것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라며 "가시박에서 타감물질을 추출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사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가시박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지금도 생태계교란 생물은 누군가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의 실수로 '생태계교란 생물'이란 오명을 갖게 된 생명체다. 이들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러기까지 우리의 잘못이 있었음을 알고 그 쓸모를 봐주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명을 대
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월간옥이네 통권 50호(2021년 8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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