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언론에서도 전통주를 많이 다루면서 전통주 붐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전통주의 관심이 업계 연구자로서 싫지 않으면서도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전통주, 지역특산주 온라인 판매가 다른 주류에 없는 특혜로만 이야기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특산주로 인터넷 판매가 되는 '원소주'와 일반주류로 인터넷 판매가 안 되는 '백걸리'를 비교하는 내용으로 기사화가 많이 됐다.
사실 두개의 술은 면허가 전혀 다른 술이다. '원소주'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가지고 지역 쌀 100%를 사용해 만드는 술이다. 지역특산주는 전통주에 포함되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반면 '백걸리'는 충남 예산 쌀을 사용했지만 면허 자체가 소규모주류제조 면허이기에 온라인 판매를 못한다.
만약 '백걸리'가 처음부터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고서 술을 만들었다면 '백걸리' 역시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은 면허를 받고자 하는 양조장의 선택 문제일 뿐이지 술을 만드는 시설의 규모나 원료 사용에 따라 전통주로 분류되거나 온라인 판매 유무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서울에서 지역특산주 면허를 신청하는 많은 신규 양조장들이 있고 그들은 필요에 의해 지역특산주를 신청한다. 또, 누군가는 지역특산주 면허보다 소규모주류제조 면허의 자율성이 좋아서 소규모주류제조 면허를 신청해서 술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 개의 술이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 주류 시장의 뜨거운 이슈
이러한 논란이 커지자 결국 국세청은 지난 달 말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해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소규모맥주제조업체나 수입주류 업체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반면 현재 주류를 오프라인에서 유통을 하는 쪽에서는 확실한 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인 의견 청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주가 이슈가 되다 보니 전통주에 속하는 민속주나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게 사실이다. 유명 연예인들에 의해 전통주가 관심을 끄는 것은 좋지만 실제 '원소주'와 '백걸리'나 많이 팔리지 아직 전통주들은 판매가 엄청나게 증가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도 전체 술 시장 출고금액은 8조 7995억 원이며 이중 맥주와 소주가 7조 2000억원(8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논란이 되는 전통주는 626억 원으로 비율로는 0.71%로 아주 미약하다. 물론 19년 0.59%에서 20년에는 0.71%로 0.12% 상승했기에 다른 주류에 비해 성장률은 높지만 아직 전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전통주는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 술이다.
전통주에 속하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는 무조건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역특산주는 이 부분을 알고 면허를 신청한다. 국산 원료의 가격 부분을 온라인 판매나 주세 감면의 혜택을 통해 조금이나마 일반 주류와의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중이다. 그래도 자본이 풍부한 일반주류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는 않다. 전통주 문제를 지적한 기사 중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반주류 중 일부 술에 전통주와 같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영세한 수제맥주 업체들도 소비 활성화 측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몇몇 주종의 단순한 문제가 아닌 주류 시장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WTO(세계무역기구)는 교역상대국 간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는 아주 적은 규모이기에 특별히 문제 삼고 있지 않지만 일반주류에 온라인 판매나 세금혜택을 주다가 잘못하면 모든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 판매에 있어서는 자본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주류 업체들이 유리하지 지금의 일반주류 탁주, 약주, 소주나 소규모맥주제조 업체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주류업계 내부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전면 허용할 경우 주류 시장에서 영세한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한 현재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매출 50%가 주류에서 발생하는데 주류 온라인 유통이 소형 유통채널의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이 16강 진출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6강을 넘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뜻이다. 아직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고 판매도 더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처럼 전통주나 지역특산주가 없는 혜택을 받고 있거나 잘못된 혜택을 받는 것처럼 오인돼 잘못된 정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아직 전통주는 보호하면서 성장시켜야 하는 시장이다. 히딩크의 말을 인용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전통주는 아직 배가 고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삶과술에 동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