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3 18:58최종 업데이트 23.08.01 11:08
  • 본문듣기

2022년 3월 20일 촬영한 외교장관 공관 등 다수 공관이 들어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입구. ⓒ 연합뉴스

 
관상가이자 풍수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화제다. KBS는 경찰 발로 백 교수가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해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관저 의혹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도인'(천공)에서 풍수가로 바뀐 셈이다.  

경찰 수사내용이 사실이라면, 천공 의혹의 진원지인 남영신 당시 육군총장은 공관장(또는 공관 담당 부사관)의 오인이나 착각에 따른 잘못된 보고내용을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에게 전달한 셈이다. 이는 육군 최고 지휘관에게 허위보고가 올라갔다는 비상식적인 결론으로 이어진다. 어찌 됐든 육군총장의 전언을 그날 일기에 기록하고 그 사실을 책에 담은 부 전 대변인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2018년 윤석열-홍석현 회동에 등장한 역술인

천공의 '대체자'로 떠오른 백재권은 누구인가? 올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새 주인공으로 등판한 만큼 여러 매체가 백 교수와 관련된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언론매체에 관상 칼럼을 써온 백 교수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사 사주 등과 교류하면서 풍수계 실력자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선 때 유력 대선후보 부부들을 만나 관상을 봐준 일로 유명한데, 특히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백 교수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2018년 중앙일보 및 JTBC 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심야에 서울 인사동 술집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났을 때 동석했다는 의혹이다. 이른바 윤석열-홍석현-백재권 3자 회동설이다.

2020년 8월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윤석열-홍석현의 회동사실을 보도하면서 동석한 역술인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세 사람이 만난 시점은 2018년 11월 어느 날 밤 11시. 술에 취한 윤석열 지검장이 먼저 나타났고 이어 멀쩡한 상태의 홍석현 회장이 역술인을 대동하고 합류했다. 술자리는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있다는 해당 술집 사장의 증언을 토대로 한 보도였기에 신빙성이 높았다. 그가 심 기자에게 일러준 역술인의 인상은 백 교수와 흡사했다. 보도가 나간 지 석 달 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8가지 사유로 징계를 청구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이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우연한 1회적 만남이었다"고 해명했다.

2021년 발간된 <윤석열과 검찰개혁>(한상진 조성식 심인보 공저)에는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다만 심 기자는 기사에서나 책에서나 '역술인'이라고 표기했을 뿐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거의 확실한 사실이지만, 당사자 확인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재권이 직접 밝힌 윤 대통령과의 인연 

지난해 6월 나는 백 교수와 만나 두 시간여 동안 인터뷰한 적이 있다. 유력 정치인들과 만났던 일화, 관상, 인물평 등이 주된 화제였는데, 당연히 윤석열-홍석현 회동에 동석했는지도 물어봤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음은 인터뷰 녹취록에서 해당 부분을 발췌한 내용이다.
 

관상가이자 풍수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 백재권 제공

 
백재권(이하 백) : "윤 총장이 자기도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고. 학교 선배도 있고, 사회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을 거 아니야? 윤 총장을 아는 사람 중에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필자(이하 필) : "그 사람이 칼럼(백 교수가 중앙일보에 쓴 윤석열 관상 칼럼) 보고 연락했나 보네요."

백 : "아니, 그 사람은 그 전에 내가 좀 알았지. 그 사람이 중간에 그 얘기를 했지. 윤석열 지검장을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나도 윤석열에게 관심이 있었고 칼럼도 썼기 때문에, "만나도 괜찮다"고 했지요. 주로 그런 식으로 만나는 사람이 많아요. 저명인사들은." 

: "그러니까 중앙지검장 때 말이잖아요. 근데 제가 알기로는, 윤석열 지검장이 홍석현 회장을 인사동에서 만날 때 동석하지 않으셨어요?"

: "말을 할 수 없어요. 그걸 확인할 수 없는 거고."

: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백 : "제가 말할 수 없어요. 개인적인 내용이거든요. 제가 일반 사람이 아닌, 기업이나 정치하는 사람들 만나잖아요. 그런 것은 제가 말을 안 해요. 아예 맞다 안 맞다 그 자체도."

필 : "누구를 만나고 이런 거에 대해서..."

: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제가 그런 말 자체를 안 해요. 그리고 확인 자체도 할 필요도 없는 거고. 안 만났어도 안 만났다고도 안 해요. 제가 안 만났으면 안 만났다고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저는 그 자체를 확인 안 해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고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인데, 제가 누구를 만났다고 하면 고객에 대해 지켜야 할 것을 안 지켜주는 꼴이니 제가 얘기를 안 합니다."

백 교수는 인터뷰 이후 인사동 회동 관련 내용을 빼자고 제안했다. 내가 안 된다고 하자 자신의 답변을 "노코멘트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2017년 가을, 윤석열·김건희와 만나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것으로 보인다. 홍석현 회장과 같이 만난 걸 포함하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만 두 번 만난 셈인데, "총장이 된 후에는 만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건 내가 그냥 그렇게 얘기하고..."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지인의 주선으로 이뤄졌다는 첫 만남의 시기는 2017년 가을로 기억했다. 저녁식사 자리였는데, 김건희 여사도 동석했다. 백 교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상호 보완적인 관상"이라고 평했다.

"윤 대통령은 권력은 있지만 고귀함이 없는 관상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그 반대다. 둘이 결합함으로써 윤 대통령은 고귀함이 생겼고 김 여사는 권력을 얻었다. 대통령이 되는 데는 김 여사 도움이 컸다."

그는 김 여사의 관상이 "고귀한 공작상"이라고 했다. 내가 의구심을 나타내며 허위 학력/이력 의혹과 주가조작 연루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도 별문제가 안 될 거다."(허위 학력/이력)
"그건 내가 상황을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 없다."(주가조작 연루 혐의)


☞ 역술인 백재권씨와 자세한 인터뷰 녹음파일은 24일 오마이TV '조성식의 어퍼컷'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