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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 박수림
 
"어디에 있는 거야..."

흐느끼는 목소리가 그을음 냄새 사이로 퍼졌다. 실종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울음을 머금고 화재 현장 곳곳을 동분서주했다. 근처에 있던 소방관에게 가족의 행방을 물었지만 좀처럼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성 옆에 있던 다른 남성 역시 가슴을 부여잡은 채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결국 그들은 현장 통제선(폴리스라인) 너머로까지 들어가 가족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인근 영안실과 장례식장 또한 침통한 모습이었다. "돌아가셨는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이들의 간절한 호소와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유족들의 오열이 현장을 메웠다. 다친 이들이 옮겨진 병원 또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말을 아꼈다. 

부검 기다려야 하는 유가족, 장례식장 대기실서 부둥켜안고 눈물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의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장례식장에서 경기도 관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의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장례식장에서 경기도 관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 박수림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오후 11시 기준)까지 확인된 사상자는 모두 31명(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 실종 1명)이다.

화재가 발생한 2층 현장은 창문과 지붕이 날아간 모습이었다. 발화 지점 주변은 거뭇한 그을음과 앙상한 철근만 남았다. 주변 인도엔 폭발물 잔해가 가득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타는 냄새가 났다. 소방, 경찰, 경기도 관계자는 외부인의 화재 현장 주변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후 8시께 사고 현장에서 약 13km 떨어진 A 병원은 극도로 조심스런 분위기였다. 이 병원엔 사고 후 경상 환자 6명이 이송됐다. 그 중 4명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론은 물론 누구와의 접촉도 원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 이유를 부상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해당 병동의 간호사는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다 보니 (부상자들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들이) 취재를 일체 막아달라고 부탁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 박수림
 
사고 현장에서 약 7km 떨어진 장례식장에선 중국인 남성 B씨가 사촌 누나 두 명을 찾고 있었다. B씨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사촌 누나들이 돌아가신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 그냥 (누나 두 명이 함께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가 난 것만 안다"며 "살아 있으면 (사촌 누나들로부터) 연락이 왔을 건데 연락도 안 된다. 전화기도 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근했는데 (화재 현장) 근처 다른 공장에서 일을 하는 친형이 '사촌 누나 둘이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제게 전화했다"며 "화재 현장에 가려다 일단 이 장례식장으로 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질문을 이어갔지만, 그는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사망한 한국인 두 명 중 신원이 밝혀진 한 명의 유가족 또한 이 장례식장에 머물고 있었다. 아리셀의 연구소장이었던 고 김아무개(51)씨의 유가족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검을 기다리는 탓에 아직 시신이 안치되지 않아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유가족은 대기실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오후 9시 20분쯤엔 김씨의 자녀들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곧이어 목 놓아 우는 소리가 장례식장 복도까지 들려왔다.

윤 대통령 방문... 소방 측 "파견 일용직 대부분"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 박수림
 
한편 이날 오후 7시 윤석열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찾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화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남화영 소방청장에게는 "화재의 원인을 철저하게 정밀 감식하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8시엔 경기도와 소방 측이 함께 브리핑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 화성시청 내 통합지원센터 설치 ▲ 경기도 직원과 유가족 1:1 매칭으로 사상자 안치 및 법률 지원 ▲ 부상자의 생활 안정 지원 및 재난 현장 피해 후속 복구 ▲ 외국인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 지원 ▲ 경기도 내 유해화학물질 관련 사업장 정밀 점검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약속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 ⓒ 박수림
 
조선호 경기소방본부장은 "아직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배터리를 패킹(packing)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작업 도중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실종자를 모두 찾은 이후 소방과 경찰, 국과수 등이 합동으로 정밀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화 영상을 봤더니 처음에는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연기가 갑자기 발화해서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는 데 15초밖에 안 걸렸다"며 "작업자들은 당황하는 듯하다가 소화기를 가져왔지만 리튬이다 보니 (진압이) 잘 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작업자들이 출입문 방향으로 나갔어야 하는데 놀라서 안쪽 문 방향으로 대피한 것 같다"며 "대피 방향이 잘못된 것도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실종자 포함 21명일 정도로 많았다. 또 정규직이 아니고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받아서 쓰는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하지 않았던 점도 인명피해가 늘어나는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검게 그을린 현장, 침통한 장례식장 [화성 공장 화재]
ⓒ 박수림, 박현광,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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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화재#아리셀#윤석열#외국인근로자#경기도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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