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3℃를 찍은 지난 28일, 경북 영주댐은 전체가 초록빛이었다. 옛 평은마을 쪽은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 곤죽 상태였고, 특히 녹조가 오래돼 사멸할 때 나오는 푸른빛마저 띠고 있었다. 여기에 고약한 냄새가 더해져 현장에 오래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실 현장 방문을 하기 전까진 이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까지 장마 기간이었던 터라 폭우가 내려 흙탕물이 많이 유입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긴 장마도 결국 영주댐의 녹조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이곳에서 확인했다.
낙동강 수질 개선? 영주댐은 지금 녹조 창궐 중
영주댐은 지난해 8월 착공 15년 만에 정식 준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화재 이전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국민권익위까지 동원에 꼼수로 영주댐을 준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관련 기사 :
문화재단지 완공은 '아직'... 그런데 영주댐 준공한다고? https://omn.kr/25ar4). 사실 준공에 대한 것도 논란이지만 실효성 문제도 있다. 바로 녹조 때문이다.
영주댐의 주목적은 낙동강 수질 개선이다. 수질개선용 댐으로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댐인 것이다. 그런데 지어놓고 보니 지독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영주댐의 댐 본체 준공은 2016년이었다. 준공 이후 그해 시험담수를 했는데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현되었고, 녹조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그 녹조가 아직까지 그대로이고 그 양상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기온도 올라가고 물을 가둬놓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녹조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녹조가 심각한 영주댐 물을 방류해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요원한 일일 것이다.
"영주댐은 용도를 상실한 댐으로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하천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더해 "영주댐으로 인해 국보급 하천 내성천마저 망가지고 있어, 실효성도 없는 영주댐을 해체해 내성천부터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중류에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상류 봉화와 영주지역을 지나오면서 농경지와 돼지와 소 등의 축사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차라리 댐이 없을 때 내성천의 수질은 더 맑았다. 내성천엔 연중 1급수의 강물이 흘렀다. 내성천의 방대한 모래가 수질정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내성천 강물은 두터운 모래층을 흘러가야 했기에, 일부 오염원이 들어오더라도 자체 정화 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주댐 사업으로 내성천의 모래를 상당량 준설하고 물을 가둬놓으니 영주댐 유역 안에 있는, 과거 농경지였던 곳에서 올라오는 부영양화 물질과 상류에서 들어오는 영양물질을 걸러주지 못하고 썩어가는 것이다. 그게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댐과 저수지의 녹조 비상
이런 녹조 현상은 비단 영주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6일 찾은 안동댐에도 지독한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관련 기사 :
안동댐에 녹조 창궐 ... 홍준표 시장님, 이런 물 드시겠어요? https://omn.kr/29l71). 영주댐 못지않은 녹조가 눈에 띄었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2억 톤이나 되는 강물을 저장하고 있는 안동댐 전역이 녹조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영주댐과 같은 시기 지어진 보현산댐도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 영주댐과 보현산댐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댐으로 이들조차 녹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 댐이든 오래된 댐이든 녹조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미 수차례 말했듯, 녹조에는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가 들어 있다. 그 독이 녹조가 심할 때는 에어로졸 형태로 날린다. 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공기 중의 녹조 독을 흡입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와 창원대와 부경대 연구진이 지난해부터 함께 밝혀낸 조사 결과이다.
댐 주변에는 수몰민들의 이주단지 마을이 있다. 또, 영주댐과 안동댐은 식수는 아니지만 농업용수로도 공급되는데 이런 물로 농사를 지으면 녹조 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지난 2022년부터 낙동강네트워크와 부경대 연구진이 밝혀낸 사실이다. 그런데 대구 홍준표 시장은 이런 안동댐물이 안전하다면서 대구 취수원으로 삼겠다며 이른바 맑은물하이웨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댐만 그럴까? 저수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찾은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감동저수지도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주변 산지의 녹색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합천의 학동저수지와 창원의 주남저수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전국 댐과 저수지들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마다 심각한 녹조 때문에 농업용수와 생공용수로 쓰지도 못할 생태가 된다는 소리다. 식수원으로 삼는 댐이나 저수지는 더 심각해진다. 그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댐으로 극복? 수요관리가 정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신규 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장관 김완섭)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하였다. 기후위기를 댐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댐만이 기후위기 극복의 대안일까. 최근의 상황은 녹조만 심화시켜 수자원을 더 위험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하천운동 한 길을 이어온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위원은 말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면 불필요한 구조물 해체하는 것이 수순이다. 신규 댐 건설은 댐을 해체해 가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기후위기 극복에 소규모댐으로는 큰 효과도 없다. 소규모댐은 홍수방어 능력도 물을 담을 능력 없다. 결국 토건주의를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room for the river'와 같은 정책으로 강의 영역을 확대해 주는 방식 즉 홍수를 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수와 치수, 생태가 같이 가야 한다. 기후위기는 결국 생태위기이기도 하다. 댐은 생태위기는 신경 안 쓰는 반쪽자리 정책에 불과하다.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 신규 댐 사업은 설 자리가 없다."
그는 또 그간의 댐 건설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것은 또다른 형식의 토건주의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댐이 기후위기의 적절한 대응 수단이 결코 아님을 재차 강조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댐 건설로 잡겠다는 것은 결국 기후토건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댐은 혈세낭비에다 주민 갈등 그리고 국론 분열까지 일으키며 토건주의를 확장하는 것뿐이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것은 결국 인간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다시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을 옳은 해법이 아니다. 그리고 물이 고이면 수질이 나빠질 것은 자명하다. 심화해 가는 녹조 현상이 증명해준다. 따라서 댐은 기후위기의 적절한 대응 수단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물 절약과 수요관리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물을 펑펑 쓰는 구조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강의 염형철 대표는 말한다.
"누수율을 줄이고, 기존 댐의 운용과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를 보면 상수도관이 낡아 중간에 새는 수돗물이 2022년 기준 6억73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부가 이번에 14개의 신규댐으로 확보하려는 물량의 2배가 넘는 아까운 식수가 낭비되는 것이다. 또 전국적으로 1만7318개의 댐과 저수지가 있는데 이들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신규댐을 지어서 댐만 늘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국 수요관리로 가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위원도 용수만 늘인다고 될 일이 아니라 있는 용수를 잘 관리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도 아니다. 그런 논리로 4대강사업을 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에 물이 부족한 지역은 도서지역과 산간지역이다. 이곳으로 물을 보낼 수 없다. 4대강사업은 물이 크게 필요 없는 엉뚱한 곳에 댐을 지은 꼴이다. 결국 수요관리의 문제다. 농업에서도 물이 적게 들어가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고, 상수도 누수율 잡아야 한다. 그리고 산업시설 때문에 물 소비량이 많아지는데 이것도 무방류시스템 같은 것을 제도로 정착해 물 재사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가야 한다. 우리가 쓰는 일상생활의 소비량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물 소비량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가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