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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지난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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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차 중인 전기 자동차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화재는 발생하는데 왜 유독 전기 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걸까?

전기 자동차 화재의 원인과 대책 등이 궁금해 지난 8월 30일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상황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부담 갖는 상황인 거죠. 사실 전기자동차가 화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기자동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한 거잖아요. 전기자동차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이 되는 추세죠. 그래서 정부도 대책 세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 전기자동차 화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가요?

"전기자동차 화재 건수가 증가하는 건 맞아요. 왜냐하면 등록 대수 자체가 증가하고 있어서 그에 비례해 같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화재 관련 통계와 전기자동차·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대수를 비교해봤을 때 화재 발생률은 거의 차이가 없어요. 다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화재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가 더러 있으나 전기자동차 화재로 최근 3년 동안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어요."

- 왜 전기차 사고에선 사망자가 없는 건가요?

"내연기관자동차는 충돌로 인해, 전기자동차는 주차 중에 화재가 꽤 많이 발생하죠. 주차 중에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일부 이유가 되는 게 아닌가 하죠."

- 그럼, 전기차는 왜 주차 중에 화재가 날까요?

"전기자동차에서 발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발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장소가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내부에 있는 셀의 여러 가지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추정하는 거죠. 그런데 배터리 셀은 주행할 때만 작용하는 게 아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주차 중에도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주차 중에도 화재가 난다고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겁니다."

- 그럼,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화재 발생 전에 알아볼 순 없을까요?

"문제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데, 그 시스템이 'BMS'입니다. 앞으로 주차 중에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또 이미 그렇게 하는 곳도 있어요. 예방적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경우는 만들어낼 수 있으나 화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배터리 내부의 소재를 바꾸지 않는 한 없는 거죠."

- 그럼 배터리 사용 자체가 문제라고 봐도 될까요?

"배터리는 처음부터 문제 있다거나 없다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자체가 자동차에 들어왔을 때 그 자동차에서 얼마나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 해봐야 될 텐데요.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쓰던 배터리 같은 게 자동차에 들어온 거잖아요, 근데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자동차에 써본 경험이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15~20년 동안 전기자동차 산업 자체가 성장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 거예요."

-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많이 나는 거 같아요. 물론 지상 주차장에서도 화재는 났죠. 혹시 주차를 어디에 하는지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는 가급적 지상에 주차하는 게 좋긴 하죠. 그런데 지하에 주차해도 스프링클러 시설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크게 피해 확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에 청라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이 됐다면 큰 확산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 화재가 났을 때 옆에 주차된 차에 옮겨가는 것도 문제지만, 차주 입장에선 애초에 불이 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전기차에 불이 안 나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럼 가장 원천적인 대책은 불이 안 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배터리 셀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화재 가능성이 0%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0%가 될 수 있는 조치들은 지금 개발이 되고 있지만 그게 개발이 되기 전까지는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구체적으로 BMS 정보를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거고요. 화재가 원천적으로 안 나도록 하는 것은 기술 개발 측면이,고 BMS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에요. 알림을 줬는데도 미리 조치 못 해서 화재가 났다면 그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건 스프링클러, 즉 소방의 역할인 거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자는 게 지금의 움직임이에요."

-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안 좋다는 얘기도 나와요.

"배터리에 에너지를 많이 담으면 그만큼 열도 많이 나요. 그래서 열이 많이 났을 때 혹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100% 충전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원래 전기차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100% 충전이 안 되도록 설계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표시상으로는 100%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95%밖에 충전이 안 돼요."

-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안에서 화학 반응에 의한 거예요. 근데 배터리 팩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여기에 물을 아무리 뿌려도 그 물이 배터리 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왜냐하면 안에 물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놨거든요. 그러니까 물을 뿌려봐야 안 들어가니까 꺼지진 않겠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쓰는 이유는 열을 낮춰주려고 하는 거예요. 열을 낮춰주면 셀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옆으로,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연쇄 폭발하는 건 막을 수가 있습니다. 열을 낮춰주는 차원에서 얘기하는 거예요."

- 정부가 대책 세우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터리 셀 내부에 들어가는 소재를 바꾸는 건 정부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건 기업의 기술 개발 통해서 극복해야 될 문제고 정부 대책은 화재 발생 이후에 얼마나 확산을 억제할 건가에 맞춰져 있는 거예요. 확산 억제 측면에서의 대책으로 본다면 실효성이 있는 것도 있어요. 여기서 실효성이 있다고 하는 건 전국에 있는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하는지 한번 점검해 보라는 건 분명히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겠죠.

다만 90%만 충전하라고 하는 건 일종의 이용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그 외에 충전기가 자동차와 통신을 하는 경우에만 보조금 주겠다고 하는 대책은 안전장치를 하나 더 두는 것이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사실은 저는 정부 대책은 정부가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요. 왜냐하면 근본적인 원인은 배터리 셀에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기술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 자금이 조금 적게 편성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있어요. 왜냐하면 배터리 회사들이 기술 개발 하는 데 많은 막대한 R&D 자금을 쓰고 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조금 더 지원해 줘서 우리가 쉽게 말하는 대책이라고 하는, 고체 전해질 배터리가 빨리 나올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될 겁니다.

꼭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은 대기업보다 보폭이 빠르니 그런 보폭을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좀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 화재 불안감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타던 전기차를 중고로 내놓는 분들도 많고, 계약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전기자동차에 대한 포비아, 즉 공포까지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내연기관 타시더라도 언젠가는 다 전기차를 타셔야 되는 세상이 올텐데 그때까지 거부할 건가요? 차라리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 삼아서 우리가 전기자동차 시대를 좀 더 빨리 경험하고, 안전 대책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훨씬 산업 주도권 측면에서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 포비아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포비아를 일괄적으로 없앨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대비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만약 지난번에 청라 화재가 벤츠 한 대에만 일어나고 옆으로 확산이 안 됐다면 이런 포비아가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내연기관차는 불이 안 날까요? 그러니까 내연기관차 불나는 것처럼 전기차도 불이 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권용주#전기차#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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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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