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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우 지사는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고아무개 씨와 여성단체를 지난 13일 고발했고, 다음날인 14일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 지사의 성추행 사실을 입증'할 녹음테이프를 전격 공개했다. 우 지사의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올해 여성권익을 가로막은 최악의 '걸림돌'로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선정한 바 있다. 이에 우근민 지사는 지난 13일 "제주여민회의 발표가 선정적이고 악의에 찬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제주지검에 피해자 고모 씨와 제주여민회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우 지사는 14일 오전 10시경 기자회견을 통해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성직자들이 8일 저를 방문해 대승적 견지에서 풀어나가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해 실추된 명예가 다소나마 회복될 수 있다면 법적 대응없는 원만한 사태해결을 모색해왔지만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우 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명예훼손 사례는 다음의 4개항이다.

▲첫째, 고씨가 대화 도중에 비서관에게 메모를 전달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깨에 손을 얹은 행동을 '가슴만진 행위'로, 사무실을 나갈 때 등 뒤에서 가볍게 밀며 출구쪽으로 안내한 행동을 '자신이 껴안으려고 한 행위'로 왜곡하여 주장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점.

▲둘째, 제주여민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고씨의 블라우스 두 번째 단추를 끌르고 가슴에 손을 넣었다"고 발표했다가 (다음날) 고씨가 기자회견에서 "겉옷 단추를 끌렀다"고 다른 내용을 주장해 허위사실임을 자인한 점.

▲고씨는 "미친개에 물렸다고 생각하라"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여성정책과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하여 허위 주장을 한 점.

▲고씨와의 면담은 사적으로 이루어졌고 대화내용도 사적인 것이었음에도 고씨는 도지사와 여성단체 대표자 신분으로 만나 정책대화를 한 것인 양 과장하여 성희롱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 지사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던 제주여민회 측은 우 지사의 기자회견에 반발해 14일 오후 2시 제주여민회 교육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지사와 제주도 여성정책과장과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녹취테이프를 공개했다.

제주여민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제주여민회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도를 넘은 시점에서 마지막 양심까지 내던진 우 지사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면서 성추행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녹취록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주여민회는 우 지사 측이 배후세력이나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본질을 외면한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 성추행 사건을 정치싸움으로 희석시키려는 수작"이라면서 "성추행 사건이 선거 시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을 이용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정치음모론과 배후세력 운운했던 지사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공개된 우 지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녹취록은 지난 1월25일 고 씨가 우 지사의 '성추행 면담'을 사과받기 위해 도청을 방문, 집무실에서 우지사와 나눈 대화내용이다.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고 씨:"(어떻게) 제 가슴에 손을 넣습니까?"
우 지사:"귀엽다 진짜로(웃음)."
고 씨 :"아니, 저를 동생으로 생각헌덴 해도. 지사님 그래도 동생으로 생각헌덴 해도 어떵 세상에 제 가슴에 손을 경 넣습니까?(저를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지사님 그래도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어떻게 세상에 저의 가슴에 손을 그렇게 넣습니까?) 생각해봅서.(생각해 보십시오) 지사님께서. 난 예 이거봐예. 이날 강도 막 그냥예 심장 쿵쾅쿵쾅 뛰고 가슴 떨리는 게예.(저는 이거봐, 이날 가서도 너무 그냥 심장 콩쾅쿵쾅 뛰고 가슴 떨리는게)"
우 지사:"아리따우니까. (웃음) 동생같으니까. 그래. 그거를 그렇게 생각하냐? (웃음) 응?"


다음은 고 씨가 지난 2월5일 제주도 민원실에서 도 여성정책과장과 나눈 대화 내용의 주요 부분이다.

과장:"어떵 허냐 어제야, 다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게, 더 이상 뭐, 털어. 어떻게 할건데? 털어 버리고 어떻게 하려면 … 너만 손해라, 털어 버려.(어떻게 하냐 어제서야. 다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뭐, 털어. 어떻게 할건데? 털어 버리고 어떻게 하려면 …너만 손해야. 털어 버려)"
과장:"꼭, 알았지이?(알았지) 너한테는 하나 도움될 꺼 하나 어시메(너에게는 하나 도움될꺼, 하나 없어) 내말 진짜 명심해. 나 결혼도 안하고 저 얘기도 안 낳아봤져만(낳아봤지만) 어떤게 옳은 방법인지는 나 잘 안다고. 으응? 진짜 명심해. 그거."
고 씨:"언니 벽보고 살았구나게(살았구나). 이대로 사는 거 보민(보면)."
과장:"여기서 혼자 이제 털어 버리라고, 그거 없었던 거로. 무로 돌려버리라고. 아예 그런게 없었다고 생각해부러(생각해버려)."


우 지사의 성추행 사건은 일단 법정으로 넘어갔다. 이 사건이 과연 피해자의 주장대로 성추행 사건이냐 우 지사의 주장대로 정치적 음해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냐의 판단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판이다.

이 사건은 제주지역 사회의 '성의 문제' '여성의 인권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우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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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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