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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다소의 이브로빈슨 부사장은 4일 기자회견을 갖고 "F-X사업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다"면서 "한국 법원에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허주현 |
차기 전투기(F-X) 도입사업에 대한 외압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다소사가 4일 공식적으로 F-X사업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서울 지방민사법원에 F-X 사업 2단계 평가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방부의 차기전투기 사업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소사의 이브 로빈슨 국제협력담당 부사장은 4일 오전 11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차기 전투기 사업의 핵심 명제가 되어버린 '투명성과 공정성'이 이렇듯 훼손된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법에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가처분 신청 취지를 밝혔다.
로빈슨 부사장은 이어 "국방부가 당초 성능 우선에서 절충교역 우선으로, 또 다시 기술이전, 가격우선으로 평가 우선순위를 점차 변경한 것은 포커에서 모든 패를 알고 있는 사람이 룰을 임의적으로 바꾼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1단계 평가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국방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 동안 경쟁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를 볼 권리가 있다"면서 "기밀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를 전제로 그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소사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는 '특정기업에 편중한 획득과정 중지'와 '가처분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F-X 2단계 평가 중지', '경쟁사인 미 업체와의 계약 중지'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FX사업 공정성 문제제기, 3대 의혹 있다"
로빈슨 부사장은 최근 일고 있는 한국 사업 철수설에 대해 "다소는 한국에 최선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보며 끝까지 경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못박고 "다소는 한국 정부와 국방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F-X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소사가 제안한 조건은 1단계 평가에서 3% 이상의 차이가 날 것이 확실했다"면서 "그러나 국방부가 임의적으로 평가기준을 여러 차례 바꾼 것은 특정업체를 비호하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로빈슨 부사장은 이날 FX사업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3가지 의혹을 거론했다. 먼저 '1단계 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로빈슨 부사장은 "1단계 평가 결과 3% 이상 차이가 날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 ▲프랑스 다소의 이브로빈슨 부사장 ⓒ 오마이뉴스 허주현 | "전투기의 성능에 있어서 라팔은 F-15K에 비해 한 세대 이상 앞서고 있고, 절충교역 또한 40%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가격 또한 8% 이상 저렴하다. 따라서 라팔과 F-15K의 1차 평가 결과가 1.2%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또 입찰과정과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도 거론했다. 로빈슨 부사장은 "입찰 선정 과정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졌으며 이 모든 것이 똑같은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2000년 봄 한국정부가 제안요청서(RFP)를 보내왔을 때 이는 F-15K를 위해 만들어진 RFP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경쟁사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1년 가을 4개 기종 시험평가 이후 일부 한국 언론들은 라팔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를 한국정부는 부인하지 않았다. 라팔이 운용·기술이전에서 1위를 차지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기술이전과 절충교역 부분의 비중을 높였다. 기존 30%에서 70%로 비율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2001년 11월말까지 프랑스의 제안서가 경쟁사에 비해 40% 이상 앞서가자 그해 12월 새로운 제안서를 받았다. 기종결정 평가방법으로 2단계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분명히 미국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로빈슨 부사장은 "한국정부는 전투기와 관련해 세세한 것부터 시작해서 가격 정보까지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는 상대방이 들고 있는 카드를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룰을 바꾼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라팔, F-15K보다 3억 5천만 달러 정도 저렴
로빈슨 부사장은 또 이날 F-15K와 비교해 라팔의 가격까지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미제 F-15K는 가격경쟁시 제안 당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투찰해 프랑스 라팔보다 고가"라면서도 "항공기의 인도일정 미 준수에 따른 항공전력 운용의 공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만을 단순 비교하여 특정 기종을 고가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1월 가격 입찰 시작 이후 프랑스는 가격을 크게 낮췄다. 하지만 미국 경쟁사는 오히려 가격을 높였다. 결과 라팔은 3억 5천만 달러 정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 게다가 미국 경쟁사는 절충교역 70%에도 못 미친 64.1%에 그쳤다.
모든 것에서 라팔이 3% 이상의 차이를 냈다고 봤다. 하지만 이어 국방부는 평가에 대한 배점기준을 0~100점이 아니라 60점~100점으로 변경했다. 이 규정은 원래 임무수행평가 부분에만 적용키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배점기준은 모든 부분에 적용됐다."
로빈슨 부사장은 또 국방부가 가격문제와 관련해 납기시기를 거론한 것과 환율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최근 납기시기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년 전 이미 공군과 합의된 것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1차 결과 발표 3주 전에 이를 문제 삼은 것은 말도 안된다. 환율 문제도 30년 후 EU의 환율 문제를 어떻게 예상한다는 것인가"
로빈슨 부사장은 F-X사업 공정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몇 달 전 한국언론에 한국정부의 입장이 보도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면서 "그 이후 특정업체에 유리한 보도가 조금씩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국방일보는 1차 기종 평가 결과가 나오기 1주일 전인 3월 14일 '우리가 찾는 것은 차세대전투기가 아니다'라고 기사화한 데 이어, 3월 15일 '비행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3월 16일 '전투기 성능 잘못 평가된 것'이라는 등의 보도를 했다. 다소사 회장이 국방장관을 만나 항의했지만 국방장관은 특정기자의 개인 소견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국방일보는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 아닌가."
다소측이 F-X사업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법적 대응까지 나섬에 따라 F-X사업 2단계 평가 발표에 이은 기종 선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이상 공은 한국 법원에 넘겨졌다. 또한 향후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국방부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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