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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비극'으로 끝을 맺는 동화책 혹은 어린이 책은 없는 것 같다.(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신데렐라 이야기, 심청이 이야기, 흥부놀부전, 아기돼지 삼형제, 루크와 콩나무, 백설공주,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전근대적인 소설형태로서의 기본형태인 '권선징악'이 바로 동화, 혹은 어린이책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과연 어린이책에 '비극' 이 씌어지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일까?

할리우드 영화에 '어린이와 개의 죽음'이 터부시되는 것처럼 어린이책에도 비극적 결말은 터부시되야 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비극'을 알아선 안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항상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리란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항상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항상 선이 모든 악을 이기고 정의가 불의를 징벌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항상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 더 잘 살게 된다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 슬픈나막신
ⓒ 이종열
왜?

나는 반대다. 아이들도 비극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비극을 통해,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잡혀 먹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우쳐줄 필요가 있다.

'착하게 살아야 결국 행복해진다'는 절대 완벽한 공식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고, 가끔씩은 거짓말도 하고 적당히 비겁해지기도 하고, 피해야 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절대로 나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비극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절대로 착하게 살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착한 것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권정생님은...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 직후인 1946년에 귀국하여『조선일보』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69년엔 동화「강아지똥」으로 월간『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 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으신 책으로 동화집『강아지똥』『사과나무밭 달님』『하느님의 눈물』『바닷가 아이들』등과 청소년 소설『몽실 언니』『점득이네』등이 있습니다. 시집으로는『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산문집『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가 있습니다.
권정생의 '슬픈 나막신' 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한 '슬픈' 유년시절을 동화로 구성한 책이다.

1940년대 초의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일본 도쿄, 다닥다닥 붙은 나가야 집에 일본 사람과 조선 사람이 함께 섞여 사는 동네 혼마찌에 사는 아이들….

준이와 준이의 형 걸이와 동생 스즈코를 고아원에 남겨둔 채 부잣집 수양딸로 와 있는 하나코. 먹을 것이 없어 자주 기절하는 에이코. 엄마한테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 고철을 주워 번 돈 5전을 갖다주는 분이 등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주인공들은 '슬픈 주인공' 들이다.

이 동화책에선 아무것도 미화되어 있지 않다. 비극을 희망을 위한 밑거름으로 이용하지도 않고, 어린 주인공들의 슬픈 죽음을 극성스럽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 당시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을 뿐이다. 그래서 좋다. 어른의 입장에선 들에 핀 국화가 시드는 걸 보는 느낌인데, 아이들 입장에선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슬픈 나막신 - 우리문고 01

, 우리교육(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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