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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시멘트업계의 불법적인 담합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시멘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의 한 공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멘트업계의 불법적인 담합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시멘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의 한 공장. ⓒ 연합뉴스

7개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들의 불법 담합행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8년 이후 이들 업체들이 매년 가격 담합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시멘트 업계가 일부 대형 업체들 중심의 거대 카르텔로 구성돼 있으면서 시멘트 공급 등을 무기로 가격 인상, 중소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멘트 시장이 프랑스와 일본 등 외국 거대자본에 종속되면서 국내 업체의 성장기반이 사라지고, 막대한 국부까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국내 시멘트 업체의 불합리하고 왜곡된 시장구조로 인해 국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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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카르텔, 7개 회사가 시장점유율 나눠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시멘트의 주 원료인 석회석을 생산할 수 있는 곳에 대형 시설물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서로 생산하는 제품이나 유통 구조가 거의 비슷해 생산 능력과 물류 기지의 기반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다.

80년대 들어 업체들의 무분별한 시설 증설과 부실계열사 지원 등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결속력이 강한 카르텔을 형성해 나갔다.

공정위 전격 조사, 지방업체들도 제소
<오마이뉴스> 시멘트 카르텔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의 시멘트업체들에 대한 불법담합 행위 보도 이후 한국양회공업협회와 이들 업체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다.

또 일부 지방 중소 시멘트 업체들이 대형 시멘트 회사를 상대로 가격 덤핑 등으로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시멘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30일 이틀동안 공동행위과 담당 공무원 전원을 해당 시멘트 회사와 한국양회공업협회 등에 파견, 관련서류 등을 입수하고 불법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또 전남 광양에 위치한 대한시멘트는 지난 2일 쌍용, 동양, 라파즈한라 시멘트사 등 3개 회사를 상대로 가격을 덤핑해왔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회사와 함께 슬래그 시멘트를 생산해 온 광양의 고려시멘트와 목포의 선 슬래그, 포항의 한국시멘트 등 지방 중소업체들도 이들 대형 시멘트사를 상대로 공정위에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시멘트 관계자는 “대형 시멘트 3개사 슬래그 시멘트 운반보조비 가격을 거의 동시에 최고 800%까지 올려 슬래그만 생산, 판매하는 지방 업체들의 도산과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가격을 무기로 중소 지방업체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담당 전 직원들이 해당 업체를 상대로 현장에 직접 나가 관련 서류 등을 입수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우선 일주일여 이상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공정거래법상 위반행위가 드러나는대로 적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종철 기자
또 장치산업의 특성 때문에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은 쉽게 이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운데다, 기존 업체들의 배타성도 강해 새로운 기업들의 진입 장벽도 매우 높은 업종이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국내는 쌍용양회공업(주)을 비롯해 7개 회사가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매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쌍용이 23%대로 선두를 지키고 있고, 동양시멘트(주)와 성신양회공업(주)이 14%대로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현대시멘트(주)가 11%, 라파즈한라시멘트(주)와 한일시멘트(주)가 10% 수준이며, 아세아시멘트(주)가 6%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 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큰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시멘트 업체들이 이같은 패쇄적인 카르텔 구조를 이용해 매년 가격을 담합, 해마다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담합으로 지난해 8700억원 폭리

실제로 업계의 가격변동에 따르면 지난 96년 말 1톤당 4만9044원이던 시멘트 가격은 이듬해인 97년 1월 5만1959원으로 5.9% 올랐다. 이후, 98년에 7%(5만1959원→5만5589원), 99년에 9%(5만5589원→6만599원), 2001년 9.2%(6만599원→6만6165원) 올랐고, 지난해 9월 다시 5%(6만6165원→6만9473원) 상승했다.

지난 2000년만 빼고 거의 해마다 시멘트 값이 오른 셈이다. 지난 97년에 비하면 무려 34%나 시멘트 값이 올랐고, 이는 같은 기간동안 소비자 물가 18.5%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로 인해 이들 7개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 98년 29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99년 4692억원, 2000년 4884억원, 2001년 6651억원 등 해마다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레미콘 업체들의 반발로 5% 가격 인상에 머물렀던 이들 7개사의 영업이익은 무려 87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물론 이같은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담합은 정부로부터 적발이 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8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이들 업체들에 대해 가격담합 불공정행위로 각각 68억과 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 레미콘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가격 담합으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올리는데, 46억원을 7개사로 나누면 각 업체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말그대로 푼돈에 불과하다”면서 “이마저 행정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거나 금액이 깎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본의 거대 외국자본, 국내 시장 좌지우지

업계에서는 이같이 가격 담합이나 레미콘, 중소 시멘트 업체들에 대한 부당 압력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온 외국 거대 자본의 입김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천소재의 슬래그분말 제조업체인 기초소재(주)가 최근 가동이 중단됐다. 사진은 모든 제품의 출하 및 차량을 관리하는 출하실의 9개 모니터 라인이 모두 꺼져있는 모습.
인천소재의 슬래그분말 제조업체인 기초소재(주)가 최근 가동이 중단됐다. 사진은 모든 제품의 출하 및 차량을 관리하는 출하실의 9개 모니터 라인이 모두 꺼져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공희정
7개 카르텔 시멘트 업체들 가운데,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 동양시멘트 등 이른바 메이저 3사의 경우 프랑스와 일본의 거대 시멘트자본이 대주주로 돼 있거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쌍용양회의 경우 일본의 태평양 시멘트사와 계열사 지분이 39%로 최대주주이며, 한라시멘트는 프랑스의 라파즈사가 39.9%로 참여하면서 회사 이름도 ‘라파즈 한라’로 바뀌었다. 라파즈 사는 또 동양시멘트에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오는 2004년에 동양이 라파즈 한라에 합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양회 3사의 생산능력은 모두 3만4174톤으로 국내 시멘트 생산능력의 53%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프랑스와 일본 자본의 의지에 따라 국내 시멘트 시장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셈이다.

E 레미콘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한 외국계시멘트 업체 사장이 ‘시멘트 대체제 시장을 어떠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막지 않으면 시멘트 수입으로 이어져, 시멘트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슬래그 분말 공장의 대주주로 있던 이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시멘트 업체들로부터 시멘트 물량 공급 감소를 비롯해, 해당 공장 폐업을 종용 받아왔다. 현재 3일 현재 슬래그 분말 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또 전문가들은 국내 시멘트 시장이 이들 외국자본에 사실상 장악되면서, 국내 업체의 성장기반 자체가 사라지거나 해마다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승일 박사(베를린 자유대)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의 다국적 업체들이 국내 산업 전반에 들어와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멘트 업계”라며 “이들 외국 자본의 속성상 국내 산업 발전 보다는 단시간에 투자한 돈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특정 외국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높고, 입김이 거세질수록 국내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은 힘들어질수 있다”면서 “업체들의 이득이 재투자 되기 보다는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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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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