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 슬래그 시멘트 제조회사가 대형 시멘트 회사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아달라며 시멘트업계의 대형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전남 광양 소재 대한시멘트(주)는 지난달 31일 "시멘트 시장에서 과점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는 양회3사(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회사의 심각한 경영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며 이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 회사는 제소 공문을 통해 "대형 메이저 양회3사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실제 운반비 수준에서 보조하던 운반보조비를 200∼800%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행위는 중소업체를 죽이려는 담합을 통한 불공정행위"라고 제기했다.
이 회사는 또 "광주·전남 및 경남 일부지역 슬래그 시멘트 운반보조비만을 파격적으로 인상하여 중소기업의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는 슬래그 시멘트 업체의 부도를 유발하며, 향후 슬래그 시멘트 시장을 독점하려는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시멘트 업체들의 불공정 담합행위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 광양의 중소 슬래그 시멘트 업체인 '대한시멘트'가 공정한 경쟁과 중소업체 보호를 호소하고 나선 것.
대한시멘트 마종인(43) 영업관리팀장은 지난달 31일과 6월 3일 두 차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슬래그 공장증설 과정에서 양회협회로부터 공장증설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증설을 추진하다보니 시멘트 원료공급을 공급받지 못해 중국과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해 쓸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마 팀장은 또 외국 자본이 투자된 메이저 시멘트 기업이 국내 시멘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국내 중소 슬래그 시멘트 업체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과점체제가 될 경우 국민경제 피해가 예상된다"며 "건전한 기업활동 보호차원에서 불공정 행위를 막아줄 것"을 정부당국에 호소했다. 다음은 마종인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건전한 기업활동 할 수 있도록 불공정 행위 막아달라"
-대한시멘트는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인가.
"우리 회사는 연산 170만여 톤의 슬래그 시멘트만을 생산하는 슬래그 시멘트 전문 생산업체다. 시장 점유율은 작년 말 3.24%를 차지하는 영세한 중소업체로 불공정 행위에 의해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북 군산에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슬래그 시멘트 공장을 내년 3월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군산에 슬래그 시멘트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양회협회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돌고 있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작년 11월초 양회협회 부회장 및 회원사 임원이 군산공장 증설계획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회차원에서 제재할 것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시멘트 원료를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국내 원료를 사용치 않고 수입해 쓰고 있는가.
"당시 군산공장을 짓지 않는 대신 '크링커(clinker·시멘트 원료)'와 일반시멘트를 수출단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것을 약속해달라고 양회협회 관계자에게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 예전에도 원료의 일부 수입해 썼으나 메이저 회사들이 원료를 공급하지 않아 기업생존 차원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년간 수 십만 톤의 원료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는데 무엇이 불공정 거래행위인가.
"메이저 양회3사(동양시멘트·쌍용양회·라파즈 한라시멘트)들이 지난 4월 1일부터 레미콘회사에 지급해 온 운반보조비를 최고 800%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재정상황이 열악해 운반보조비를 올려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레미콘회사들이 메이저 회사의 시멘트를 주로 사용하면서 우리 회사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운반보조비는 중소 슬래그 시멘트 회사를 죽이기 위한 편법적인 덤핑판매이며 동시에 공정한 경제정의 사회실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본다."
-이로 인한 피해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5월말 현재 수 십억 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고 이 상태로 간다면 연말까지 훨씬 많은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또 거래업체(레미콘회사 등) 가운데 일부 업체들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경제정의를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는데 향후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시멘트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민경제와 직결된다. 외국자본이 참여한 메이저 3사가 편법적인 덤핑판매를 계속할 경우 중소업체들은 도산될 수밖에 없다. 가령 중소업체가 도산되면 국내 시멘트 시장은 메이저 시멘트 회사의 차지가 될 것이고 또 시멘트 가격인상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레미콘회사→ 건설회사→ 기간산업→ 주택원가 상승 부담 등 국민경제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레미콘회사들에게 지급되는 파격적인 보조금이 처음에는 단맛으로 느껴지겠지만, 나중에 원가상승이라는 쓴맛으로 되돌아 올 공산이 크다."
-외국계 시멘트 자본의 국내 시멘트 시장 잠식은 어느 정도인가.
"프랑스계 다국적 시멘트 기업인 '라파즈'가 한라시멘트의 39%, '뱅크오브뉴욕'이라는 회사가 동양시멘트의 24%, 또 일본계인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시멘트의 29.3%의 주식을 점유하고 있다. 라파즈를 비롯한 다국적 시멘트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한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까지 동원한 것으로 중소 슬래그 시멘트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다국적 시멘트 기업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인가.
"라파즈를 비롯한 대표적인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시멘트 시장의 94%, 필리핀 90%, 태국 59%, 말레이시아 47%의 시장을 잠식했다. 이들은 한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공정경쟁이 아닌 불공정 덤핑판매 등에 막대한 자본투입을 하고 있다. 이것은 중소 슬래그 시멘트업체를 무너뜨린 뒤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회사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대한시멘트는 순수한 호남 토착기업이다. 또 슬래그 시멘트 생산업체인 '썬슬래그시멘트(목포)', '고려시멘트(광양)', '한국시멘트(공장 포항·본사 광주)' 등도 호남업체들이다. 경제기반이 취약한 호남권에서 어렵게 기업하는 중소업체들이 도산하면 그 피해는 지역민 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멘트가 독과점이 되면 국민들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메이저 3사의 불공정행위를 막아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메이저 회사에 비해 중소업체의 힘은 한계가 있다. 건전한 기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앞으로 양회3사의 불공정 행위가 계속된다면 기업 생존차원에서 군산공장 건설과 함께 서해안 시멘트 물류기지를 통한 시멘트 수입·판매로 수도권 및 중부권 시멘트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정부당국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양회3사의 불공정 행위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당국은 중소 슬래그 시멘트 업체들이 건전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불공정 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해 조치해주길 기대한다. 슬래그 시멘트는 폐기 처분되던 용광로 슬래그를 재활용해 만든 친 환경적인 시멘트로 국내 물자절약과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이러한 점과 경제정의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