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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사격장 내 문화재 지표조사를 둘러싸고 문화재청이 2월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으나, 두 달 후 관련 단체에 보낸 공문에서는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답해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이하 문화연대)에 보낸 공문에서 "경기도 파주시 소재 주한미군 스토리 사격장의 외곽 펜스 철책 공사 등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국방부와 파주시에 문의한 결과 미군 측에서 동지역에 대한 문화자원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이나 이 조사가 문화재보호법상의 문화재지표조사인지 불명확하며 동 공사가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5일 정청래 의원(열린우리당·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2월 23일 우리 청에서는 스토리사격장에 대하여 육사화랑대연구소 교수(이재), 경기도·파주시 관계자, 문화재전문위원(장호수) 등이 현지 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동 지역이 민통선 이북에 위치, 지뢰 매설 등 위험지역으로 사실상 지표조사가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답변했다.
2월에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4월에 문화연대에 보낸 공문에는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자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redfaith_148630_12[223865].jpg) | | ▲ 문화재청이 '스토리사격장 문화재 지표조사' 관련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정청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 | | ⓒ 박신용철 | | "지뢰 매설 등 위험지역으로 사실상 지표조사가 곤란하다"고 한 답변 내용도 문제. 기자와 통화한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2월 23일)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면서 "국방부에서 스토리 사격장이 지뢰매설지역이라며 출입 문제를 협조해 주지 않아 밖에서만 보고 왔다"고 답했다.
그러나 5월 말 경 스토리 사격장 내에서 발견된 신라 경순왕 직계후손 원주 김씨 고분군은 89년부터 지뢰밭을 개간해 상당한 면적을 농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지뢰 매설로 지표조사가 곤란하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답변이다.
문화재청의 이런 태도는 사격장에서 문화재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방부와 외교부의 비협조를 들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국방부와 외교부가 미군과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재청이 나서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문화재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할 문화재청이 관련 기관이 협조하지 않는다 해서 문화재가 훼손될지 모르는 상황을 사실상 수수방관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문화재청이 국방부와 외교부에 지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앞서 언급한 정청래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최근 파주 스토리사격장 및 다그마노스 도하 훈련장 등 주한미군 주둔지에 대한 문화재 조사 및 보호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파주 스토리사격장 등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기타 주한미군 공여지에 대한 문화재 조사 추진에 협조해 줄 것 등을 외교부와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스토리사격장 문화재보호법 지표조사와 관련해 국방부와 협의가 끝나는 7월 30일경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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