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고 이경운군 생전 모습(대학 입학전 런던에서)
ⓒ 이경운참진회
4년여 동안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강제 매장 위기에 놓였던 영국 유학생 이경운군 시신 문제가 일단락됐다.

주영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http://www.mofat.go.kr/unitedkingdom)를 통해 이번 상황과 관련하여, 10월 26일(영국 현지시간) 병원측으로부터 확인한 내용 및 대사관 조치사항을 27일 알렸다.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대사관은 영국 병원 당국으로부터 '원칙적으로 장의사가 유가족의 승낙 없이 시신을 임의대로 처리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한편 병원측은 '유가족측이 시신처리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보여지면, 시당국의 허가를 얻어 시신 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덧붙여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병원측 응답에 대사관이 서면으로 정식 요청한 사항과 기본 입장도 게재됐다. 대사관측은 ▲유가족측이 2차 부검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유가족측의 동의 없이 이경운군의 시신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말아줄 것 ▲만약 시신 처리 관련 시당국과 협의키로 했을 경우, 사전에 대사관측과 협의해 줄 것을 병원측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관 공지사항을 확인한 부친 이영호씨는 당분간 시신 매장은 어려울 것 같다며, 앞으로 2차 부검 결과를 얻을 때까지 문제없이 보관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사관측의 노력에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우리 맘대로 매장할테니 그리 아시오!"

아래는 대사관의 공지사항 게재 후 경운군의 부친 이영호씨와 나눈 이야기의 주요 내용이다.

▲ 사건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인 이영호씨
ⓒ 박성진
- 주영한국대사관측에서 공지사항을 통해 시신 매장 사태가 발생할 경우 병원측이 사전에 대사관측과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알렸는데.
"정말 다행이다. 시신 강제 매장은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증거인멸이나 마찬가지다. 대사관을 비롯, 주변에서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분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당분간 시신 강제 매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신 강제 매장 협박이 언제부터 시작됐나. 예전에도 있었다고 들었다.
"사건 초기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시신 강제 매장 압력은 올 2월부터 시작됐다. 리스크 매니저(의료분쟁 조정관) 스티브 오닐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매장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변호사 임란 칸에게도 계속 전화했다고 한다. 이후 최근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필자 주 : 2001년 초, 유가족은 병원 당국으로부터 부검을 빠른 시일 내 실시하지 않으면 강제 매장하겠다는 압력에 시달린 바 있다. 유가족은 서둘러 2차 부검 절차를 밟아 2001년 4월 10일 부검이 예정되었으나 유가족 입회가 봉쇄되며 무산됐다.)

- 현재 시점에서 경운군 가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삼는 건 아무래도 시신 부검이 아니겠나?
"물론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신 부검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부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영국 경찰이나 병원이 건네준 서류 중에 의심 가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것들도 부검 결과에 따라 정확하게 재검토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2차 부검 준비는 아직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 사망 후 1차 부검을 했다고 하는데.
"병원측은 사망 후 유가족 도착 전에 이미 부검을 마쳤다고 한다. 부검을 했다면 이에 합당한 결과 자료를 유가족에게 제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물며 부검서류에 엑스레이 원본도 없다. 엉터리 시신 사진 말고 진짜를 줘야 한다."

(필자 주 : 유가족은 사건 발생 3년이 지나서야 변호사를 통해 입수된 이군 시신 사진이 모두 합성 또는 조작된 것이라는 감정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한인사회 내에서는 시신 사진 공개모임을 가진 바 있다.)

- 매장 건은 일단락 됐다 해도 병원 냉동 결함으로 시신이 이송됐다는 소식이 있다.
"깜짝 놀랐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이번에 대사관 공지를 보니 나와 있었다. 기본적으로 병원간 시신 이동이 쉽게 가능한가도 의심이고… 다른 시신도 같이 옮겼어야 할 거고… 냉동 결함이라는 것도 사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시신 보관 초기 당시 병원 모 직원이 여분의 냉동 시설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준 기억도 난다. 이 건에 대해서는 좀더 알아 볼 생각이다. 어쨌든 시신은 무사하리라 믿는다."

- 대사관 게시물에 보니 병원측은 시신을 한국이나 스페인으로 옮겨가서 부검해도 좋다고 했다는데.
"경운이가 어디서 죽었는가? 영국에서 죽었다. 왜 시신을 옮겨야 되나. 영국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기서 해결하고 싶다."

- 지금 심정은?
"여태껏 정말 힘들고 지루하게 싸워왔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보내온 무지막지만 고통의 시간들을 밟고 일어서는 기분으로… 오히려 더 힘이 나지 않나 싶다.

최근 이 사건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전세계 분들에게 알려지며 후원성금도 보내주시고, 게시판, 전화, 이메일로 격려 메시지도 전해주고… 얼마 전부터 촛불시위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거지나 다를 바 없었다. 하루종일 굶고 걸어 다녔다. 도움주시는 여러 분들에게 정말, '너무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