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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 오마이뉴스 김종철
삼성과 현대, 동부 등 재벌의 금융계열사들이 불법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보유해 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은 재벌 계열 금융회사가 금융과 관련없는 회사의 일정이상 지분을 취득할 때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총수 개인의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 돈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금산법 관련 규정 개정안에 대해, 특정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박영선(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의 지분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벌 계열 금융회사 가운데 다른 회사의 지분을 5%이상 가지고 있는 회사는 모두 10개사.

삼성생명, 호텔신라 지분 7.3% 취득...동부 등 10개 재벌사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삼성생명이 호텔신라 지분 7.30%, 현대캐피탈이 기아차 6.82%와 INI 스틸 5.9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어 쌍용캐피탈이 아시아 신용정보 15.61%, 동부생명이 동부건설 9.46%, 동부화재가 아남 반도체 8.07%, 동부건설 13.7%, 동부제강 7.7%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흥국생명이 태광산업 지분 9.99%, 동양증권이 타이젬 9.90%, 대우증권이 델타 정보통신 68.10%, 그린화재가 극동 유화 14.8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는 재벌(대기업집단) 계열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확보하거나, 5% 이상을 가지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합쳐 해당 회사를 지배할 경우 금감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 금융사는 무소불위?...초과 지분 해소 통보 받고도 버티기

이번에 조사된 재벌 계열 금융사들은 대부분 금감위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초과해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동부화재 등은 이미 지난해 금감위로부터 초과 지분 처분 명령을 받았고, 현대캐피탈도 금산법 위반 지적에 따라 지분 처분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경우는 지난해 5월 금감위로부터 초과 지분 해소방안을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의 이같은 버티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98년 보험감독원으로부터 호텔신라 지분 취득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현행 금산법에는 회사(호텔신라) 지분 5%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합쳐 해당 회사(호텔신라)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 금융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한성대 교수) 소장은 "재벌 금융회사가 이처럼 불필요한 계열사 주식이나 다른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룹 전체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총수 개인의 사적 이익 때문"이라며 "이는 회사 주주 뿐 아니라 예금자인 고객에 대한 배임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처벌은 '재벌마다 달라요?'

금융 감독당국은 그동안 현행 금산법에 금융사의 다른 회사 초과 지분에 대한 마땅한 처분 규정이 없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거나,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높다.

삼성카드와 동부화재의 경우가 그렇다. 금감원은 지난 2003년 7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에 대해 계열사인 아남반도체 주식(9.68%) 가운데 5% 초과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한 적이 있다. 또 당시에 이들 두 회사에 대해 기관 문책경고와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 경고라는 징계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처벌은 금산법 24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초과 보유와 별반 다른 것이 없지만 삼성은 지분 처분 통보 이외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금감위쪽은 삼성과 동부가 다른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부생명과 화재는 보험업법에 따라 제재할 수 있지만, 삼성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제재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역시 현대캐피탈 사례를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삼성카드와 함께 금감위로부터 초과 지분 처분 통보를 받은 현대쪽은 기아차 지분 초과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서를 지난해 8월 제출했다. 올 1월 현재 현대캐피탈은 기아차 지분 4.95%만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사안임에도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정부의 금산법 개정은 '삼성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금산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법률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정부안대로 개정이 이뤄지면 최대 수혜자는 사실상 '삼성'이라고 지적한다.

개정안에는 금감위 승인을 받지 않은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을 명령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미 저질러진 잘못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어쩔 수 없고, 앞으로 남들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이번 개정안 내용은 사실상 삼성쪽에서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담긴 것"이라며 "정부가 개정안에서 기존 위반 사례에 대해 소급적용을 포기한 것은 이 부분의 중대한 이해관계자인 삼성카드에 일방적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도 "이번 정부쪽 (금산법) 개정안은 반쪽짜리"라며 "법의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존 법 위반사례에 대해서도 주식 처분 등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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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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