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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정보통신연구소.
ⓒ 권우성

삼성전자 홍보라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언론계 출신에 이어 경제부처 고위 인사까지 홍보쪽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출신 인사가 대거 전자 홍보담당으로 이동했고, 재정경제부 거시경제팀장도 19일 IR 담당 임원으로 전격 스카웃 됐다. 삼성쪽에서는 날로 중요해지는 홍보의 중요성과 함께, 유능한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그룹 인사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력을 싹쓸이하는 이른바 '삼성식 인력 블랙홀'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 신문과 방송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과정에 맞춰 삼성이 자본을 앞세워 기자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이건혁 재경부 자문관, 전자 IR팀 상무로 전격 이동

우선 이건혁 재정경제부 자문관 겸 거시경제팀장이 전자 IR팀 상무로 자리를 옮긴다. 이 자문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MF(국제통화기금)와 투자은행, 정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면서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삼성전자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금융과 거시경제 등과 관련된 일들을 해왔지만 실물분야 경험이 전혀 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자문관이 자리를 옮기는 IR팀은 삼성전자의 각종 경영 실적 등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창구다. 세계 전자업계에서의 삼성전자 위상이 날로 커지면서 IR 업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IR팀장인 주우식 전무가 최근까지 홍보팀을 총괄하면서 IR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 고려됐다"며 "또 IR 담당 임원 가운데 증권사나 외국계 은행 등에 근무한 경력자가 없어 이 자문관의 경험도 이번 스카우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이 자문관은 실제로 공직생활을 한 것은 2년5개월 남짓. 지난 2003년 재경부 자문관으로 공직에 들어오기 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년여 근무한 국제통이다. 이후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있었다.

전자 홍보라인, 올들어서만 기자 5명 영입

이 자문관처럼 공직자를 영입한 경우와 달리, 전자 홍보라인에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5명의 기자들이 합류했다. 일부에서는 그룹 핵심 계열사로 향후 후계구도 본격화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그룹 인사 정책에 따른 순수한 홍보인력 충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문화방송(MBC) 간판 앵커 출신인 이인용 부국장을 홍보담당 전무로 전격 영입했다. 이에 앞서 전자는 올 들어 홍보라인에 기자출신 4명을 투입했다. 대부분 중앙일간지의 경제부 출신 기자들이다.

지난 1월에 <서울신문> 기자가 자리를 옮긴데 이어, 2월에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출신 기자가 각각 이동했다. 4월에는 삼성전자를 출입했던 <한겨레> 기자가 홍보라인에 합류했다.

이들 가운데 <한겨레> 출신 기자의 경우 생활가전쪽 홍보를 맡았고, 나머지 3명은 정보통신쪽 홍보파트로 배치됐다. 직급은 이인용 전 부국장의 전무에 이어, 부장급(1명)과 차장급(2명), 대리급(1명)이다. 이 전 부국장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홍보라인에 5명에 달하는 기자를 대거 투입한 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쪽에서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여론을 호의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기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홍보를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자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연관된 기자 영입이라는 것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홍보쪽 강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언론계 출신의 유능한 인사를 영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자의 또다른 관계자는 "(전자 내부의) 각 부문별 홍보쪽의 경쟁도 치열하다"면서 "이번에 들어온 기자출신들도 각각 맡은 홍보파트에서 자신들의 성과를 내기위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인력과 재무에 이어 홍보쪽도 '인력 싹쓸이' 나서나

삼성의 인재 욕심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핵심인재 확보는 단순한 독려 차원을 떠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의 주요한 인사 고과 기준이 될 정도다.

특히 이 회장이 인재 확보에 있어서 영역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하자, 그동안 전문 연구기술 분야나 재무, 인사쪽에 맞춰진 외부 인사 영입이 법무와 언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70년대 초 동양방송 이사 시절에도, 유능한 기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박사급 연구 인력과 관료 출신의 인사 재무담당 전문가들을 외부로부터 충원해왔다"면서 "이제 달라진 언론환경과 함께 기업의 홍보 역할이 더욱 중요시 되면서, 홍보팀을 강화하기 위해 언론사 출신의 유능한 인재에도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이 인력을 싹쓸이하는 이른바 '인력 블랙홀' 역할에 대한 비판 의견도 여전하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최근 신문과 방송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 맞춰 삼성이 자본을 앞세워 기자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중앙일간지 경제부의 한 차장급 간부는 "기자들이 기업체 홍보쪽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신문사마다 진행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생각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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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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