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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현장검증을 가기 위해 마산동부경찰서를 나오는 이아무개씨.
ⓒ 오마이뉴스 윤성효

14일 오전 11시10분 마산동부경찰서 강력3팀 사무실. 두 눈이 퉁퉁 부은 한 여인이 옷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다. 사흘 전인 11일 새벽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잠든 사이 목을 졸라 살해한 이아무개(39)씨다.

<오마이뉴스>는 경찰과 현장 검증을 마치고 돌아온 이씨의 양해를 구해 강력3팀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이씨는 인터뷰 내내 남편의 상습적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는 특히 "술만 먹으면 욕하고, 칼 들고 죽인다면서 배와 다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면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남편 김씨는 아이들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면서 "애 하나 둘 낳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순식간에 그랬다"며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대화 내용 요약이다.

▲ 부인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 김씨는 각목을 늘 침대 밑에 넣어두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사진은 14일 오전 현장검증 때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남편의 폭력은 어느 정도였나.
"술만 먹으면 욕하고, 칼 들고 죽인다면서 배와 다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아빠는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린다'고 말할 정도였겠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 남편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나.
"그날은 너무 참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순식간에 그런 생각을 했다."

- 남편이 며칠째 외박하고 들어온 뒤라 하던데.
"지난 6일 현충일이 시어머니 생신이라 시어머니와 밥을 먹고 외출했다가 5일만에 집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외박을 자주 했고, 집에 들어와서는 옷만 갈아입고 나갈 때가 많았다."

-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다고 하던데.
"언젠가 시댁에 제사가 있어 가서 음식을 했는데, 시댁에는 여자가 없다보니 시동생이 거들어 줄 때가 있었다. 그 뒤부터 남편은 '시동생과 붙어먹었느냐', '가슴 만져주니 좋더냐'면서 의심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 살던 여자가 있었는데 결혼한 뒤 만났더니 '의처증이 없느냐'고 물어보더라. 신혼 초기이고 해서 '그런 거 없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타났다. 나 혼자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남편이 외박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다른 여자가 있었나.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았다. 내가 아이를 갖게 되니까 그 여자가 나갔는데, (남편이) 그 여자의 집까지 찾아가서 물건을 부수었다. (나는) 여자 생기는 거, 그런 거 신경 안 썼다."

- 목욕탕에도 자주 못 갔다고 하던데.
"이전에는 목욕탕에 갔다오면 '또 어떤 놈하고 붙어먹고 오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목욕탕에는 허락을 받고 갔고, 그것도 1년에 한두번 정도였다. 시장 보는 일도 그 사람이 할 때가 있었다. 바깥에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의심했다. 옆집에 놀러갈 때도 무선전화기를 들고 갔다."

- 아이들을 때리는 일은 없었는지.
"애 하나 둘 낳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8살 난 애 보고 '니 애비 찾아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의) 얼굴을 때려 멍이 든 적도 있었다. 겨울에 잠옷 바람으로 쫓아낸 적도 있었다."

- 친정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 않았느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친정에 연락하면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번은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작은 오빠 올케가 창원의 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병원까지 찾아가서 맞고 있던 링거주사기를 뽑아버린 적도 있었다."

- 시댁에서도 남편의 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나.
"시댁 식구도 다 안다. 맞고 산다는 거 다 알고 있다. 의심병이 있다는 것도 안다."

- 그래도 살인이고, 죄값을 받아야 하는데 후회하지 않나.
"순간적으로 그랬다.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시댁 쪽에는 애들 맡길 사람이 없다. 애들도 겁낼 것이다."

▲ 11일 새벽 남편을 살해하기 전 각목 등으로 맞아 이씨가 흘렸던 피가 수건과 이불에 묻어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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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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