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서적 학대와 방치가 아동학대라는 인식만 제대로 있었다면 수경사 아이들은 그렇게 긴 시간 무관심 속에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아동학대 혐의 논란을 일으킨 수경사 예비여승 남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네 번 기각한 가운데 애초 이를 고발했던 방송사 PD가 '방치도 학대'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수경사의 두 얼굴' 편을 통해 남씨의 선행속에 감춰진 '비밀'을 폭로했던 박상욱 PD. 박 PD는 < PD연합회보 > 6일자에 프로그램 제작후기를 싣고 아동학대 인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었다.

수경사 3년전 아동학대 신고... 아이들은 계속 방치

그는 취재과정에서 가장 놀랐던 점으로 수경사의 아동학대가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되었다는 사실을 꼽았다. 3년 전 관계자들이 이곳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결정했음에도 서로간 책임 떠넘기기와 잘못된 언론보도로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었다는 것.

그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신체적 학대만을 아동학대로 보는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경사 아이들이 아마 어딘가에 맞고 멍들어 있는 상황이었다면 관계기관이 그렇게 수수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박 PD의 안타까움이다.

그는 "아직도 수경사 아이들 모습이 아동학대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면서 "자신의 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자라게 하겠느냐고, 버려진 아이는 그런 곳에서 자라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언론사로부터 쏟아진 비난여론... 후속편 준비

그는 객관성에 중점을 두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여러 차례 미담으로 소개된 곳인 만큼 객관적 증언, 자료 등이 확보돼야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방송 후 예상밖의 시청자 반응에 놀랐지만 더욱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자신이 소속된 SBS 등 언론사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여론이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에 가까운 불쾌감을 표현한 곳도 있다고 털어놨다.

수경사를 취재하러 갔을 때 이웃주민에게 들었던 첫 마디가 "제대로 알고 방송하라"는 분노 섞인 질책이었다는 박 PD. 그는 "누구를 비판하기 앞서 과거 잘못된 미담방송의 주역이 '나'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두려움마저 든다"면서 글을 맺었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수경사 후속편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고 "수경사에 아이를 맡기거나 데려간 사람, 2002년 이후 자원봉사자 등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방송이 나간 뒤 수경사 아이 중 한 명이 친부를 찾았다.

불교계, '수경사사태' 진상규명 나선다
언론보도 대책위 구성... 공개토론도 제안

불교계는 수경사 아동학대 보도와 관련, 대책위원회 구성 등 진상규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SBS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SBS 항의방문과 검찰고발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불교언론대책위원회(대표 진관), 부산불교언론대책위원회(대표 보화), 대구불교언론대책위원회(대표 재원)는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SBS는 진실된 보도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경사의) 아동학대와 인신매매 근거를 정확히 발표해야 한다"며 "수경사 보도는 악의적인 면이 있다"고 SBS를 비판했다. 또 봉사자 신원을 밝힐 것과 함께 아동학대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시민단체와 종단 간부들이 공개 토론할 것도 제안했다.

이들은 12일 조계종 인권법당에서 수경사 불교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대책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대책위 활동으로 ▲아동학대, 인신매매, 아이들에 대한 50도 목욕문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 ▲언론중재위 제소 ▲경찰 제보자 신원확보 ▲법원의 철저한 조사촉구 ▲불교 명예회복 ▲변호사 선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