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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은 공주 의당면 유계리 안구굴미라는 동네였다. 집주인이 43세 농부로 아내와 아들 딸 둘과 함께 사는 농촌의 젊은 부부였다. 10여 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귀향한 부부는 10년만에 자리를 잡고 집을 지을 구상을 하게 되었다. 현재 농사는 복합 농으로 버섯농사를 꽤 많이 짓고 밤나무도 2만 평이나 심어 시골에서도 탄탄한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가정이었다.
집주인이 여러 형태의 건축 양식을 고민하다가 목조주택을 채택하게 된 건 아는 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에 돈이 없어 조립식 주택을 지을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꿈도 꿔보지 못했던 목조주택을 짓게 된 이유는 아는 사람의 정확한 정보를 중심으로 목조주택을 구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목조주택이 가장 비싸고 일반 서민들이 지을 수 없는 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목조주택이 그리 생각보다 비싼 집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무료로 시작한 목조주택 학교는 몇 가지 취지가 있었다.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목조주택에 대한 정보와 목조주택 집짓기를 직접 해봄으로써 자기 집 짓는 과정에 도움이 되게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목조주택 기술을 습득해 수강생들 간 품앗이를 해 서로 집짓기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더 나아가 정말 이번 기회에 직업으로서 목조주택 짓는 기술을 배워 목수의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한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목조주택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도면을 가지고 기초 위에다 집을 올리기 위한 터 잡기이다. 이미 기초공사를 할 때 가상으로 평면도를 옮겨 놓았지만, 이제는 기초공사가 끝난 바닥 위에 도면을 그대로 옮겨놓는 작업을 할 단계이다. 이때 건물의 각을 잡는 공법이 피타고라스 공법이라고 학교 다닐 때 배운 직각 삼각형의 원리이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이집트 사람들은 BC 2300년 전부터 3:4:5의 길이를 이용하여 직각을 만들었다.
삼각형의 한쪽 면이 3m이고 다른 면이 4m이면 또 다른 면이 5m가 되면 이 삼각형은 직각이 된다. 먹줄을 튕길 때 가내 잡는다고 하는데 직각은 현장에서는 흔히 쓰기 편하게 3:4:5를 이용하여 직각을 만들어 쓴다.
기초공사에서 박아놓은 앵커볼트를 밑에 실실러(Sill sealer)라고 습기 차단하는 걸 깔고 방부목을 앵커에 구멍을 내어 박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외벽에서 사이딩을 붙일 걸 예상하고 3cm 정도 안으로 들어가서 먹줄을 튕긴다. 합판(11.1mm)과 사이딩(20mm)의 두께를 감안한 것이다.
먼저 프레임은 창틀 개구부를 표시하고 창문 개구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프레임 벽체 구조목을 자를 때는 OSB 합판 길이가 2440mm이니까 밑에 방부목, 위 프레임 위 이중도리까지 합하면 투바이 퍼 두께 38mm 곱하기 4를 빼면 기둥의 길이가 나온다. 그러니까 2440mm 빼기 152mm를 하면 총 길이가 2288mm가 되는 것이다. 2288mm 기둥을 여러 개 잘라놓고 12자되는 투바이 퍼를 가지고 상단과 하단을 16인치 간격으로 표시한다.
프레임은 인치자를 쓰는 게 편하다. 왜냐하면 목조주택 자재 자체가 인치로 되어 있으니까 인치자로 표시하는 게 정석이다. 인슐레이션(단열재)도 16인치로 되어 있고 구조목도 거의 피트(FT) 단위로 되어 있다. 스터드 간격이 16인치, 32인치, 48인치까지 나가면 48인치되는 곳이 합판이 만나는 지점이 된다.
프레임은 먼저 바닥에서 창문이 들어갈 자리를 표시하고 세로는 나중에 하더라도 가로는 먼저 창문이 들어갈 자리는 미리 빼놓는다. 인방을 설치할 걸 생각하면 양쪽에 투바이 두께 하나씩을 떼어놓고 그리고 창문이 들어갈 여유 10mm 정도 띄어 놓는다. 만약에 샤시틀이 먼저 만들어 지면 틀을 직접 박아놓고 수평을 맞추고 그 다음에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창문 개구부에서 10mm 정도 떼어놓는 게 나중에 나무가 수축되거나 신축 작용을 하더라도 창문에 하중이 받지 않는다.
수직추는 요즘 새로 나온 신식이 좋다. 그 전에 쓰던 수직추는 수직을 보기도 힘들지만 요즘에 나오는 수직추는 나무에 박아놓고 혼자도 얼마든지 수직을 볼 수 있다. 먼저 수직추를 보고 위 본체가 있는 곳 간격이 5cm면 밑에 추가 달려 있는 곳이 같이 5cm가 되면 그 벽체는 수직이 되는 것이다. 그 수직을 보고 난 다음에 사진처럼 가새를 대어놓으면 그 벽체는 수직이 잡힌 채 고정되는 것이다.
그 가새는 안쪽에다 대고, 바깥쪽 OSB 합판을 박은 뒤 가새를 떼어내면 된다. 수직을 볼 때 중요한 점은 막대 수평자는 될 수 있으면 사용 안하는 게 좋다. 막대 수평 자체도 잘 안 맞지만 나무가 휜 게 많아 막대 수평으로는 오차 범위가 너무 많다. 이번 수강생들은 의외로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저마다 못 주머니를 차고 일을 시작하는데 이건 예전에 목수 일을 해본 것처럼 잘 해나갔다. 엑스반도를 차고, 폼은 거의 목수, 카펜터서가 되어 남들이 보면 거의 목수로 알 정도였다. 주인도 수강생들이 집을 짓는다는 게 전혀 불안감이 없어 보이고, 제가 일을 역할 분담하는데도 수강생들이 모두 소화를 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 목조건축학교 연재를 마음 먹고, 올린 글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문의하실 내용은 제 메일 startjsm@hanmail.net 이나 홈페이지 http://www.moksune.com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전원주택 전문잡지 월간 '전원속의 내 집'에도 연재합니다.